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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Dec 06. 2019

독일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법

마법의 크리스마스 달력과 함께


크리스마스 달력에는 1부터 24까지 숫자가 있다. 매일 아침 그날의 숫자를 열면 초콜릿이나 선물이 나온다. 그러니 어떻게 아이들이 12월 1일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플레이 모빌이 들어 있는 크리스마스 달력(가격 15유로). 12윌 첫날의 플레이 모빌은 엄마와 아기. 대망의 24일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독일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 생일과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거기다 하루를 더 보태라면? 나는 12월 1일을 꼽겠다. 초콜릿과 온갖 놀라운 선물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달력 때문이다. 독일어로는 아드벤츠 달력 Adventskalender이라고 부르는 이 달력에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숫자가 있다. 매일 아침 그날 날짜열면 초콜릿이나 선물이 나온. 그러니 어떻게 아이들이 12월 1일을 기다리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는 올해 크리스마스 달력을 세 개나 선물로 받았다. 하나는 이태리 이모부의 숙모님 탄테 헬가가 주신 정통 초콜릿 달력. 엄마들이라면 싫어할 빅사이즈 초콜릿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나왔나? 플레이 모빌 달력! 숫자를 열면 그날그날 다른 플레이 모빌이 하나씩 나온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한국의 할머니가 보내주신 용돈으로 샀다. 오래전부터 찜해 놓고서. 다른 초콜릿 달력은 파파가 옆 사무실에서 주더란다. 독일 지명 달력. 매일 아침 초콜릿을 두 개씩이나 먹다니! 그러나 어쩌랴. 유럽은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의 천국 아닌가. 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모두들 애정 하는.



초콜렛이 보물처럼 숨어 있는 독일 지명 달력(위). 탄테 헬가가 주신 정통 초콜렛 달력(아래). 12월 1일을 장식한 곰돌이 초콜렛!



그럼 독일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어떻게 바쁘실까? 당연히 손주들 선물 사시느라 바쁘시겠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사서 장식하고,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줄 선물을 멋지게 포장해서 트리 아래 두어야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크리스마스 쿠키다. 일명 플랫첸 Plätzen. 여러 가지 모양이 있는데 우리 시어머니 두 분은 각각 별과 달 모양으로 만드셨다. 누가 보면 돈 주고 산 줄 알겠다. 그만큼 예쁘다.


맛은? 새어머니 별 쿠키를 먼저 먹어봤는데 아주 맛있었다. 주말 바자회에서도 어머니 별이 가장 먼저 팔렸다고 자랑하신 건 보면. 사실은 친구분이 와서 왕창 사주셨다고. 독일 케이크인 쿠헨이나 쿠키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번이나 손이 갔. 또 한 분의 시어머니께서 만드신 달 쿠키의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마법의 손이 따로 없으시다. 어떻게 어머니 손만 거치면 MSG를 한 숟갈 넣은 것처럼 감칠맛이 나는 걸까. 어머니 손이 문화재감이다. 자식이 셋인데 아무도 그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새어머니가 바자회에서 파신 수제 크리스마스 별쿠키(위)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콜라보로 탄생한 달쿠키(아래)



뮌헨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오픈했다. 날은 추워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 어른들을 위해서는 뜨거운 와인인 글뤼바인을,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린이용 따뜻한 펀치를 마시는 것 독일다운 정취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마지막 주부터 12월 24일까지. 한 해의 대단원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막을 내린다고 보면 되겠다.


바쁜 연말에 숟가락 하나 더 얻는 게 니콜라우스 데이다. 12월 6일 금요일은 니콜라우스 데이. 초등 1, 2학년 아이들도 아직 한밤에 니콜라우스가 살짝 다녀가는 걸로 믿는다. 뭘 하느냐고? 현관문 앞에 내놓은 장화 속에 초콜릿을 놓고 가신다. 바쁘셔서 집에 들어올 시간은 없으시다. 우리 집 어린이는 초등 졸업반인 4학년인데도 목요일 저녁 니콜라우스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이날 학교에서 아이들은 초콜릿, 귤, 호두 등을 받는다. 12월은 아이들에게 천국 같다. 이 정도면 겨울도 견딜만하겠다.



뮌헨의 시청사 앞 마리엔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위) 요즘은 신발 없이 니콜라우스 초롤릿만 놓여 있기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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