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란 오래 함께 살아서 공기처럼 느껴지는 존재. 없으면 금방 표가 나지만,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는.
오늘은 남편이 내 테마다. 그동안아이 이야기는했어도 남편 이야기는 별로안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편에 대해서라면 딱히 할 얘기가 없어서다. 남편이란오래 함께살아서 공기처럼 느껴지는 존재. 없으면 금방 표가 나지만, 곁에있으면 소중함을 모르는. 솔직히남 얘기 중 들어주기 힘든 게 배우자 자랑 아닌가. 그리고 아이. 순서는 바뀔 수 있지만. 특히 30~40대에 그런 문제로 불화가 생기는 것을보았다. 반대로 나이 드신 분들은 듣기 좋다.
그럼에도 남편 얘기를 꺼내는 것은 독일의 문화 차이를 말하고 싶어서다. 지난 주말 나는 발마사지 자격증 코스를 이수했다. 이틀 동안오전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집중 강좌였다.(뭘 해도 인텐시브 코스를 선호하는 나는 한국인!) 이 시간을사수하려고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 방문도 지지난 주에 계획했건만천재지변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악의 폭염이 예고되는 바람에일정을연기한것.새어머니께양해를 구하고 내가 마사지 코스를 가는 동안 일요일에 아이와 남편만 다녀왔다.
문제는 시어머니 쪽이었다.미국에서 온 양아버지의 둘째딸을 포함 양아버지의 두 딸과시어머니의 두 자녀인 바바라와 우리가족을저녁 식사에 초대하신 것. 하필이면 토요일에. 장소는 슈탄베르크 역 앞 이태리 레스토랑이었다. 문제는 약속시간이 오후 5시라는것. 나는 오후 6시에 마치는데. 그것도 뮌헨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저녁 7시는넘어야 도착할것 같았다. 발마사지수강을 9월로 연기해야 하나?양아버지의 둘째 딸 베티나는 1년에 한 번 밖에 독일에 못 오는데.
작년 연말 뮌헨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가 있다. 연말에한글학교 학예회에서 만나 심각했던내 갱년기 우울 증세를 들어주느라 고생했던 친구. 40대인 친구는뮌헨에서어린 두 딸과경제적인 자립을 꿈꾸며우리나라의 옛 전문대학과 비슷한독일의 호흐 슐레 Hochschule에 다니고 있다. 전공은 사회 복지. 총 2년 반 과정인데 현재 6학기 째다. 참고로 이 전공은 독일에서 직장을 구하기가쉽다.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인데나이 많은 학생도 꽤 있단다. 애 둘 키우기도 힘들 텐데 어려운공부까지 하는대단한친구다.
친구가 독일어를 배울 때 만난 아시아계 지인이 마사지 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은 얼마 전에 들었다. 친구가그 가게에서 주 1회 카운터 알바를 하고 있다는말도. 지인이 자기 휴무일에 대리 근무 기회를 준 것.마음씨도 좋고 괜찮은 사람(남자 아님!)이라는 소리에 호기심이 동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나. 그것도 외국에서. 마사지의 '마'자도 모르는 직원들을 하나하나직접가르쳤다는 말에도 솔깃했다. 저런 마인드드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나도 한번 배워 봐?투잡도괜찮은데.글쓰기까지 쓰리잡?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행동으로 옮기는게 내 스타일.심사숙고란 없다. 자랑이 아니라 그렇게 생겨 먹었다는 말이다.친구에게 지인을 소개해 달라고 마구졸랐다.'나 마사지받는 것보다 해주는 걸 좋아함.(무수리과 맞네!) 감각 있음.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 소유자.' 나이가 많다고고용해줄까 하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나이 드니 좋은 점 두 가지. 뻔뻔해져서 부탁을 잘하게 된다. 남의 눈 때문에 엄두도 안 내던 일에도도전하게된다. 한국도 아니고독일이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좋아하는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벌면 일석삼조.
남편 얘기를 하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그리하여 평소 관심 있던 발마사지를 검색해서 기왕이면 자격증까지받는코스를 찾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다! 한국 가기 전에 가장 빠른 일정을 골라 접수 완료! 무슨일이든 생각만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법. 나중에 남는 건 미련뿐이다.일이 되려고 했던지 처음에는 내 나이가 많다, 생각보다 마사지 일이 쉽지 않다며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친구가 며칠 전 지인에게 말해 볼 테니 걱정 말라고했다. 물론걱정할리가있나.도전은 해보라고 있는 것!
일이 또 되려고 했는지 알바도월~수 사흘만 하기로 했다. 기회가 올 때 잡으려면 시간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드레스를사 두어야 파티에 가지. 어떤 일도 예고란 없다. 아무리 두 시간 알바라도 가게 사정이 있으니 갑자기 일을줄이기도 어렵다.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투잡은 1주일에 2가지 일을 하는 것. 그래야 덜 지겹고 오래갈 수 있다. 아, 그런데 왜 발마사지냐고? 내가 좋아하는 종목이어서.배우기도쉽고 실용적이고고객 입장에서보자면가격까지착하니까.
일이 되려면 뭘 해도 된다. 시원한 한 방은 남편이 날려주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을 보던남편이 그냥 하란다. 식사가뭐가 중요하다며. 앗, 남편님!!!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남편의 한 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맞다. 밥은 자주 먹는다. 양아버지 딸도 매년 본다. 새어머니도 다음에 방문하면 되고. 뭐가 중요한가. 내 인생이소중한것을 자꾸 잊는다.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알고. 배워서 남 주나?(결론은? 당연히 좋았다. 발마사지원하시는 분은 줄만 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