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은 외출금지령 2주째

요양원 주방 2

by 뮌헨의 마리


독일에서도 양로원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일을 좀 쉬면 안 되겠냐는 조언도 들었다. 걱정도 조언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일은 계속하기로 했다.


뮌헨에도 사월이 왔다. 이 사월이 덜 잔인하기를.



사월이 왔다. 뮌헨을 포함한 바이에른주에 외출금지령이 내린 지 2주째다. 2주 내내 날씨마저 추웠다. 눈이 흩뿌린 날도 이틀이나 되었다. 추우면 안 되는데. 2주 차인 이번 주부터 뮌헨의 지하철에도 마스크족들이 제법 늘었다.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나도 이번 주부터 지하철에서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작은 일 하나에 그토록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니. 마스크족들에 대충 묻어가는 전략이다. 아직 거리에서는 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서 쓰고 싶어도 못쓰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이번 주에는 퇴근길에 한국 슈퍼에 들렀다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유학생들의 사례도 종종 들었다. 마스크를 하고 걸어가는 젊은 한국 여성에게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포위하듯 다가온다든지, 마스크를 끼고 마트 계산대 앞에 선 젊은 한국 남성에게 계산원이 2미터 떨어지라고 명령한다든지 듣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나 역시 지난 토요일 남편과 아이와 이자르 강변을 한 바퀴 돌다가 불편한 눈길을 몇 번 받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새직장인 요양원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주방에서도 마스크를 쓰지는 않는다. 한 번은 전달할 품목이 있어 주방을 벗어나 처음으로 4층까지 간 적이 있다. 요양원에 입소한 분들을 위한 식사와 휴식 공간이 나란히 구분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에 활기가 스며있었다. 젊은 간호사와 요양 보호사 등 종사자들도 많았다. 불안과 침묵과 무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곳에는 특유의 공기나 냄새 같은 게 있지 않나. 공기는 가볍고, 냄새는 없고, 근무자들의 표정과 태도는 밝고 명랑했다.



요양원 뒷쪽 가로수길과 벤치. 오른쪽 길 끝에 성당이 있고, 성당을 끼고 왼쪽으로 꺽으면 지하철 U6역이 나온다.


어제는 삼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일요일인 3.29일부터 독일에는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달라진 건 새벽 출근길이 도로 어두워졌다는 것. 해가 지는 저녁 7시 30분까지 날이 밝다. 외출금지령이 내리던 날부터 시부모님 방문은 하지 않는다. 남편의 새어머니께는 매일 저녁 8시에 안부 전화를 드린다. 독일의 저녁 8시는 위대하다. 우리나라의 저녁 9시 뉴스 같다고 할까. 모든 사람을 TV 앞으로 끌어당긴다. 나이 드신 독일 사람들의 저녁 루틴은 이렇다. 저녁 7시 식사. 저녁 8시 뉴스. 주요 프로그램은 저녁 8시 15분에 시작한다. 새어머니는 우리의 전화 안부에 익숙해지셔서 매일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우리의 통화는 보통 15분이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는 주 2회 정도 전화를 드린다. 양아버지는 휠체어에서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하시고 저녁 8시에 뉴스를 시청하신다. 이때 우리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다. 모든 병원과 요양원에 면회 금지가 내려지기 직전 시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왔다는 안도감일 것이다. 만약 안 그랬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환자들과 노인들은 코로나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고립과 외로움으로 떠나실 확률이 크다. 내 생각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체국에서 직접 경험했다. 출입문 안쪽에는 우체국 직원이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월요일 오후 세 시였다. 무척 추웠다. 우체국 바깥에 1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줄을 서서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동네 마트에서도 계산대 줄을 설 때 1미터를 유지해야 했다. 중년의 우체국 직원도 마트의 젊은 여성 계산원도 친절했다. 평소에는 이런 친절이 일상이었는데 이젠 놀라움이 되었다. 빵집에도 들렀다. 곳곳에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플라스틱으로 방어벽을 치고 안전거리와 인원 제한을 두고 있었다.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배려로 그들을 지킬 수 있다.



새벽의 출근길



p.s. 독일에서도 양로원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일을 좀 쉬면 안 되겠냐는 조언도 들었다. 걱정도 조언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일은 계속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에 코로나 새소식을 읽느라 폰에 코를 박고 살다가 한순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폰을 던지고 책을 들었다. 드디어 독서의 시간. 글쓰기는? 독서에 얼마쯤 밀릴지도 모르겠다.


직장의 미덕.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과 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나보다 두 달 먼저 왔던 남자 직원이 일을 그만두었다. 널널하던 일이 타이트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칸티네와는 일의 강도가 비교가 안 된다. 출퇴근 때 걷는 가로수길도 마음에 든다. 해가 좋을 땐 그 길의 벤치 위에 언제라도 앉을 수 있다. 행복은 그 벤치 위에도 있었다. 오늘은 휴무다. 불규칙적인 휴무일은 한국에서 날아온 작은 소포를 받는 기분과 같다. 새벽에 일어나 여명이 비치는 새벽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오늘 뮌헨에도 사월이 왔다. 이 사월이 덜 잔인하기를!



새벽은 온다! 오늘 새벽 6시 30분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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