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샘 린다와 공부한 시간은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석 달이었다. 까뮈의 <이방인>을 함께 읽었다. 그런 날들이 오래갈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있을 때 잘하자!
독일어 샘 린다와 공부한 시간은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석 달이었다. 까뮈의 <이방인>을 함께 읽었다. 린다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매주 배운 걸 테스트했다. 버거웠다. 한 주 전에 배운 것만 시험 보면 좋은데 범위는 늘 처음부터 배운 곳까지였다. 페이지가 늘수록 부담도 늘었다. 린다는 창창한 30대. 왜 배운 걸 기억 못 하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 나도 자꾸 까먹는 내가 이해가 안 되는데.
5월에 시어머니와 사시는 양아버지께서 쓰러지시고 매일 병원에 오가면서 공부를 중단했다. 이른 아침에는 기차를 타고 슈탄베르크 병원을, 점심 때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 한국 슈퍼에 알바를 갔다. 그리고 아이를 픽업하는 일로 하루가 다 찼다. 재활원을 거쳐 퇴원을 하신 후에는 주 1회 방문. 여름엔 한국을 다녀오고 가을엔 호텔에서 일을 하느라 린다와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그 사이 린다도 다니던 빵집을 그만두었다.
린다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 같았다. 린다가 다니던 빵집은 그냥 빵집이 아니었다. 뮌헨의 중심가 오데온 플라츠의 오래된 디저트 전문 가게로 명문 콘디토라이 Konditorei였다. 린다는 할 말을 다하는 직원 같았다. 직원들이 왜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하냐고 따졌다. 린다를 빼주었다. 청소는 다른 직원들이 했다. 이건 아니다 라고 하자 주인이 청소 인부를 따로 구했다는 것까지 봄에 들었다. 린다를 잡기 위한 전략 같았다.
린다는 왜 빵집을 왜 그만두었을까.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교양도 있고 수준도 높다고. 팁도 제법 받는 것처럼 말했는데. 린다가 빵집을 그만두었다는 말은 조카에게 들었다. 당시 린다에게 독일어 수업을 받던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반년도 더 지난 지금은 조카만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볼 때 린다는 선생님으로 최고였다. 다만 공부를 어려워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어학은 6개월만 하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몇 개의 언어를 구사했다.
결론적으로 린다가 원했건 아니건 고객 관리를 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약한 곳을 잘 케어해 주지 못한 셈이 된 것이니 말이다. 다행인 건 독일어 과외도 떨어지고, 빵집 알바도 그만두고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조카에게 물어보니 외국인 학생들 에세이 작성법을 도와주고 있단다. 오, 잘 됐다! 그런 쪽도 잘 어울린다. 좀 더 학술적이고 깊이 있는 분야가 린다에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봄에 나온다던 책은 어찌 됐을까. 독일어 공부를 중단한 이후 몇 번 왓츠앱으로 근황을 주고받기는 했는데 책은 못 물어봤다. 린다의 자부심이자 책에 전부를 걸었는데. 소위 소설 아닌가. 조만간 안부를 물어야겠다. 린다와는 고작 세 달을 공부했을 뿐인데 오래 함께 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글을 쓴다는 연대감도 한몫했다. 그런 날들이 오래갈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별일 없을 때가 봄날 일지도 모른다.<이방인>을 배우고 난 후 교훈은 하나.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