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준 선물은 카푸치노 한 잔

뮌헨의 노천카페

by 뮌헨의 마리


퇴근길에 우리 동네 지하철역 앞 노천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어제는 날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날이 좋았다 흐렸다 해서. 이렇게 야외에 자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코로나가 준 선물은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



어제는 날씨가 이렇게나 좋았다!



오월의 끝자락이다. 오월도 사흘이 남았다. 독일의 새벽은 일찍 밝아온다. 내가 출근하는 새벽 출근길이 그렇다. 5시 20분에 지하철을 타면 앉을자리가 없다.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이 토록 많다. 요양원이 있는 베스트 파크역에 도착하면 5시 40분. 거리로 나오면 날이 하다. 새벽 6시도 되지 않았는데. 어제 출근길에는 성당 지붕과 가로수길에 서광이 비쳤다. 무지개를 본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 시간은 새들의 시간. 새들은 잠도 없나. 새들에게도 각각 고유의 음색이 있다는 건 매일 아침 그들의 합창을 듣고서야 알았다. 어떤 새들의 톤은 높고, 어떤 새들은 차분하다. 사람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아무리 떠들어도 귀가 안 아프다. 싸우는 게 아니라는 증거겠지. 사람도 새들도 분주한 시간. 요즘은 밤도 늦게 찾아온다. 밤 9시가 되어도 날이 밝기 때문이다. 밤은 대체 언제 오나. 그 시간에 자러 가는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


요양원에서 한 달 정도 같이 일했던 동료가 있다. 북마케도니아 출신 디미타 Dimitar. 나이는 스물여섯. 같은 북마케도니아 출신 여자 친구와 살고 있었다. 그 나이에 새벽 6시 출근이라니. 집이 멀어 새벽 4시 반에 일어난다고 했다. 저녁 9시에 자러 가는 게 제일 싫다고. 노인도 아닌데.. 그 말에 우리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성실함. 그 대견함. 우리 주방의 귤헨이 아무리 싫은 소리를 해도 그러려니 넘어가던 그 대범함까지. (북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북쪽에 있다. 최근 나라 이름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었다. 그리스와 국명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다가 2018년 6월에 양국이 북마케도니아로 합의했다. 수도는 스코페.)




오늘은 해가 나왔다 흐렸다 했다. 그래도 좋았다!



어제도 오늘도 퇴근길에 우리 동네 지하철역 앞 작은 노천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어제는 날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날이 좋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했다. 날이야 어떻든 이렇게 야외에 자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코로나가 준 선물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손바닥만 한 카페라서 밖에 테이블을 대여섯 개 둔 게 다였다. 이태리 커피 전문점이라 카푸치노 맛이 우리 동네에서 최고다. 우리 아이 절친 율리아나 할머니도 인정하시는 커피 맛이라면 다했다. (로스팅 잘하는 커피집에 자전거 타고 직접 가셔서 커피를 공수해오시는 헝가리 할머니시다!)


오늘 아침 휴식 시간에는 셰프 두 사람과 휴게실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다가 한국어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중국어와 일본어와 같은가 다른가. 오랜만에 입을 열어 길게 답했다. 3국의 인사말도 들려주면서. 결론은 다 비슷하게 들리신다고. 세 나라 말을 어떻게 아느냐고 궁금해하길래 일본어가 전공이었다고 하자 놀라는 셰프들. 대학까지 마치고 주방에서 일하면 좀 그렇지 않냐고 물었다.


일할 곳이 있어 좋다고 한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집에만 있으면 뭐하나. 독일에 살면서 독일 사회에 들어가 일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쉬움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조금만 젊었어도 3년짜리 직업 과정에 도전해 봤을 텐데. 그러나 후회하면 뭐하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Better than nothing! 이런 모토와 함께. 그나저나 오월 날씨가 왜 이리 스산하지. 추워 죽겠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다. 그러니 유월이여, 어서 오라!



평소 오월의 새벽길(위) 서광이 비치던 어제 새벽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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