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 아래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두 파파의 팀워크로 트람폴린 설치가 시작되었다. 힘과 땀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에 아이들도 힘을 실었다.
오랜만에 레아마리네를 다녀왔다. 2년 전 여름, 레아마리네가 독일로 올 때 우리가 선물한 트람폴린을 드디어 설치하는 날. 서울에 살 때 우리는 살고 있던 오피스텔의 지하에 큰 공간을 대여했는데, 과장을 보태자면 크기가 키즈카페만 했다. 남편은 거기에 내 서재용 책꽂이와, 옷장과, 암벽 등반 코너와 해먹과 피아노와 자기 공구와 칸막이를 친 작업대까지 설치했다. 그리고 특대 사이즈 트람폴린까지! 남편의 기획은 아이를 위한 '파파 표 키즈카페'라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날씨는 좋았다. 레아마리네를 방문하는 날은 언제나 그랬다. 그날은 차가 없어서 기차로 갔다. 바바라가 상트 모리츠에 스키를 타러 가면서 차를 가지고 가 버렸기 때문. 우리 고모는 용감해!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남편은 토요일 저녁에 바바라 집을 방문. 장거리 운전을 대비해서 차를 점검해 주고, 불평 한 마디 없이 재빨리 기차 편을 검색 후 예약 완료. 나 역시 기차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독일 기차는 언제 타도 낭만적이다. 책 읽기도 좋고, 좌석도 편하고, 봄의 햇살도 좋을 테고. 특히 이제부터는 창 밖 풍경이 가히 초록의 향연. 수채화 그림이 따로 없다.
기차표도 싸다. 바이에른 지방은 바이에른 티켓(Bayern-Ticket)이라는 게 있는데, 기본(1인 기준/2등석/레기오날 RB, RE 등만 탑승 가능)으로 왕복 25유로. 1인 추가 시 7유로씩 더 내며, 최대 5명까지 이용 가능. 반드시 탑승자의 이름을 전부 표기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는 만 5세까지 무료. 부모나 조부모와 동반하는 만 6-14세 어린이나 청소년은 인원에 상관없이 무료. 부모가 아닌 사람과 동반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금액을 내야 한다. 바이에른 티켓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 표를 소지할 경우 방문하는 바이에른 시내의 모든 교통편(U반/S반/트람/버스 등)이 무료다. 특이하게도, 이 표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갈 수 있다.
우리가 탄 기차가 바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였다! 너무 늦게 갔더니 만석. 자리가 없어 서서 가다가 중간에 앉았다. 레아마리네가 사는 동네까지는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2시간 남짓. 우리가 내린 레아마리네 동네 간이역은 어찌나 정겹던지. 레아마리맘이 아이들과 차로 마중을 나왔다. 레아마리 파파가 오전에 트람폴린을 꺼내서 푸는 데만 1시간 반이 걸렸다고. 그 소리를 듣고 남편이 흐뭇하게 웃었다. 남편이 얼마나 꼼꼼하게 쌌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트람폴린은 말짱하고 깨끗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두 파파의 팀워크로 트람폴린 설치가 시작되었다. 힘과 땀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에 아이들도 힘을 실었다.
드디어 완성! 아이들은 오후 내내 몇 시간이나 트람폴린 위에서 뛰고 뒹굴었다. 레아마리 파파의 사촌네 아이까지 놀러 와서 여자 아이 네 명이 신나게 놀았다. 트람폴린 하나가 웬만한 베이비시터보다 낫다는 레아마리맘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정원의 야외 테이블에는 이른 봄의 오후 햇살이 깊숙이 들어왔고 산들바람은 부드러웠다. 정원에 앉아 바라다 보이는 파릇파릇 물들어가는 들판과 멀리 산들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산은 푸르고 하늘은 높은 곳. 이런 곳이 무릉도원 아닐까. 물론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연에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 도시 생활을 더 좋아하지만.
레아마리맘과도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화 역시 풍경처럼 한가로웠다. 한 달에 한 번 산속 호텔의 콘서트에 엄마들과 주기적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었다. 얼마 전에는 콘서트 사진도 보내준 적이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의외로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유치원에도 대기자가 생겼다는 말에도 환호성을 질렀다. 정책적으로 젊은 부부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서란다. 땅을 싸게 분양해주고 거기에 집을 짓고 일정 기간을 살게 한다고. 돌아오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었음에도 레아마리는 금방 시무룩. 알리시아는 트집. 아이들이란! 다음에는 주말에 와서 묵고 가라는 레아마리맘의 말은 언제나 따듯하고 정다웠다. 봄에는 뮌헨에도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