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인들이 편안하게 쉬는 곳
Cafe Italy 2
나이 드신 분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로 신문을 보거나 수도쿠를 하신다.
작은 카페가 아늑함을 준다면 큰 카페에는 편안함이 있다. 오랜만에 카페 이탈리에 갔다. 간만에 왔다고 바리스타가 반겨주며 카푸치노? 하고 먼저 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페 이탈리에는 이태리 사람이 많이 온다. 그저께는 이태리 할아버지 한 분이 내 옆자리에 앉아 계셨다. 독일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무척 외로워 보인다. 우리처럼 동호회나 동창회, 조부모를 포함한 가족 모임보다 아이와 부부가 중심인 사회라 그런 것 같다. 매일 카페로 출근을 하다 보니 혼자 카페에 오는 노인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카페에 일간 신문 몇 가지를 비치해 두는 이유를 알겠다.
나이 드신 분들은 카페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주문한 뒤 주로 신문을 보신다. 할머니들은 수도쿠를 하시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독일 사람들의 수도쿠 사랑은 우리 새어머니만 봐도 대단하다. 서점에 가 보면 수도쿠 관련 책 종류에도 놀란다. 새어머니는 평소 집에서도, 심지어 휴가지에서도 퍼즐 하듯 열심히 수도쿠를 푸신다. 치매 예방에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한 마디로 숫자 퍼즐이라고 봐야 하나. 몇 번 해 보니 나름의 법칙이 있고 난이도도 달라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저께의 옆자리 할아버지는 일흔이 넘어 보이셨다. 아는 사람을 발견하셨는지 저 멀리 카운터 쪽을 향해 두어 번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손까지 흔들었다. 한참 후에야 이름이 불린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간단한 안부만 나누고 바람 같이 떠났다. 자리에도 앉지 않고 선 채로. 인사를 나누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좀 앉았다 가면 좋았을 텐데. 그때였다. 카페의 음악 소리에 섞여 벨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몇 번이나 그쳤다가 다시 들려왔다.
카페의 음악 소리는 무척 컸다. 공간이 넓고 천정이 높아 소리가 울리기까지 했다. 내 바로 옆 의자에 걸어놓은 할아버지의 겉옷 아니면 가방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할아버지의 폰이로구나. 나와 대각선인 창가에 앉으신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울리는 벨소리를 듣지 못했다. 내가 나설 차례. 중요한 전화이니 저리 몇 번이나 울리겠지? 할아버지 폰이 울리네요. 오, 그래요? 난 못 들었는데.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태리 할아버지답게 리액션이 훌륭했다. 할아버지가 겉옷 주머니에서 꺼내신 건 작고 귀여운 폴더폰이었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할아버지의 목청과 제스처가 워낙 커서 저절로 들렸다. 다정한 인사말과 함께 내 쪽을 돌아보시며 손짓 발짓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쎄, 옆에 계신 숙녀분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당신 전화도 못 받을 뻔했다구! 그 대목에서 나 역시 고개를 들고 미소로 화답했다. 다행이었다. 반가운 사람의 전화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할아버지의 목소리와 표정에 대번에 생기가 돌았다. 기쁜 표정으로 겉옷과 가방을 챙겨 일어서는 할아버지와 다시 한번 눈인사를 나누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불러일으키는 저 화학 작용이라니!
전에도 바로 옆자리에 앉은 60대 이태리 할아버지가 그 옆에 앉은 20대 이태리 아가씨들에게 1시간 동안 말을 거는 것을 보았다. 이태리 말의 힘! 이태리어에는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고, 초면인 사람과도 한두 시간 정도는 예사로 대화가 가능한 마법이라도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이태리 남자들의 능력? 아무려나 독일어로는 가능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그 언어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독일 사람들이 이태리어를 배우는 이유에도 그런 맥락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꽤나 이태리어에 능숙하셨다는 우리 새어머니뿐 아니라 시누이 바바라도 최근 수년간 이태리어를 붙들고 있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