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화가 우리와 다른 것 중 하나는 생일 축하를 생일을 맞기 전에 하면 안 된다는 것. 생일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은 언제라도 괜찮다.
독일 문화가 우리와 다른 것 중 하나는 생일 축하를 생일을맞기 전에 하면 안 된다는 것. 생일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은 언제라도 괜찮다. 시간이 없다고 미리 생일 축하나 선물이나 식사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복이 달아난다고. 아이들의 생일 파티도 그렇다. 1~3월생들처럼 겨울에 생일이 있는 아이들은 5~6월로 미루는 경우도 흔하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 공원 등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 아이 절친 율리아나는 1월생인데 7월 초에 생일 파티를 했다. 우린 2월생. 우리도 여름방학 전에 끝내기 위해 서둘러야했다.
작년에는 독일 온 지 얼마 되기도 전에 아이의 생일이 닥쳐서 정신없이 생일 1주일 후에 집에서 파티를 했다. 아이 반에서 두 명, 윗집 오스카와 남편의 독일 친구네 남자아이도 왔다. 남편이 보물찾기 지도를 그려서 집안 곳곳에 숨겨두고 아이들과 보물 찾기도 하고, 보드 게임도 하며 놀았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과는 집에서 차를 마셨다.음식은 닭죽을 끓였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집 앞 이태리 레스토랑 <라 소피아>에서 피자를 공수했다. 케이크는 파파가 마모아 쿠헨을 구웠다.
그래도 해보니 집은 역시 아닌 것 같았다. 한 겨울이라 아이들이 뛰고 놀 공간이 없었다. 아이는 작년에 딱 한번 학교 친구에게서 생일 초대를 받았는데 우리 반 한나였다. 4월 초가 생일인 한나는 뮌헨 외곽 유스호스텔의 다용도 공간을 렌트해서 생일 파티를 했다. 밖에는 공원과 야외 그릴도 있었다. 조금 쌀쌀하기는 해도 오후에는 해가 나와서 아이들은 야외에서 그릴을 했다. 실내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서 행사 담당자와 빵도 굽고 게임도 하며 놀았다.
올해는 집 말고 다른 곳에서 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일단 생일 파티 날짜를 연기했다. 다른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도 눈여겨보았다. 다행히 반 아이들에게 초대를 세 번이나 받았다. 많은 건 아니지만 그 정도면 괜찮았다. 생일 파티는 보통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서너 시간 정도 소요되고, 아이들만 초대를 받는다. 카타리나는 자기 엄마가 일하는 박물관 견학으로 생일 파티를 대신했고, 독일식 햄거버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파티에 온 친구들에게 답례로 주는 선물은 없었다.
한나는 토요일 오전에 자기 집에 모여 음식을 먹고 해와 달과 별을 보는 천문대로 갔다. 대낮에 무엇을 보는지 궁금했는데 해와 낮달을 보았다고 한다. 초대 인원이 많아서 놀랐다. 1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반 친구들이 아닌 아이들도 섞여 있는 건 별로였다고 아이가 말했다. 율리아나는 트람폴린을 하며 노는 곳에서 생일 파티를 대신했다. 보통 선물은 15유로 전후로 고르는 듯했다. 책방 후겐두벨의 상품권도 좋다고 초대장에 적혀 있어 선물 고르기가 쉬웠다. 아이들 생일 때는 반드시 초대 카드를 보내고 참가 여부를 통보한다.
다음은 우리. 아이와 세 가지 옵션을 의논했다. 도자기 공방에서 접시 등 색칠하기, 수영장 가기, 영화관 가기. 수영장은 여기 아이들에겐 주말마다 부모들과 가는 곳이고, 영화관은 아이들이 어려서인지 호불호가 뚜렷하다. 영화 선택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도자기 공방. 금요일 오후 1시 30분 방과 후에 내가 아이 포함 다섯 명을 픽업해서 학교 옆 이탈리에서 피자를 피자를 먹었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후 이탈리 앞 공방으로 출발. 반아이들 네 명의 초대 카드는 앞뒤로 아이가 직접 쓰게 했다.
공방에서 다섯 아이들을 지켜보며 놀란 건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었다.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만 9세 아이들에겐 반드시 보호자가 1명 있어야 하기에 자리만 지켰다. 아이들은 공방의 담당자에게 붓과 물감 사용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알아서 원하는 접시 등을 골라왔고,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과 디자인을 선택했다. 누구도 고민하거나 물어보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가장 놀란 건 카타리나. 접시 안쪽은 스펀지로 찍고, 접시 바깥쪽은 비눗방울처럼 물감 방울을 떨어뜨려 완성하더라는 것.
율리아나도 창의성 면에서 독보적이었는데 접시 안쪽에는 고양이 그림을, 바깥에는 자기 절친들의 이름을 빙 둘러서 썼다. 더 놀라운 건 같이 공방에 온 네 명의 친구 중 우리 아이를 포함 세 명의 친구 이름은 쓰면서 카타리나의 이름은 끝까지 안 쓰더라는 것. 자기와 안 친하다고. 눈치를 보지도 남의눈을 의식하지도 않는 의식의 발로라고 봐야 하나. 개성이 뿌리내리기 좋은 토양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우리 아이와 또 한 명의 한나는컵케이크 모양의 보석함을 말도 없이 끝까지 앉아서 색칠했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밥값으로 음료 포함 60유로. 아이스크림과 물 등 추가 비용은 26유로. 공방 비용은 80유로(접시 17유로/ 컵케이크는 15유로) 1주일 후에 구운 접시를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투명 지갑에 사탕을 넣어 답례 선물까지 준비했더니 총비용이 200유로 정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지만 후련했다.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서 다음에도 여기 오자고 아이를 꼬셨으나 요지부동. 결정은 자기가 한단다. 율리아나가 하나 더 해도 되냐고 애원하는 걸 다음 생일에 또 오자고 얼렁뚱땅 넘겼건만. 아이의 생일 선물로는 후겐두벨 서점 상품권을 받았다. 고민도 줄이고 실속도 있었다. 아이의 늦은 생일 파티를 하며 결심한 것 딱 한 가지는 내년부터 생일 파티는 절대로, 절대로 미루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