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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l 10. 2019

내 이름은 마리 Marie

이름이란 무엇인가


작년 뮌헨에 온 이후로 한 번도 내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예외 없이 모두가 '유'에서 멈췄다. '정'이 뭐길래 그게 그리 어렵나.



시누이 바바라는 사워 Saur라는 말고도 총 세 개이름을 가졌다. 따라서 풀네임도 길다. 바바라 카롤리네 마리아 사워 Barbara Karoline Maria Saur. 바바라도 마리아도 부르기가 쉽다. 톰이나 잭, 제인이나 모니카처럼. 그러나 바바라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름 가시덤불로 뒤덮인 난공불락의 안에서 조용히 잠자는 카롤리네였다. 본인에게는 바바라보다 우아하게 들린다나. 나의 시어머니와 친가, 외가 할머니 등 세 사람이 지었다는 그녀의 이름은 어찌 됐건 '바바라' 총대를 매고 선두에 서 었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내가 궁금했던 건 바바라가 아니라 카롤리네로 살았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이름 때문에 인생이 무거워진 케이스가 바로 다. 시댁 식구들은 불굴의 의지로 사돈의 팔촌까지 내 이름을 외워서 불러주었지만 문제는 타인들. 내 이름이 그리 어려운 줄은 뮌헨에 와서 처음 알았다. 독일에서 결혼하고 어학연수를 할 만 해 문제가 었는 작년 뮌헨온 이후로 가족 말고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예외 없이 모두가 '유'에서 멈췄다. '정'이 뭐길래 그게 그리 어렵나.


나도 남들처럼 영어 이름을 가질 때가 된 건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 1년. 이 나이에 영어 이름이라니. 아이 학교 학부모들을 만나면 '그냥 '유'라고 불러', 했건사정이 여의치는 않았다. 학부모과는 애써 이름을 외워줄 만큼 각별한 사이아니었기에. 그러다 마침내 결단의 날이 왔다. 지난 주말의 마사지 코스. 총 여덟 명의 참가자 중 프랑스 출신이 두 명, 이태리 출신이 한 명이었다. 남자 셋, 여자 다섯. 토요일 아침 열 시였다. 우리들의 이틀을 책임질 강사는 베티나. 골격이 단단하고 키가 장대한 친절한 독일 여자 선생님이었다. 



수순은 자기소개부터. 침상이 네 개인 마사지 룸에서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실습을 해야 했다. 남녀 불문 최대한 모든 참가자들과 상대를 바꿔 실습을 해 보는 게 목표였다. '난 한국인. 이름은 유.. 아니야, 그냥 마리라고 불러!' 그러나 자격증에는 반드시 한국 이름을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왜 마리냐고? 이십  성당을 다녔는데 세례명이 마리안나여서 나를 마리 Mari라고 불렀다. 올해 독일어로 카뮈의 <이방인>을 읽다가 주인공의 여자 친구 마리 Marie에게 마음을 내준 그렇. 선생님인 베티나가 실습 노트에 Marie라고 적는 순간 나는 마리가 되었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마사지 자격증을 고 무사 귀환하니 브런치 1년의 막이 내렸다. 내 이름 앞에 마리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고 2년째의 날을 열기로 다. 뭐가 됐든 새 출발이란 좋은 거니까. 뭔가 새로운 기분도 들었다.  인격을 부여받은 기분?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자아에게 이름표를 달아준 기분? 마사지 수업에서는 친구도 생겼다. 안드레아.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금방 친해진 친구. 27년간 미용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을에는 안드레아와 로미 마사지 Lomi Massage라는 오일 마사지 코스도 같이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내게 마시지 코스를 시작하는 동기를 부여해준 마사지 샵에서 근무하는 한국 친구와는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마사지 가게 주인인 지인에게도 말을 했단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주겠다고. 무턱대고 소개만 해달라 조르긴 했으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람 일이란 어디서 첫 가닥이 풀릴지 모르는 법이라서.  좋고 안 돼도 그만이다.  뜻대로만 된다면야 인생의 참맛을 있나. 적당한 반전과 역설과 아이러니가 양념처럼 어야 진정한 인생일 테니. 이름을 바꾼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글쎄, 그런 마법은 알라딘에서나 가능하겠지. 다만 부르기 쉬운 이름이라면 인생이  가벼워 지기하겠지.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도 몇 사귀면 금상첨화. 이름이 있어야 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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