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알바는 조식 부페 서비스로 아침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일한다. 룸은 총 28개. 직원은 미나와 나 둘. 어려울 건 없다. 투숙객이 내려오면 커피를 내리고, 기호에 맞게 계란 요리하기. 오믈렛이냐 프라이냐. 오믈렛은 토마토를 넣느냐, 치즈와 햄을 넣느냐의 차이다.
내가 일하는 호텔
지난 금요일 알바를 구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마리아힐프 플라츠 Mariahilfplatz 옆 작은 호텔이었다. 지난봄부터 뮌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알바가뭘까 궁금해서 지역 신문 구인란을 살펴보다가 집에서 가까운곳이라 머릿속에 저절로 입력된 호텔이었다. 규모가 작은 패밀리 호텔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분야는 처음이니 작은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게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지난주에는 호텔 앞까지 갔다가 한번 돌아온 적도 있었다. 호텔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위치에있었다. 마리아힐프 광장에서 도이치 뮤지엄 방향으로 큰길 건너 골목 입구였다. 외관은 깔끔하고 단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호텔 문을열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는못했다. 정오 때라 식사 중이면 타이밍이 안 좋다 싶기도 했고 그보다는 용기가 부족했다. 용기를 내어 금요일에 다시 간 이유는 지역 신문을 아무리 훑어봐도 구인 광고가 안 떠서. 안 되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더라도 그전에 물어보기라도 하려고.
내가 일하는 호텔 레스토랑
지금이 뮌헨의 호텔에서 일할 최적기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올해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 Oktoberfest 는 2019. 9. 21(토)~10. 6(일)까지 보름 동안 열린다. 뮌헨이 가장 북적이는 시기. 그 많은 뮌헨의 호텔에 방을 구할 수도, 가격도 천정부지로뛰는 시기다. 뮌헨에 오기 전까지는 옥토버 페스트에 대해서는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옥토버 페스트와 내가 무슨 상관인가. 그러다가 글을 쓰며 틈틈이 알바라도 해봐야겠다 생각하니 옥토버 페스트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때만은 일자리가 넘친다는 뜻이니까.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레스토랑이었다. 2~4인용 테이블이 10개 미만. 테이블 위에는 크리스털 전등과 천정에는 바이에른 빵인 프렛첼이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레스토랑을 지나 통로를 직진하면 리셉션,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키친이었다. 주인 할머니의 딸 니콜이 혹시 사람 필요하냐는 내 질문에 반색하며 뒷뜰로 가서 기다리라 하고는 노트와 펜을 들고 왔다.
누가 일할 건데? 네가? 응, 하고 대답하는데 뒤따라 나타나신 주인 할머니가 경력은? 하고 물으셔서 한국슈퍼 점심 코너 5개월이 다예요. 했더니 그거나그거나, 하시며 오케라는 뜻으로 돌아서셨다. 그러자 딸이 내일부터 바로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하지! 주말 이틀에 이어 사흘째인 오늘 함께 일하는 모나코 출신 미나의 말에 의하면 내가 방문한 그날 한 명이 그만두었다고. 타이밍으로만 보자면 이보다 더 절묘할 수 없다. 지금은 아침 7시 30분부터 12시까지 일한다.
내가 일하는 호텔 레스토랑
룸은 총 28개. 키친과 레스토랑 담당 직원은 미나와 나 둘. 어려울 건 없다. 투숙객이 내려오면 커피를 내리고, 기호에 맞게 계란 요리하기. 오믈렛이냐 프라이냐. 오믈렛은 토마토를 넣느냐, 치즈와 햄을 넣느냐의차이다. 계란 한 개용 미니 무쇠 프라이팬은 나도 꼭 장만해야지. 미나는 버터를 큼직하게 잘라넣더라. 식사가 끝나면 재빨리 치우고 테이블을 세팅한다.주인 할머니 프라우 쿠프나 Frau Kufna는 오전 내내 키친을 들락날락하며 잔소리를 날리신다. 나는 그것을 열심히 새긴다. 그 속에 패밀리 호텔 운영 노하우가 다 들어있을지 누가 아나.
둘째날인 일요일에는 주인 할머니의 칭찬도 들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뒷뜰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가 깍뜻하게 아침 인사를 드렸다. 무심한 듯 시크하신 게 사흘 동안 지켜본 할머니의 특징이다. 연세는 일흔쯤 되신 것 같다. 딸 하나 아들 하나. 주말에는 아들이 나와서 카운터를 지켰다. 아침부터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부엌이 마주보이는 뒷뜰 흰 차양 천막 안에 앉아서 커피와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신문을 읽으신다. 그날 아침 키친을 지나며 한마디 던지신 말은 이랬다. '너, 독일어를 잘 하는구나.' 그 한마디에 없던 자신감이 수직 상승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