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은 저렇게 하는 것이다. 백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심이란 저렇게 나온다. 장막으로도 빛이 새 나가는 걸 다 막을 수 없듯이.
토요일에 아이는 현경이네와 로텐부르크 Rothenburg를 다녀왔다.사실은 지난 주말에도 내가 보디마사지 기본 과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발마사지 과정을 마치고 나자 다른 마사지에도 슬슬 흥미를 느낀 데다 나와 같이 발마사지를 배운 독일 친구 카탸가 연이어서 보디마사지 기본 과정에 도전한다고 해서 나도 신청한 것이다.좋은 일은 따라 하고 볼 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지난번 발마사지 과정에서 독일 친구 두 명을 알게 되었다. 둘 다 여자고 이름은 카탸와 안드레아다. 카탸는 내가 보기에 전형적인 독일 여자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궁금한 건 죽어도 못 참는 성격. 당연히 발마사지나 보디마사지 때 가장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다. 카탸와는 발마사지 첫날 점심을 먹었다. 지적 장애인 아이들과 일을 한다고했다. 카탸는 보디마사지 신청을 완료했다는 내 문자를 받고 답이 ;-)뿐이어서 내가 안 반갑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물론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보디마사지를 신청한 진짜 이유는 안드레아 때문이었다. 안드레아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친구인데 조용해서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었다. 발마사지 둘째 날 오후에야 그녀와 마지막으로 파트너가 됐는데 참가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얼마나 손길이 부드러웠으면 그녀의 손이 발에 닿는 순간 말 그대로 꿀잠으로 굴러 떨어졌으니까. 그녀는 올봄에 보디마사지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을 수료했는데 강사가 최고라며 내게도 강력 추천했다. 그녀의 말은 맞았다.
살다 보면 뭘 배우든 마음에 드는 강사를 만나기가 어렵다. 한국에 있을 때 애 학습지 샘들조차 그랬으니까. 안드레아의 추천에 급 흥미가 생겼다. 좋은강사들 만났을 때 쭉 가볼까? 안드레아는 가을에 하와이안 오일 마사지 로미로미 Lomi Lomi를 같이 배우자고 제안했다. 나는 인도의 아유르베다 오일 마사지에 관심이 있었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동의했다. 친구가 권하고 훌륭한 강사가 보장되는 강좌를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나. 안드레아와는 따로 만나 차를 마시기로 했다.
문제는 아이였다. 바바라 고모도 휴가 중이었고 주말에 남편도 일이 있어 고민하던 차였다. 고맙게도 토요일 아침 현경네가 차로 아이를 데리러 와주었다. 현경이와 함께 한글학교를갔다가 로텐부르크까지 따라가기로 했다. 덕분에 안심이되었다. 로텐부르크는 뮌헨에서 차로 2시간이 넘는 곳이었다. 아이는 로텐부르크에서 현경네와 늦게 저녁을 먹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그 늦은 시간까지 잠도 자지 않았다. 외국에서 이런 단짝을, 이런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가.
지난 목요일에는 우리 집에 현경네를 초대했다. 현경 맘과 현경이가 오후에 와서 놀다가 현경 아빠가 퇴근길에 우리 집으로 와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날은 내가 알바하는 곳에서 구입한 종갓집 포기김치의 덕을 톡톡히 봤다. 김치를 볶은 후 우리 동네 슈퍼에서 산 두툼한 삼겹과 고추장을 넣고 오래 끓였더니 훌륭한 김치찌개가 되었다.바게트로브루스케타도 하고, 오이 무침도 넉넉히 준비했다. 주말의 마사지 일정을 듣고서 로텐부르크행에우리 아이도 같이 데려가겠다고 제안한 것도 현경네였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이가 소리쳤다. '아, 어제는 너무너무 재밌었어. 현경이 엄마 아빠한테 고맙다고 말했어?' 당연하지! 애를 데리고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내준 것만도 고마운데로텐부르크의 명물인 슈니발렌까지 사온현경네였다. 슈니발렌은 원래 눈덩이라는 뜻의 슈네발 Schneeball의 복수형 슈네발렌 Schneeballen에서 왔다. 수년 전 망치로 깨 먹는 과자로 한국에서도 유행을 했다 한다.나는 처음 먹어봤는데 무척 달았다.
아이는 전날의 흥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지 이런 말도 했다.'만나면 또 고맙다고 해야 해! 백 번이나 말해도 좋아! 나도 어제 차 타고 오면서 재밌었다고 말했어!'그렇다. 고맙다는 말은 저렇게 하는 것이다. 백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심이란 저렇게 나온다. 장막으로도 빛이 새 나가는 걸 다 막을 수 없듯이.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살 것이다. 지나간 인연도 다가올 인연도. 마사지를 배우며 새로운 분야와 새 친구를 얻은 것도.
로텐부르크에서 현경이네로부터 선물 받은 테디베어(왼쪽) 슈니발렌(오른쪽/사진 출처:스포츠월드 2013.8.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