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주말에 쉬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새어머니와 더 자주 만나고, 우리가 한가족임을,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외로우시도록.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를 '나'를 위해서.
빅투알리엔 마켓의 꽃가게 몇 군데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아이가 고른 우리집 크리스마스 캔들! 빨간 게 젤 예쁘다고 해놓고 선택은 오렌지로!
12월직전부터 호텔일이 바빠졌다. 금요일엔 동료 미나가 휴무였다. 혼자서 스무 명이 넘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호텔 할머니에게 주방을 통째로 넘기고 홀만 관리하는데도 어찌나 바쁘던지 몸이 두 개였으면 싶었다. 손발도 빠르고 돌발 상황 시 대처 능력도 빠른 미나의 빈자리가 컸다.미나가 복귀한 주말에는 손님이두 배나 많았다. 뮌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오픈했기 때문이다. 미나와 둘이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홀과 주방을 들락거렸다.빵과 음식과 음료를 몇 번씩 보충하느라.
요즘 나는 다른 알바를 구할까 고민 중이다. 호텔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으로. 남편이 출장 갈 때마다 아이를 혼자 두고 새벽에 출근하기도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출근 후에 전화로 아이를 깨우고 학교에 잘 도착했다는 톡을 받으면안심이 되니까. 아이도 불평 없이 그 일을 모험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보다 아이가 바라는 건 금요일 저녁에 엄마 아빠와 소파에서 영화를 보는 것. 주말에는함께 아침을 먹고, 주말 저녁마다 보드 게임을 하는 것. 다음날 엄마가 출근할 걱정 없이 말이다.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다른 문제는 양쪽 시부모님 때문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슈탄베르크 시어머니 댁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우리가 방문하기 며칠 전 양아버지께서 한쪽 눈 수술을 받으셨다. 나이 드신 분들께 흔한 백내장 같았다. 수술 후 기분이 약간 다운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방문을 쉴까 하다가 늦게라도 갔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크리스마스 방학 전에 마지막 독일어 시험 두 개를 앞두고 아이도 쉬고 싶어 했지만 안 갔으면 어쩔 뻔했나! 부모님 방문은 언제나 잘한 일이었다. 다음날 새벽 출근길이 무척 피곤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예수님 탄생 기념 대림절(혹은 강림절)을 독일어로는 아드벤트 Advent라 한다. 12.1(일)은 첫번째 아드벤트.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주 하나씩 초를 켠다. 사진은 호텔의 초.
호텔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남편의 새어머니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를 방문하는 날이었다. 새어머니가활동하시는 세계 여성단체인 인너 휠 Inner Wheel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바자회를 연다고 초대하셨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이날 미리 휴무를 신청했지만 호텔에 손님이 많다고 휴무를 못 받았다.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왓츠앱을 보내자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일이 더 중요하잖니. 아무튼 부지런하구나.' 하셨다. 일요일 아침엔 남편과 시누이와 아이만 갔다. 이번 방문을 통해 심각하다고 느낀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직을 결심한진짜 이유다.
금요일 저녁. 새어머니와 통화하며 남편이 어머니께 바자회로 직접 찾아가겠다고한 후 시간과 장소를 의논했다. 다음날 토요일 저녁. 남편이 어머니의 왓츠앱을 받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전날 통화를 했는데 일요일날 몇 시에 오냐고 또 물으셨기 때문이다. 아, 정말 깜빡하시는구나! 남편도 그동안 내 말이 기우가 아니란 걸 안 모양이었다. 얼굴 한가득 걱정이었다. 남편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보면 좋으련만. 그런데 그걸 누가 어떻게 말씀드리나. 본인이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면 어떻겠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말을.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돌아보면 어머니께 잘한 적이 없다. 어머니께 진심으로 마음을 연 적도 없다. 돌아가신 시아버지는 알츠하이머로 몇 년을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마지막까지 집에서 시아버지를 돌본 분도 어머니셨다. 그러니 치매의 시작과 끝을 어머니만큼 잘 알고 계신 분도 드물 것이다. 알기에남보다두려움도 더 클 수 있다. 부디 치매가 아니시길 빈다. 칠십 중반의 연세시니 깜빡하실 수도 있다. 새해엔 주말에 쉬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새어머니와더 자주 만나고, 우리가 한가족임을,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외로우시도록.'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를 '나'를 위해서.
남편과 아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머니의 왓츠앱이 먼저 도착했다. '너는 좀 쉬었니. 네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좋은 저녁 시간 되길 바라마.' 나도 지체없이 답장을 드렸다. '저는 오후 2시에 마치고 집에 와서 쉬고 있어요. 어머니도 피곤하시죠? 좋은 시간 되셨길 바라요. 앞으로는 더 자주 뵐게요.' 자동차나 열차로 1시간 반이 걸리는 레겐스부르크와 뮌헨은 가깝고도 먼 거리. 내년에 더 자주 오가다 하다 보면 그 거리가 가깝게 느껴질 날도 올 것이다. 첫 크리스마스 캔들에 불을 붙이며 첫소원을 빌었다. 소원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