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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Apr 05. 2020

뮌헨의 적과 흑

스탕달 <적과 흑>


봄밤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세계문학, 무엇을 읽을 것인가. 19세기 근대소설부터 읽기로 했다. 근대 하면 프랑스문학 아닌가. 프랑스문학하면 스탕달과 발자크고. 자, 이제 출발이다! 세계문학,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렷!


세계문학 첫 책은 누가 뭐래도 스탕달의 <적과 흑>!



3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다음날 새벽 출근을 위해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폰으로 한국과 독일의 코로나 소식을 읽다가 갑자기 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남의 일 같던 코로나는 우리 손을 떠난  같았다.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리고 3월 말. 내 인생에 토록 다이내믹한 봄날도 없을 듯하다. 칸티네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구했고, 갑자기 내린 휴교령으로 남편과 아이가 집에 머무는 상황이 되었다. 한 주 뒤에는 외출 금지령까지 내렸다.  


뮌헨의 상황은 사월 첫째 주인 지금까지도 살벌하지 않다. 출퇴근 때나 외출 때 경찰을 본 적도 없고, 마트의 사재기도 주춤하. 시어머니상용하시는 새콤달콤한 비타민 차 Zink Verla C(20포/5€)를 사러 우리 동네 약국 아포테케에 갔더니 마스크나 손 세정제는 없다고 입구에 붙여놨다. 비타민C도 품절. 코로나 감염 시에 아스피린 대신 타이레놀을 복용해야 한다들었다. 타이레놀의 독일 명칭 파라체타몰 Paracetamol. 만약을 위해 20정(2.99€) 구입. 약사들이 마스크도  하고 있는  보니 마스크가 없긴 없나 보다. 뮌헨의 지하철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고 있 추세인.



불안을 이기는 세 가지. 봄꽃들과 독일 타이레놀 '파라체타몰', 그리고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타민 차!



다시 삼월의 마지막 밤으로 돌아가자. 독일에읽겠노라 큰소리치며 한국에서 세계문학책을 박스로 싸들고 왔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어떻게 되었. 브런치에 글을 쓰느라 펼친 책이 몇 권 않는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책을 읽어야 가슴 글도 풍성해질 텐데. 장기전으로 돌입한 코로나 시절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도  밤이었. 그러불안과 공포 역시 빠르게  밖의 어둠 속으물러났다. 한밤의 고민은 다시 시작되었다. 읽는다 무엇부터 읽을 것인가. 


독일문학, 프랑스문학, 영국문학, 스페인문학, 이태리문학, 러시아문학.. 세계문학이라는 나무의 가지가 오죽 많아야지. 답은 금방 나왔다. 그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세계문학 강의를 들은 덕을 톡톡히  셈이었. 일단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는 쳐두고 19세기 근대소설부터. 근대 하면 프랑스 문학 아닌가. 프랑스 문학하면 스탕달과 발자크고. '근대소설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불리는 스탕달의 <적과 흑>. '근대소설의 표준'으로 손꼽히는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말이다.


근대소설이란 무엇일까. '근대란 각자의 능력이 타고난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시대'를 가리킨다. <적과 흑>의 배경은 '1789년 대혁명 이후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몰락하고 다시 성직자와 귀족이 지배하는 왕정복고기'다. 근대소설에서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인 <적과 흑> 주인공 쥘리앵이나 몰락한 시골 귀족의 아들인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 라스티냐크의 투쟁을 그린다. 한 마디로 '청년 주인공이 상경하여 출세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라는 다. 


서론이 길었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힘을 너무 빼면 고전의 문지방도 못 넘고 의욕을 잃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세계문학 읽기 출사표인데 라스티냐크처럼 마디는 해야겠지? 라스티냐크의 대사는 책을 까지 읽었어도 기억한다. 책에 열심히 그어가며 강의를 들었기. 그가 파리를 향하여 호기롭게 날린 선언 말이다. '이제 우리 둘의 대결이다!' 그럼 나는 무슨 말로 출사표를 던지나? 자, 이제 출발이다! 세계문학,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렷!


 

내게 세계문학의 지표를 그려준 로쟈 이현우의 책들과 신간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본문의 인용문은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에서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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