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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02. 2019

서울의 기억들 사랑의 추억들

그리고 뮌헨!


오전에는 짐을 쌌고, 오후의 해가 방 안으로 비쳐 들었다. 친구들과 집에서 강원도 사과를 먹었고, 달콤한 복숭아도 먹었다. 그중 친구들의 사랑을 제일 많이 먹었다.


독일 빵 vs 강원도 사과+선유도의 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복숭아!


독일로 오기 전에 다시 강원도를 다녀왔다. 언니와 아이도 함께였다. 언니가 요가 수업을 마치고 점심때쯤 청량리역에서 출발했다. 언니를 위해 법흥사 적멸보궁에도 다시 들렀다. 스님의 거처로 돌아오는 길에는 강원도 사과를 다. 온통 볼이 붉은 사과는 아삭하고 서늘해서 강원도 맛이 났다. 예순이 넘으신 스님께서 깊은 산중에 홀로 계시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어쩔 것인가. 한번뿐인 인생. 누구나 목숨 걸고 얻고자 하는 게 있는 법이다. 따질 것도 알 필요도 없다. 홀로 가는 길. 따로 또 같이.


출국 전날에는 친구들이 찾아왔다. 장기 출장을 다녀온 J언니가 저녁에 합류하려는 것은 말렸다. 작년 출국 날 아침 J언니가 김밥을 사들고  기억이 다. 언니의 마음은 알고도 남지만, 내가 떠난다고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계속 살아갈 체력과 기력은 남겨둬야지. 여수 전날 부산에서 올라오셨다는 언니의 어머니도 집에 계시는데. 친구들과는 집에서 만났다. 오전에 서둘러 짐을 쌌고, 오후의 해가 늦도록 방 안으로 비쳐 들었다. 강원도 사과를 먹었고, 달콤복숭아도 먹었다. 그중 친구들의 사랑을 제일 많이 먹었다.



언니의 식물 vs 엄마의 집밥 vs 아이의 일기


언니 집에서 머문 시간은 평화롭고 편안했다. 매일 아침 언니와 바게트를 구워 잼을 아무렇게나 바른 후 믹스 커피와 함께 먹었다. 그것보다 부담 없고 맛있는 아침은 없었다. 엄마의 집밥은 일주일에 서너 번 먹었다. 점심 때도 먹고 저녁에도 먹었다. 엄마의 갈치 굽는 솜씨는 여전했다. 어쩌면 그리 고소하고 맛있는지! 아이의 일기도 계속되었다. 투덜거리면서도 마지막까지 해냈다. 아이의 성취이자 엄마의 성취로 기록될 것 같다. 아이도 나도 한국에서 놀기만 한 건 아니었다는 위로 같은 . 놀기만 해도 되는데!


선물도 많이 받았다. 다 들고 올 수가 없어서 필요한 이들과 나누기도 다. 섭섭해하지 않으실 거라 믿는다. 가장 좋았던 건? 원 없이 보고 온 능소화. 길에 떨어져도 품위를 잃지 않던 꽃. 살면서 그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사랑한다고 미워한다고 체면을 구긴 적이 오죽 많아야지. 앞으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함정이다. 나이를 먹으면 그게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었다. 모든 게 습관이었다. 남은 날들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 할 이유다.





일요일 아침 10시 15분 인천을 출발. 뮌헨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2시. 시차 7시간을 빼고 더한 결과였다. 4시간 에 서울에서 뮌헨으로 공간 이동한 기분. 한국은 저녁 9시였다. 뮌헨에 도착한 9월의 첫날은 더웠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체감 온도 28~29도. 남편과 아이와 셋이 오후에 이자강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뮌헨의 저녁 6시. 아이는 파파와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고 시차 때문에 눈이 감긴 나만 먼저 자러 갔다.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1시였다.


오늘 아침에는 기온이 19도로 떨어졌다. 비도 부슬부슬 내렸다. 이것이 정상이다. 어제 공항으로 마중을 왔던 남편이 독일 아침 빵인 셈멜을 두 개나 들고 왔다. 차 안에서 아이와 빵을 나눠먹자 비로소 독일에 돌아온 것 같았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두 번이나 잠이 깼지만 다행히 6시까지 잤다. 시차 적응은 첫날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아침을 안 먹던 아이도 7시에 일어나 배가 고프다며 빵을 먹었다. 식성으로만 보자면 우리 가족은 독일식이 맞다. 하루 세 끼로 한 달 만에 쑥 오른 체중은 하루 두 끼 간헐적 단식으로 다스릴 생각이다. 서울에서 (그리고 부산에서!) 음식 대신 바리바리 싸 온 사랑의 추억이 차고도 넘쳐 배도 고프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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