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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Apr 14. 2020

코로나와 독일의 부활절

르 클레지오, 튤립 그리고 오렌지 차


부활절 선물. 식탁 위엔 노란 튤립. 오렌지를 썰어 넣은 뜨거운 과일차. 그리고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실린 르 클레지오를 읽다가 들던 생각. 휴식이란 이런 것이지. 잠시 코로나를 잊는 시간.



이태리 형부의 외숙모님 탄테 헬가가 3년째 챙겨주시는 부활절 선물!



2020년 올해 부활절은 4.12 일요일이었다. 부활절 공휴일은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 학교의 부활절 방학은 무려 2주간이다. 학기 중의 모든 방학이 최소 1주~2주라니. 어찌나 통이 큰 ! 돌아서면 방학인 기분은 나만 그런가. 금요일과 토요일  휴무날. 대신에 부활절 일요일과 월요일근무였. 평소라면 최악의 스케줄인데 올해는 시부모님 방문이 없으 출근에 무리는 없었다.


유럽에서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최대 명절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부활절 선물을 준비하고, 계란에 색깔을 하고, 창문과 정원마다 부활절 장식으로 분주한 시기다. 올해는 조용한 부활절이 될 전망이다. 독일의 봄도 부활절과 함께 다. 4월이 되자 나무들은 하나씩 둘씩 새 잎을 틔우기 시작했다. 부활절이 지나면 모든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부활할 것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대기는 투명. 얼마나 기다린 봄인데, 집에만 있어야 하다니. 


부활절 전날 아이는 선물을 받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태리 형부의 외숙모님은 독일분이다. 그분이 우리 이웃에 사신다. 이런 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우리 아이도 그분을 '외숙모님'이라 부르도록 허락받았다. 그리하여 그분의 이름은 '탄테 헬가'. 3년째 잊지 않고 부활절과 성탄절 선물을 챙겨주신다. 이른바 양대 명절 선물인 셈이다. 첫해에 받은 부활절 바구니는 아는 사람 없는 뮌헨의 낯선 동네에 살고 있다는 외로움을 단방에 날려주었다.



노란 튤립, <적과 흑> 그리고 오렌지차 .



이틀간의 휴무는 게으름으로 가득 채웠다. 밤늦도록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침에는 아이가 일어날 까지  책을 읽었다. 남편이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사 오고, 계란 오믈렛과 치즈와 살라미와 으로 차려먹는 늦은 아침. 아침을 먹고, 식탁을 치우고, 빨래를 돌리던 오전 시간. 부활절 선물. 식탁 위엔 노란 튤립. 오렌지를 썰어 넣은 뜨거운 과일차. 그리고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실린 르 클레지오읽다가 들던 생각. 휴식이 이런 것이지. 잠시 코로나를 잊는 시간. 


부활절 월요일 작가의 생일이었다. 올해 만으로 팔순이 되었. 신문은 그의 신작 <알마 Alma>소개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다시 한번 그의 정신적 고향인 모리셔스로 회귀한다고. 어떤 작품일까. 모리셔스는 어떤 곳일까. 휴양지로 유명하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인데. 검색하 젊은 세대들에겐 허니문 장소로 꽤나 유명한 모양이었.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이다. 아프리카의 최남단 남아프리카 공화국 바로 위에 모잠비크, 오른쪽에 마다가스카르 섬, 그 옆이 모리셔스다.


모리셔스의 식민지 역사는 1598년부터 시작되었다. 원주민 없이 네덜란드 식민지였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1715년에 인도 이민자가 이주했다. 1810년 영국 점령 후 1814년 영국의 식민지, 그 후 1968년 3월 12일에 독립했다. 수도는 포트루이스, 공용어는 영어, 화폐는 모리셔스 루피다. 면적은 제주도보다 조금 넓다. 십여 년 전 한국의 대학에서 불어와 불문학을 강의한 적이 있는 작가는 우리나라 제주도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모리셔스와 비슷하다고. 어떤 작가나 장소가 가슴에 안기는 순간이란 이런 때를 말한다. <적과 흑>이 끝나면 르 클레지오부터 손에 들 생각이다. 론 한글 번역본으로 말이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실린 르 클레지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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