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든 고양이든 꽃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선한 구석이 있다고 믿는다. 개를 생각하는 마음도 뮌헨의 시청사나 프라우엔 성당 만큼 저렇게나 높고 깊고 고귀할 수 있구나.
뮌헨의 상징 프라우엔 성당
오늘 호텔 카운터 담당은 주인 할머니 딸인 니콜이었다. 보통 미나와 나와 룸 청소 담당인 노흐까지 출근하면 15분쯤 후에 니콜이온다. 며칠 전엔 내가 5분쯤 늦었는데 웬일인지 그녀가 먼저 출근해 있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아니, 왜 그렇게 일찍 오는 거야? 사람 놀라게. 그러니까 평소에 잘하는 게 중요하다. 어쩌다 늦을 때 꼭 걸리는 건 대체 무슨 법칙이람.
주인 할머니 프라우 코프나가 주방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30분쯤 후다. 미나와 나는 할머니가 언제 주방으로 출현하실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키우시는 작고 하얀 개 두 마리가 발발거리며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딱 1~2분 후에 오신다. 그 개들의 이름이 루나와 하피피였나?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이름을기억하는 데 약하다. 내 친구 영희네 밀루와 모카라는 냥이들 이름만 빼고.
오늘은 니콜이 오전이 다 지나도록 출근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한번 출근을 못 한 적이 있는데 니콜이 키우는 개 마우지가 아플 때였다. 이름이 마우지라니. 처음 들을 때부터 놀랐다. 마우지는 독일어로 생쥐를 뜻하는 마우스의 애칭이다. 한국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정도의 어감이다. 독일이나 서양 사람들이 쥐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주인 할머니도 쥐를 귀엽게 생각하시더라는 것. <미키 마우스>나 <라따뚜이> 같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만하다. 얼마나 사랑하면 개를 그런 이름으로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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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이 마우지와 함께 호텔로 출근한 것은 정오가 지난 후였다. 마우지는 목에 옷깃을 세운 것처럼 커다란 목 보호대를 하고 나타났다. 이 검은 개의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부터 설명해야겠다. 지금까지 본 개들 중 가장 맑고 순했다. 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인간적인 눈 같다고 할까. 처음 본 날부터 내 무릎에 코를 갖다 댔다. 마우지를 보고 처음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개. 지금은 수술 후 많이 아픈 개 마우지.
가까운 한국 친구들 중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 많다. 그것도 한꺼번에 두세 마리씩. 우리 호텔에는 개가 세 마리다. 매일 보다 보니 개가 이쁜 줄을 알겠다. 우리 아이도 얼마나 개들이 보고 싶었으면 어제 하굣길에 호텔에 들러 주인 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미나도 만나고 할머니의 개 두 마리도 만났다. 목적은 당연히 할머니의 개 두 마리였다. 개들이 자기에게 정답게 굴었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예전에 상해에서 살 때 어떤 분도 그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중고생이 되면 집에 와도 코빼기도 안 보여주는데 변함없이 반겨주는 건 강아지뿐이라고.
개든 고양이든 꽃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선한 구석이 있다고 믿는다. 개를 자기 자신만큼 아끼는 니콜만 봐도 그렇다. 하긴 저 충직함을 누구와, 무엇과 비교할 것인가. 누구의 마음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어느 존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100%도 부족해서 그 이상을 믿어준단 말인가. 나 자신조차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생각한다. 개를 생각하는 마음도 뮌헨의 시청사나 프라우엔 성당처럼 저렇게나 높고 깊고 고귀할수 있구나.
뮌헨 새 시청사(위 왼쪽)과 구시청사(위 오른쪽)
P.s. 흰 강아지들 보고 싶다. 마우지의 눈망울이 대체 어떻길래! 궁금하실 줄 알지만 사진 입수가 어려운 것을 양해해 주시길. 개들 핑계대고 폰 들고 설치다가 성질 급하신 주인 할머니께 걸리는 날엔 주방에서 홀이 아니라 우리 집 부엌으로 퇴장 당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