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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n 12. 2020

뭘 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도 있다

오늘은 그 반대에 대하여


뭘 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미다스의 손을 가진 사람 말이다. 반대도 있다. 뭘 해도 안 풀리는 사람. 손만 대면 크든 작든 문제가 생기는 사람. 내 주변에도 몇 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바라.



내가 산 민트(왼쪽)와 바바라가 산 파슬리(오른쪽). 닮은 듯 다르고 다르면서도 닮았다. 초록은 동색!



뭘 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 살림도, 육아도, 내조도. 거기다 종잣돈으로 시작했다며 주식이나 부동산까지 손만 대면 척척 황금이 되는 금손의 소유자. 이른바 미다스의 손 말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은 풍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반대도 있다. 뭘 해도 안 풀리는 사람. 손만 대면 크든 작든 문제가 생기는 사람.  주변에도  있다. 그중 한 명이 우리 시누이 바바라다.


요즘 바바라가 2주째 우리 집에 살고 있다. 그녀의 아파트 욕실/화장실 리노베이션 중이라서. 그녀는 우리 집에서 지하철 우반으로 한 코스 떨어진 곳에 산다. 한 마디로 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2년 전 남편이 뮌헨에  집을 구할 때 내가 강력하게 한 표를 행사한 곳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다. 시누이와 가깝다고. 솔직히 뮌헨에 오더라도 시누이 근처에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남처럼 지낼  아니어서 부딪혀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평생 좋기만 하거나 싫기만 한 사람이 있으랴 싶어서.


아이에겐 고모가 생기는 일이고, 무엇보다 남편이 싱글로 사는 누나를 마음속으로 염려한다는 걸 잘 알때문이었. 그렇다고 내가 희생을 하겠다  아니다. 내 목표는 갈수록 편해지는 관계였다. 서로의 장단점까지 인정하고 받아주는 관계. 이번 입주 건만 해도 그렇다. 봄부터 여름까지 바바라 건물 집주인이 엘리베이터 설치 발코니 확장 공사를  거라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해버린 나. 불편하면 언제든지 우리 집으로 와! (무슨 성질이 렇게 급한지.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건 습관인가 천성인가. 나야말로 철학이 필요하.)


그녀는 철학과 출신이다. 대학 전공이 그렇는 말이다. 어쩌다 그 얘기가 나왔는데, 20년 가까이 의아던 그녀의 복잡한 사고 체계들이 한꺼번에 이해 기분이었다. (모든 철학도들이 그렇다는 아니고, 가까운 가족관계 중 두 명이 철학 전공자라 그들을 오래 관찰하고 내린 주관적인 평가다. 요즘은 그 둘을 재평가 중인데, 바바라는 2주간의 동거로, 또 한 명은 내가 듣고도 긴가민가했그분의 전방위적 지적 소양누군가높이 평가하는 바람에.)



지난 주 수요일 요양원에서 선물 받은 꽃다발도 열흘째 잘 견디고 있다. 비가 오면 비도 맞아가면서. 분홍색 수국은 시들어서 보냈다. 사람도 꽃처럼 피어났다 시들어갈 수 있으려나.



50대 중후반. 싱글. 직장인. 남친 있었는데 현재는 없음. 바바라의 프로필이다. 독일 여자 지 않게 목소리가 나직하몸매도 날씬다. 회색과 잿빛이 섞인 머리카락만 보면 자기 나이가 맞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남동생인 내 남편보다 어려 보여서 둘이 있으면 누나가 아니고 여동생 다. 꾸미지도 않고 동안도 아닌 도대체 비결이 . 내가 보기에는 날씬해서 그렇다. 먹는 양이 참새 모이만큼이, 먹는 속도도 엄청 느리다. (나와 남편은 그녀보다 3배속이 빠르다. 그래서 몸매 회복은 불가..) 거기다 매일 마시는 서너 잔의 블랙커피와 저녁의 화이트 와인 몇 잔한몫하지 싶다. 여성적이라기보다 전형적인 톰보이 스타일.


