한글학교에서 새 친구를 만나다

현경아, 반가워!

by 뮌헨의 마리


현경이네와 인사를 나누고 아이 둘을 나란히 동양화반에 보낸 후 현경이 엄마와 둘이서 1시간 동안 학교 부근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가 작성한 달력(아래). 4월과 5월은 알겠다. 그럼 9월은 무슨 뜻?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새 친구를 만났다. 알리시아 반에 새로 온 친구 현경이. 현경이네 가족을 만난 것은 주말 한글학교가 끝난 후였다. 독일 직업학교 교실을 임대하는 한글학교는 수업이 끝나면 의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아이 반은 동양화 방과 후 수업 때문에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책상 정리를 하는데 처음 보는 현경이네 아빠가 교실 정리가 필요하면 돕겠다며 한 발 나섰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대번에 현경이 가족이 좋아졌다. 나는 부모의 적극적인 자세에 큰 점수를 주는 편이다. 물론 비판 말고 이타적인 적극성 말이다.


담임 선생님의 소개로 그날 처음 한글학교에 왔다는 현경이 가족을 알게 되었다. 동양화 선생님이 마침 안 계셔서 나 역시 적극적으로 응대했다. 아이와 함께 동양화반에 오시라고. 그 집 아빠가 학부모도 배울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나중에 들으니 현경이 엄마 아빠는 내가 동양화 선생님인 줄 알았다고. 그런 소리 자주 듣는다. 이런 건 적극성이 도를 넘는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결론은 현경이네와 인사를 나누고 아이 둘을 나란히 동양화반에 보낸 후 현경이 엄마와 둘이서 1시간 동안 학교 부근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현경이 아빠 일 때문에 작년 여름에 독일로 온 현경이는 뮌헨 국제학교에 다닌다. 현경이네로부터 국제학교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국제학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사정에도 어두웠다. 뮌헨 국제학교는 우리 시어머니가 사시는 뮌헨의 남쪽 휴양도시인 슈탄베르크에 있단다. 지금까지는 영어로만 진행되다가 근래에 독일어 시간이 추가된 모양이다. 작년 여름에 온 노아도 현경이와 같은 국제학교를 다니나? 노아 엄마한테 다시 물어보니 아니란다. 노아가 다니는 곳은 사립학교. 영어를 많이 쓴다고 해서 보냈는데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대망의 '받아쓰기'와 '꿈이 뭐예요?' 에 그림으로 답하다(아래)


한글학교에 다닌 지 1년이 넘도록 아이도 나도 반에서 친한 친구 하나 못 만났다. 현경이 가족이 반가운 이유다. 엄마도 아빠도 현경이도 편안하고 웃는 낯빛이라 더더욱 마음에 든다. 현경이 엄마와 화창한 봄햇살 아래 1시간 동안 걸으며 앞으로도 자주 보자 해놓고선 전화번호와 카톡을 주고받는 걸 깜빡했다. 다음 주에는 잊지 말아야지. 조만간 아이들이 우리 집과 현경이네를 차례로 오가면서 우정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한글학교에서 아이가 받아쓰기를 했다. 이 받아쓰기는 도대체 뭔가. 열 다섯 문제 중에 겨우 절반을 맞췄다. 그런데도 듣도 보도 못한 '덕붂이' 라는 글자가 던지는 예상을 뒤엎는 즐거움 때문에 야단도 못 쳤다. 쌍벽을 이루는 '맜이다'와 '맛업다'도 마찬가지. 거기다 아이는 자기가 반 이상을 맞췄다며 얼마나 기뻐하던지. 이게 그토록 기뻐할 일인지 잠시 헷갈려서 타이밍을 놓친 것. 자긍심이 충만한 걸로 해석해야겠다. 아무려나 어떤가. 이 봄에 엄마도 아이도 단짝이 생길지 모르는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날아라, 트람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