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벽에 호텔로 일하러 간다

호텔 2

by 뮌헨의 마리



오전에 호텔 일이 끝나면 마리엔 플라츠의 후겐두벨 서점으로 간다. 오후의 글쓰기 출근이다. 글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쓴다. 오늘처럼 완성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래도 쓴다. 그래서 쓴다.




이런 타이틀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출근이란 걸 안 하고 산 지가 너무 오래라 감회가 새로워서. 나이 오십에 밥값하고 사는 기분이랄까.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서 촌스럽게 이러나. 풀타임이 아니라서 월급을 많이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그래도 내 힘으로 세금까지 내고 사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특히 아이에게 목에 힘주고 이렇게 말하는 기분도 괜찮다. '엄마도 일 하느라 피곤해!' 이 말이 먹힐 땐 얼마나 신나던지.


지난 5일 동안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고 12시쯤 퇴근했다. 어제 주인 할머니 딸 니콜이 주 5일 근무니 이틀 쉬라는 걸 사양하고 오늘도 출근했다. 10월까지는 호텔도 성수기라 손님이 많다. 둘이 일해야지 내가 쉬면 우리 사수 미나가 너무 힘들다. 모나코 출신의 이 친구는 쉬지도 않고 일한다. 어제는 12시 반에 일이 끝나자 룸 청소하러 객실로 올라가는 걸 봤다. 남편이 그리스 사람인데 둘 다 외국인이라 독일에서 사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10월 말에는 아이의 가을 방학이 있다. 1주일 방학인데 이때 휴가를 받을 생각이다. 오전만 일하는 거라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은 것도 출근의 이유였다. 덕분에 밤에는 잠을 잘 다. 오늘은 새벽 6시 30분에 출근을 했다. 일찍 와서 뷔페 차리는 것도 배우라고 호텔 주인 딸 니콜이 말했기 때문에. 맞다, 그것도 잘 봐 두어야 한다. 미나가 아프기라도 하면 혼자서 척척 해내야 하니까. 어젯밤에는 10시에 글을 올리고 바로 잤다. 오늘 아침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남편과 아이의 샌드위치를 준비해놓고 갔다. 어둑어둑한 출근길도 무섭지 않았다.



햄&살라미, 모둠 야채 그리고 핑거푸드 절임류



요즘은 며칠째 아침 일이 끝나면 미나의 뷔페 준비도 돕는다. 새벽에 혼자서 그 많은 준비를 어떻게 하나 했더니 전날 미리 한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준비할 대형 쟁반은 총 6개. 치즈, 햄과 살라미, 핑거푸드 절임, 모둠 야채, 훈제 연어, 모둠 과일. 거기다 과일 코너에도 과일을 채워 넣고, 각종 요구르트 쟁반은 유통 기간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삶은 계란과 토스토, 신선한 주스도 가득 부어놓는다. 여러 종류의 미니 냉동빵은 아침에 미나가 오븐에서 직접 굽는다. 출근해서 갓 구운 따끈한 크라상을 카푸치노와 먹는 맛이라니!


오늘의 리셉션 담당은 주인 할머니 딸 니콜. 그녀가 키친으로 와서 말했다. '마리, 오늘은 너 혼자 쟁반을 준비해 봐!' 아이고, 망했다! 내가 난감해하자 니콜이 웃으며 말했다. '직접 해봐야 알게 돼. 실수해도 괜찮아. 그것도 배우는 거니까.' 독일의 이런 마인드 정말 좋다. 그래서 해봤냐고? 아니, 못했다. 우리 사수가 칼과 도마를 넘겨줘야 말이지. 성격 급한 미나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거기다 일을 앞에 두고 가만있을 그녀가 아니다. 말없이 옆에서 미나를 도왔다. 보는 것이 배우는 것. 베테랑은 해도 다르다.


오전에 호텔 일이 끝나면 마리엔 플라츠의 후겐두벨 서점으로 간다. 오후의 글쓰기 출근이다. 출근 셋째 날엔 호텔 손님이 프런트에 팁을 20유로 남기고 갔다. 호텔 주인 프라우 코프나 Kofna 할머니가 미나와 내게 사이좋게 10유로씩 주셨다. 첫 팁으로 후겐두벨에서 손안에 쏙 들어오는 부처님을 샀다. 점심을 먹고 글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쓴다. 오늘처럼 완성하지 못한 날이 많다. 그래도 쓴다. 오후의 글쓰기 루틴에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 거니까.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실수도 필요하다. 누가 뭐래도 묵묵히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쓴다.



새벽의 마리아힐프 성당과 마리엔 플라츠의 뮌헨 구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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