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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Aug 27. 2019

부산에서 달을 보았다

아이의 일기 13, 14, 15, 16


어느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달이 밝게 빛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달을 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2019. 8. 12) 


한국에서 13일째


오늘은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갔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곳은 '계곡'이었다. 물은 안 차갑고 따뜻했다. 엄마가 물에 들어가도 다고 했다. 물에 들어갔더니 옷이 다 젖었다. 점심은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무척 맛있었다. 엄마가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나는 친척 이모와 이모부랑 있었다. 이모와 이모부랑 다른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났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났다. 그 아이와 여동생과 놀다가 돌아왔다.



(2019. 8. 13)


한국에서 14일째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서 짐을 쌌다. 왜 짐을 싸는지 몰랐는데 오늘은 다른 데서 잔다고 했다. 친척 이모가 차로 우리를 카페에 데려다주었다. 거기에 엄마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척 이모가 차 안에 있던 곰 인형을 선물로 주셨다. 용돈도 주셨다. 엄마는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엄마 친구가 가고 나서, 다른 친구가 두 명 더 왔다. 엄마 친구들과 우리가 잘 곳으로 갔다.





(2019. 8. 14)


한국에서 15일째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엄마 친구가 한 명 더 와 있었다. 엄마와 엄마 친구들과 슬라임 카페에 갔다. 엄마 친구들은 영화를 보고, 엄마는 슬라임 카페에 같이 가서 기다려 주었다. 나는 처음에는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고, 그다음에는 슬라임을 만들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보석함도 만들었다. 우리가 슬라임 카페에서 나오자 이모들 영화도 끝났다. 이모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2019. 8. 15)


한국에서 16일째


오늘은 오전 내내 집에 있었다. 점심도 시켜서 먹었다. 오후 늦게 엄마와 이모들과 노란 카페에 갔다. 노란 카페는 여전히 예쁘고 편했다. 카페에서는 핸드폰으로 '짱구' 보았다. 어느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달이 밝게 빛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달을 구경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P.s. 미안하게도, 아이의 부산 기행기는 엄마 친구로 시작해서 엄마 친구로 끝난 것 같다. 어쩔 것인가. 원래 엄마가 그런 사람인 것을. 올해의 수확은 계곡의 발견! 아이가 어릴 때는 부산에서 가끔 계곡에도 데려갔건만 기억을 못 했다. 아이는 계곡물을 좋아했다. 나도 한국의 계곡이 그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다. 물이 참 곱고 맑았다. 독일의 시부모님들께 계곡 사진을 보냈더니 바다냐고 물으셨다. 세상에! 독일엔 계곡이 없나?


나이 들어 아이를 키우니 온갖 카페를 다 가본다. 이름하여 <슬라임&폰케이스 내 맘대로> 카페가 그랬다. 다른 친구들처럼 일찍 애들을 키웠다면 절대 몰랐을 트렌드다.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나를 보며 친구들이 위로를 해주었다. 다른 집 애들은 금방 크던데, 우리 집은 아직도 열 살! 부산에서 친구들 만날 때마다 '얘는 언제 크니?' 하는 엄마 얘기를 듣고 서울 와서 열심히 우유를 챙겨 마시는 우리 집 어린이. 참고로 아이는 다섯 살까지 우유만 마셨다. 세상에서 우유가 제일 맛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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