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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May 24. 2019

글은 대체 언제 쓰나요?

누군가가 물었다


글은 대체 언제 쓰는가. 남편과 애도 있고, 시부모님도 계시고, 하루 2시간 알바도 있고, 책도 읽어야 하고, 독일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전전긍긍이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느라 먹고, 자고, 살고, 쓴다.



요즘 브런치 글 중 꼭 챙겨 읽는 작가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정희옥 작가다. 그녀는 솔직하다. 글을 써보면 안다. 솔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자신에 대한 평가나 아쉬운 과거를 소환할 때면 변명과 포장으로 일관하기 쉽다. 나중에 읽어보면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알면 뭐하나. 이미 늦었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의 작가라 공감의 폭이 넓은 것도 이유다. 거기다 그녀의 소설까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은 대체 언제 쓰는가. 그녀가 물었다. 어제 내가 쓴 글에 그녀가 남긴 댓글이다.  좋은 질문이다. 괜찮은 질문에는 조금 길게 답하고 싶어 진다. 나 역시 매일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언제 써야 하나? 아침에? 오후에? 밤에? 사실은 시도 때도 없이 쓴다. 요즘 대세라는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 볼까 싶어서 독일 시간으로 오전에 글쓰기를 마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 7월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글쓰기(주말은 쉬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있다. 세계문학 강의를 들으며 내가 배운 독서력 이론을 글쓰기에도 적용해 보려는 시도다. 이론은 간단하다. 독서력이라는 독서 근육을 만들기 위해 1년에 150권 정도의 책을 집중해서 읽는 방법이다. 1주일에 세 권 정도. 크게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그럼 글쓰기는? 독서보다는 난이도가 높다고 보고 주 5회 글쓰기를 1년 동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1년 해보고 안 되면? 고민할 게 뭐 있나. 1년 자동 연장. 읽을 만한 글이 못 되면? 그것도 고민하지 않는다. 매일 쓰는 글쓰기가 키워준 담력이다. 괜찮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언젠가는 내가 읽어도 마음에 드는 오겠지. 그보다는 매일의 글감을 찾아내는 일. 사소한 소재를 두세 시간 안에 한 편의 글로 마무리하는 일.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도록 다듬는 일. 사실은 이런 게 어렵다.


정희옥 작가가 다른 질문도 했다. 브루스케타 만들기에서 바게트 빵에 마늘을 문지른다고 썼는데 어떻게 문지르나.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다시 해봤다. 덕분에 아침부터 맛있는 브루스케타와 커피 한 잔에 햇살을 휘핑크림처럼 듬뿍 넣고 마셨더니 속이 따끈하고 든든했다. 오븐이나 뜨겁게 달군 팬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바게트 빵을 겉이 바삭하게 굽고 마늘 한쪽을 빵의 거친 표면에 쓱쓱 문지르면 된다. 준비한 토핑을 얹고 한 입 베어 물면 마늘향이 향긋!


오, 어제는 노트를 하나 샀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메모장이다. 핑크빛이 환상적. 좋은 글감이나 구절이나 제목이나 소재가 떠올랐을 때 재빨리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주로 폰을 사용했는데 직접 기록하는 것이 낫다는 브런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은 무조건 따라 하고 볼 일. 나이 오십의 기억력은 믿을 게 못 된다. 그럼 글은 대체 언제 쓰는가. 남편과 애도 있고, 시부모님도 계시고, 하루 2시간 알바도 있고, 책도 읽어야 하고, 독일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전전긍긍이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느라 먹고, 자고, 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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