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나보다 더 소중해?

아이에게 밀리는 글쓰기 루틴

by 뮌헨의 마리


글쓰기의 루틴 혹은 루틴적 글쓰기라고 하자 대번에 떠오르는 작가는 하루키였다. 규칙적인 글쓰기의 대명사.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루틴이란 말이 대세인 것 같다. 최근에 연봉이 몇 십억 이라는 가수이자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진영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글을 읽었다. 결론은 창조적 작업을 위해 일상의 모든 선택을 단순화시킨 루틴 덕분이라는 . 글쓰기에도 루틴이 필요하다는 글은 며칠 전에 읽었다. 루틴이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빼고는 급한 대로, 닥치는 대로, 미룰 만큼 미루다 벼락치기로 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어 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쩐다?


글쓰기의 루틴 혹은 루틴적 글쓰기라고 하자 대번에 떠오르는 작가는 하루키였다. 규칙적인 글쓰기의 대명사. 체력 단련에 머리 식히려고 번역까지 하신다는. 정도면 넘사벽 아닌가. 남들은 그중 하나만 잘하기도 쉽지 않은데. 올해 작가의 나이는 일흔. 체력으로만 보자면 젊은 현역 작가들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의 루틴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새벽부터 글쓰기. 오후 운동하기. 음주가무와는 당연히 안 친하시겠고.


또 있다. 터키의 오르한 파묵.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 세계문학 강의 때 들은 바에 의하면 매일 정장을 차려 입고 자신의 집 집필실로 출근하신다고 했던가. 그의 작품을 읽고 강렬하진 않지만 성실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들이 내가 아는 모범생 작가들이다. 한국에도 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김영하의 <위대한 개츠비>나 김연수의 <대성당>을 보라!(그들 외에도 번역을 한 작가들은 더 있다.) 자기만의 루틴을 가진 작가들이 보여줄 법한 성취로 보인다.



작년 7월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썼다. 매일 오전 카페에 앉아서. 작가답게! (매일 써야 작가지! 작가 타이틀 달기가 쉽나? 그때의 내 생각이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알고 보니 그게 루틴이었다.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매일 던 건 글쓰기 근력이 붙기를 바랐기 때문. 그러다 보면 술술 써지는 날도 올 줄 알았다. 어림도 없다. 요즘도 매일 한 편의 글쓰기와 씨름 중이다. 올해부터는 독일어 공부와 알바까지 추가하자 일상에 활력과 생기가 도는 건 좋은데 그만큼 바빠졌다.


나만의 루틴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의 계기는 아이의 2주 부활절 방학이었다. 오전에 글을 올리고 일하러 가는 게 목표인데 글이란 게 어디 그런가. 깔끔하게 끝내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날이 더 많았다. 애가 집에 있는데 어떻게 우아하게 글만 쓰고 앉았나. 그걸 봐줄 애가 어디 있다고. 며칠 전에도 그랬다. 아침부터 침대에서 아이가 불러젖혔다. 빨리 안 왔다고 삐졌다. 안아주고 뽀뽀하고 아양을 떨어도 돌아누워 꿈쩍도 안 했다. 책을 읽어주겠다 하자 풀렸다.


왜 늦었냐고? 사진을 찍느라고. 밖으로 파란 하늘, 흰 구름, 비행기가 수놓은 길들. 얘들이 기다려 주나. '엄마는 애를 더 사랑해야지, 글이 나보다 더 소중해? 사진이 나보다 중요해?' 번 맞는 말이다. 그 자리에서 반성했다. 오늘은 방학 마지막 날. 어찌나 좋던지. '엄마! 이리 와!' 아침부터 아이의 부름에 바람같이 달려갔다. '30분 전에도 불렀어!' 언제? 엄마는 못 들었는데요? '그러니까 책 읽어줘야 해. 못 들은 대신!' 이것은 아이의 루틴. 달지 않고 읽어줬다. 그리하여 내 루틴은 마감을 독일 시간 자정으로 늦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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