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제 구직 활동에 대해 들으시고 무척 기뻐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맞아, 문은 그렇게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리는 법이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 흔해 빠진 그 명언을 어머니 버전으로 들으니 어찌나 신선하던지요.
새벽 출근길. 새벽빛이 빚어내는 보랏빛.
그리운 샘께
다시 휴무입니다. 들쭉날쭉하는 휴무일은 저에게는 언제나 달콤하지만 가족에게는 별로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게 불편해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요.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전하고 싶은 소식이 많아요. 어디서부터 할까 고민하다 결국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알았어요. 모든 일이 그렇지요. 엉키고 설키고 시작도 끝도 없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답은 지금 그 자리에서 찾아야 하지요. 달리 피할 곳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니까요.
월요일인 오늘 뮌헨은 흐립니다.날씨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지난주 뮌헨은 계속 해가 나왔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화요일부터였어요. 그날은 제가 휴무를 받아 새로 옮기려는 직장의 면접을 본 날이었거든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인터뷰였어요. 제 경력을 확인하고 독일어 실력을 보는 정도였죠. 이력서나 관련 서류도 필요 없는 간단한 면접 말이에요. 제가 지원한 곳은 독일 뮤지엄 근처의 관청인 독일 특허청 칸티네&카페테리아 Kantine&Cafeteria입니다.우리말로 구내식당&카페지요.
여기를 어떻게 알았냐고요? 정답은 제가 애독하는 뮌헨 위크엔드 타블로이드 지역신문 구인란이랍니다. 작년부터 꾸준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곳 칸티네 구인 광고를 보고 독일 특허청이 아닐까 하고 문의해 봤지요. 클레멘스도 유럽 특허청 아니면 독일 특허청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어요. 두 곳이 나란히 붙어 있거든요. <독일 뮤지엄 옆 칸티네에서 사람 구함. 아침(샌드위치) 준비 및 콘퍼런스 준비. 월요일-금요일. 오전 6시-오후 2시 30분.> 직접 전화해서 면접을보고, 곧바로 시범 근무까지 했어요. 내일은 계약서를 쓰고, 호텔에 사직서도 제출하려 합니다.
새벽 출근길의 마리아힐프 플라츠 Mariahilfplatz 광장의 풍경
이번 구직 때는 독일어가 중급은 되고, 호텔 조식 준비와 새벽 출근 경력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람도 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 누구도,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진 않지요. 좋건 싫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또그래야 합니다. 외로움을 이길 장사는 없으니까요. 독일 특허청의 칸티네는 작은 호텔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바쁘게 돌아가더군요. 저는 무슬림계 30대 여직원 사라와 한 조로 일했어요. 빵을 반으로 균형 있게 못 썬다, 손발이 느리다, 기타 등등한 소리 들으면서요. 괜찮습니다. 쓴소리 하는 상사나 동료는 어디나 있으니까요.
칸티네 근무 목표는 1년입니다. 일을 해보고 다음 거취를 결정할 생각입니다. 칸티네 외국인 직원들의 독일어 구사 능력은 아주 좋더군요. 덕분에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어요. 시범 근무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독일어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 것도 수확이었어요. 망설이면 제가 아니죠? 곧바로 어학 학교에 문의, 이메일로 어학 테스트 날짜를 잡았답니다. 결과는 초급인 A1/A2 지나, 중급인 B1과 B2 사이. B2 오후반에 바로 등록을 했지요.목표는 상급 C1/C2 진입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엔 슈탄베르크 시어머니 댁에 다녀왔어요. 어머니가 제 이직에 대해 궁금해하시더군요. 혼자서 구인 정보를 알아보고, 혼자서 인터뷰까지 척척 해냈다고 무척 기뻐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맞아, 문은 그렇게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리는 법이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 흔해 빠진 그 명언을 어머니 버전으로 들으니 어찌나 신선하던지요. 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한국에 매서운 추위가 당도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무조건 잘 지내시리라 믿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입니다. 모쪼록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2020년 새해도 활기차게 여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