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주인에게 칭찬을 들었다

한국슈퍼 4

by 뮌헨의 마리


가게 일이란 게 바쁠 때도 있고 한가할 때도 있지. 개의치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어제는 알바 가게 주인에게 칭찬을 들었다. 젊은 사람이 야무지고 머리도 좋고 동작까지 빨라 어떻게 해도 그녀의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겠다 싶어 일찌감치 마음을 접은 지 오래. 가게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적인 실수만 말자. 이것이 알바를 갈 때의 내 모토다. 그럼에도 알바 생활 만 5개월째인 지난주까지 말도 안 되는 실수도 여러 번이었다. 그동안 깨뜨린 접시는 대여섯 개. 그중 하루에 세 개를 깨뜨린 기록까지 보유하고 다. 게 무슨 자랑이라고.


어제는 화요일. 1일 1 메뉴인 우리 가게에서 자타 공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치킨마요 데이. 평소에도 땀 꽤나 흘리는 날인데 동료가 한국에 휴가를 간 이후로 이번 주는 충원이 어려웠나 보다. 바쁜 화, 수에 가게 주인과 나 둘 뿐.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이 오십이 되면 이 정도는 걱정할 일도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그래 봐야 고작 두 시간. 가게 일이란 게 바쁠 때도 있고 한가할 때도 있지. 적정 인원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개의치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종횡무진 충우돌. 어제의 상황을 사자성어로 요약하자면 그렇다. 치킨은 계속 팬에 볶아야 했고, 밥이나 샐러드가 모자라지 않은지, 간장 등 세 가지 양념통도 수시로 살펴야 했다. 큰 그릇, 작은 그릇, 수저통도 체크해서 모자란 것부터 재빨리 씻어주고 마른행주로 닦아 채워놓는다. 주 메뉴뿐 아니라 김밥이나 국이나 세 종류의 만두나 김치 등 사이드 메뉴 주문도 신경 써야 한다. 그 와중에도 나의 경쟁력은 친절. 아무리 바빠도 미소를 잊으면 안 되지. 어제는 그동안 숨어있던 신속과 정확이라는 내공까지 저절로 발휘되었다. 내가 봐도 신공 수준. 그러니 칭찬은 덤이었다.


율리아나의 생일 초대장(좌/우) 도서상품권(가운데)


그렇게 멋지게 하루치 알바가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나이 지긋한 독일 남자분이 쫄면에 대해 문의했다. 이건 참. 라면도 아니고 국수도 아니고 외국인이 쫄면이라니. 그런데 이분이 독특한 질문을 했다. 핵심은 쫄면이 아닌 모양. 뮌헨에 한국인 모임이 있느냐. 그곳 연락처를 알 수 있느냐. 듣다 보니 이상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결론은 한국 여자를 소개받고 싶단다. 헐! 본인도 대놓고 말하긴 뭐했는지 목소리를 낮췄다. 빨리 꿈 깨시라, 사정은 딱하나 단호하게 화답했다. 그런 용무라면 어디에서건 친절한 답변을 얻기는 힘들겠다고. (설마, 나한테 작업 거신 건 아니겠지?)


같은 시각에 브런치에도 첫 악플이 달렸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인들이 보면 나보다 더 펄펄 뛰고 속상해할 내용이었다. 이런 일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침착하게 신고와 삭제 수순을 밟았다. 요지는 '말도 안 되는 어휘 선택과 글 수준을 보니 가방끈이 짧겠다'는 것. 미안했다. 가방끈이 길어서. 악플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읽지도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지만 그래서야 악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으니 한 번만 읽어주는 걸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독설에 기분 나쁠 시간이 어디 있나. 무조건 패스!


오후에는 아이와 후겐두벨 서점엘 다. 토요일이 아이의 절친 율리아나 생일 파티라 초청장에 적힌 대로 생일 선물로는 도서 상품권을 샀다. 실용적인 아이디어라 다음에는 나도 참고해야겠다. 뮌헨 시청사가 내다보이는 창가 앞 빨간 소파에 앉아 책도 읽었다. 실내는 쾌적했고, 크게 붐비지도 않았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지. 다 좋을 수도 없고, 다 나쁠 리도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방을 나오자 마리엔 플라츠로 이어지는 아케이드에서 마법처럼 펼쳐지는 거리의 삼중주. 예사 솜씨가 아니란 소리 하나만 듣고도 알았다. 아이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오! 와! 탄성에 맞춰 동전 지갑이 저절로 열렸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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