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으면 손부터 드는 것. 참 합리적이고 괜찮은 시스템 같다. 그렇게만 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억지 논리도 줄어들지 않을까.
호텔에서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를 소리쳐 부르지 않고 손만 드는 손님들이있다. 혹은 눈이 마주칠 때까지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 우리 호텔에도 그런 손님들이 간혹 있다. 보통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주문할 때나 계산할 때 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장점도 많다. 일단 시끄럽지 않다. 중요한 건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먼저 손을 든 사람부터 차례대로 해결해 주면 되니까.
이런 습관은 학교에서부터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손을 들지 않고는 어떤 말도할 수 없다. 먼저 손부터 들고 선생님의 허락을 구한 후 발언이든 질문이든 가능하다. 이런 습관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과 사회생활 때까지 이어진다. 그 룰을 깼을 때는 주변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새로 온 마를리네는 진짜 피곤해!"
"뭐가 피곤한데?"
"손도 안 들고 막 소리를 질러!"
새 학기가 되면 유급으로 윗 학년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이 생긴다. 이번 학년에도 한 명이 아이 반으로 내려왔다. 그 아이가 소란을 떠는 행동은바로 손 들지 않고 말하기. 할말이 있으면 손부터 드는 것. 참 합리적이고 괜찮은시스템 같다. 소리부터 지르는 게 아니고.그로 인해 심적 안정감을 얻을 직업도 많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억지 논리도 줄어들지 않을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가는 길도 생각보다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주에는 객실 손님이 30~40명을 정도였다. 지난주부터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간 나와 달리 내 동료 미나는 월요일인오늘 하루 휴무를 얻었다. 내게는 긴장되는 하루다. 미나 없이 조식부페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손님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듯하다. 미나의 말에 의하면 바쁠 땐 주인 할머니 프라우 코프나가 주방을 커버하신단다. 어떻게든 되겠지. 출근은 오전 6시 반.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게 중요하다.호텔 문도 열고, 커피 머신도 켜고, 빵도 구워야 하니까.
요즘 동료 미나의 고민은 딱 한 가지다. 호텔이 갈수록 한가해져서 한겨울인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동안 일이 없다는 것. 생각만 해도 난감하다. 차라리 바쁜 게 낫지. 일하러 갔는데 일이 없어 보라. 눈치도 보이고, 고문이 따로 없다. 호텔 대청소나 정비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석 달 내내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미나가 벌써부터 한숨을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둘이서 교대로 하루 걸러 쉴 수도 없고. 작은 호텔에서 일할 때의 고충이자 속사정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호텔 측으로부터 미리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비우고 연말까지 집중하기로 한다. 나중 일은 나중에 맡기자.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별 수 있나. 곰처럼 버티든 범처럼 뛰쳐나가든 때가 되면 알겠지. 그때까지 총 근무 일수는 석 달 보름정도. 그 정도면 일은 배울 만큼 배울 것이다. 호텔 일이라는 게 크나 작으나 대동소이할 테니만일의 겨우 이직을 하더라도 도움은 될 것이다. 주말에 이어 며칠 동안 뮌헨의 날씨는 해가 나와서 해피하다. 이런 날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고민 없이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최선일 것이다. 누구도 내일 일을 알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