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코로나는 물러갈 것이다. 언젠가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을 잘 견디는 것만이 우리의 일이고 의무다.
새 직장인 요양원으로 가는 길에는 봄꽃들이 만발하다
새 일을 구한 것은 지난주 월요일인 3. 9일이었다. 전날인 일요일은 3. 8 세계 여성의 날이었고, 이웃 나라 이태리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뮌헨의 학교에서는 이태리 방문 이력이 있는 학생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매일같이 보냈다. 그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일의 일상은 평온했다. 한마디로 폭풍전야. 돌아보면 난리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일을 구할 때는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평화로운 시절에(고작 1주일 전인데!) 일자리를 구했고, 난리 속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난주 구직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월요일 전화 문의. 화요일 면접. 목요일 시범 근무. 금요일 계약서 작성. 출근은 휴교령이 시작되던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이런 시국에 일을? 나 역시도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양아버지께서 1주일 동안 입원해 계시던 요양원에 한번 방문한 경험도 계기가 되었다. 규모도 크고,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다. 그런 곳의 주방에서 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를 도와드릴 일도 많지 않았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던 습관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일을 해볼까. 다행히도 일은 금방 찾았다.
내가 일하는 요양시설 Haus St. Josef 정원
새로 일하는 곳은 뮌헨의 요양시설 Haus St. Josef다. 1000명 정도의 입소 환자가 있고, 의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를 포함 1000명 이상의 근무자가 있다. 나는 주방 보조로 일한다. 칸티네와 비교하면 일이 많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같이 일하는 인원은 외국인 여성 셋과 남성 두 명이다. 외부와 접촉 없이 주방 안에서만 일하는 근무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주방 창밖으로는 노란 개나리가 핀 정원이 보인다.
원래는 풀타임 잡으로 일하려다 휴교령 기간에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로 했다. 근무 시간은 새벽 6시부터 정오 12시 30분까지다. 일은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의 아침과 저녁 준비다. 메인이 들어가는 점심 준비는 셰프들이 하고, 우리 팀은 주로 샐러드와 디저트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칸티네에서 하드 트레이닝으로 단련이 된 덕분인지 힘든 건 없다. 동료들도 친절하다. 여성 동료 셋과 나는 나이도 비슷하다. 이런 곳도 있구나! 매일 감탄과 감사를 반복하며 출퇴근 중이다.
출근 첫날인 월요일은 독일의 휴교가 시작되었다. 요양원 내 직원 식당인 칸티네도 월요일부터 문을 닫았다고 했다. 독일 어학 학교는 이번 주부터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시누이 바바라 회사는 수요일부터 재택근무로 변경했다. 한국 슈퍼는 수요일부터 점심 식사가 가능한 임비스를 닫고, 슈퍼만 오픈했다. 조카가 일하는 한국 식당은 이번 주부터 점심만 팔고 있다. 수요일 점심 무렵. 퇴근길에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반가운 야채와 과일과 계란과 감자가 조금씩 남아있었다.
그 사이 독일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는 이틀 만에 두 배가 되었다. 현재 감염자 수 9,257명. 사망자 수는 24명이다.인접 국가인 이태리와 프랑스에는 집 밖을 나가지 말라는 경계령도 내렸다.햇살은 반갑고 꽃은 더 반가운 삼월의 중순에 우리는 서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코로나는 물러갈 것이다. 언젠가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을잘 견디는 것만이 우리의 일이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