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덜 삶긴 것에 대해 사과하자 노부인이 말했다. "Kein Problem! Nobody is perfect." '괜찮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시월의 한가운데서 이보다 더 멋진 말은 생각할 수 없다.
독일의 단풍은 노랑! 노랗게 물든 아이 학교 앞 가로수들
월요일 새벽 다섯 시 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깼다. 혼자 호텔 주방에 근무하는 날. 기본 매뉴얼은 알고 있지만 직접 해 본 적은 없다. 출근은 여섯 시 반이었다. 10분이나 일찍 갔다. 조식 시작은 일곱 시. 그전에 뷔페를 세팅해야 했다. 주방의 커피 머신과 홀의 커피 머신이 탈이 없어야했다. 커피를 내리고, 빵과 크라상을 굽는 등 복잡한 건 없지만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럴 땐 무조건 일찍 가는 게 최고다.
첫 난관은 홀의 커피 머신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하던 사람이 안 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 머신 스위치를 몇 번이나 켰다 껐다 반복해도 화면이 안 켜졌다.일곱 시까지 홀 세팅 완료. 일곱 시가 넘자 커피 머신 때문에 초조해졌다. 손님 중 누군가가 블랙커피 대신 갑자기 카푸치노나 라테 마끼아또라도 주문하면? 그날따라 호텔 주인 딸 니콜은 왜 늦는지. 다행히 니콜이 올 때까지 손님은 없었다. 스위치를 올린 후 스크린을 터치할 것! 답은 언제나 쉬운 법이다.
객실 예약 손님이 적은 날을 골라서 미나를 쉬게 했을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런데 그 손님들 중 절반은 커피를 시키지도 계란을 주문하지도 않았다. 몇 번의 오믈렛은 훌륭하게 소화했다. 얼마 전에 호텔 주인 할머니가 나에게 직접 보여 주신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볼에 계란 두 개를 깨어 넣고, 우유를 붓고, 잘라놓은 토마토, 햄, 치즈를 넣는다. 포크로 잘 휘저은 다음 달구어진 팬에 치즈를 넣자마자 계란 푼 것을 붓는다. 나이프로 잘 저어준다. 마지막에 파슬리로 장식할 것.
연두와 노랑과 빨강의 협연
인상적인 손님 중 한 명은 젊은 여자였다. 시원시원한 어투로 라테 마끼아또와 계란 프라이를 주문했다. 그런 어투와 인상이라면 절대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손에는 책이 한 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손님을 보는 날은 많지 않다. 어떤 책일까. 가을날 뮌헨의 작은 호텔에서 혼자 아침을 먹으며 읽는 책이란. 나도 몇 번이나 그런 적이 있다. 작년만 해도 프라하에서 그리고 헤세의 고향 칼브에서. 그러고 보니 여행을 간 지도 오래구나.
혼자 식사를 하는 노부인이 있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여기는 참 많다. 우리가 타인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살아왔구나 하는 건 독일에 와서 느꼈다.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치더라도 미소를 짓기는 더욱 어렵다. 오해의 여지가 있으므로. 혹시 저 아세요?라고 물으면 곤란하니까. 몰라도 웃어줄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 부인이 그랬다. 친절한 사람에겐 친절로 보답하게 되니까.
더 필요하신 게 없냐고 물으니 계란이 많이 삶겨서 딱딱하단다. 10분 남짓 삶았으니 부인이 원하는 반숙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계란만큼 취향이 다양한 요리도 드문 것 같다. 얼마를 원하시냐 물으니 5분이란다. 내 생애 5분짜리 계란은 첫 도전이었다. 역시 5분은 짧았다. 계란 노른자가 프라이처럼 퍼졌으니까. 접시를 새로 바꾸어주며 계란이 덜 삶긴 것에 대해 사과를 하자 부인이 말했다. "Kein Problem! Nobody is perfect." '괜찮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시월의 한가운데서 이보다 더 멋진 말은 생각할 수 없다.돌아보니 호텔에서 일한 지 꼭 한 달째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