바바라는 우리 집에 온 주부터 사고를 쳤다. 마른행주에 불이 붙는 걸 내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본인은 두 번 태워먹었다고 고백했으나 세어보니 세 개였음. 색이 곱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연둣빛 마른행주 두 개 오심. 둘째 주에는 내가 출근한 사이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태워먹음. 한 주 내내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던 전기 제품을 갑자기, , 인덕션 위에다 올릴 생각을 했는지. 퇴근해보집안이 플라스틱 탄내로 가득하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린 채 본인은 외출했다가 저녁 늦게 살그머니 귀가하심. 너희 엄마가 모르면 절대로 먼저 말하지 말라고 애한테 단단히 다짐받고. 흥, 그런다고 내가 모르나!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모른 척해줬다. 어차피 요즘은 귀찮아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고 사다 먹어서. 자기 집에서는 한국처럼 가스불을 쓰니까 우리 집의 인덕션이 익숙하지 수도 있지. 그런데 마른행주는 왜 거기놓아뒀는지. 그러 불을 올리면 붙지 안 붙나. 하지만  역시 주방에서 매일 실수를 하는 몸.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실수도 다. 그럴 때 제일 고마운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 주는 사람. 주방에는 봐주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바바라는 본인 입으로 이실직고도 안 하고 어제 아침 해맑은 모습으로 뮌헨에서 가까운 호수로 휴가를 떠났. 어제부터 휴무인 나와 이번 주까지 방학인 아이오늘 기차로 합류할 계획이다. 바쁘신 남편은 미정.


이번 주에는  우리 집 가재도구와 상관없이 나 홀로 대형사고도 쳤다. 자기 폰의 뭔가를 어쩌다가, 잘못 눌렀는데 한순간에 모든 연락처와 사진이 날아가는 메가급 대형참사가 일어난 것. 안 그래도 욕실 공사 과정에서 자기가 기대했던 결과가 안 나왔다고 며칠 동안 스트레스를 받던 중이었는데. 다행히 순한 성격이라 조금 속상해하고 끝났다. 나는 저녁 내내 위로를 건넸고. 나 같으면 옆 사람에게 엄청 스트레스를  것 같은그러는 것도 고마웠. 사람이 저렇게 해맑은 구석이 나. 같이 안 살아봤으면 모를 뻔했다.



시누이 바바라가 준비한 저녁 식사. 연어와 감자와 놀랍게도 독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우리의 톳이나 청각 비슷한 해조류를 공수해 왔다! (아티 초크는 사진 찍는 걸 깜빡함..)



이번 주에는 바바라가 우리 집 셰프 노릇을 했다. 그녀의 파스타는 솔직히 맛이 없었다. 음식이란 자고로 간이 맞아야 하는데, 건강을 최고로 생각하는 그녀가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아껴도 너무 아끼시는 바람에 대부분의 음식이 밍밍하다고 할까. 아이는 고모가 해주는 파스타를 비롯, 모든 음식을 환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입장이 달랐다. 새벽에 출근하고 돌아와서 저녁 준비에 설거지까지 하면 기운이 빠졌다. 한 명이 늘었을 뿐인데 왜 설거지는 두 배인지. 시누이 사흘 내내 야심 찬 레시피로 심혈을 기울여 저녁을 차려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거기다 설거지까지. 평소 자기 집에서는 식기 건조기에 왕창 넣으면 끝인데 그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식사 시간 내내 음식 솜씨에 대한 폭풍 칭찬과 감사 멘트를 날리며 음식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나와는 반대로 아이와 남편은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메뉴가 모조리 건강식. 티 초크는 단연코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가 아니었다. 연어까지는 은데 독일에서 생소한 해조류까지 등장했으니. 해초 이름도 독특했다. '수도자의 수염'이라나 뭐라나. 이태리나 프랑스산이라고. 맛과 생김새가 우리의 톳과 청각 비슷했다. 이런 걸 먹는 애들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봐야겠지. 이틀 동안 이런 요리가 나오자 둘 다 손을  것. 그러거나 말거나 1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으로 건너와매번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의 재능을 맘껏 꽃 피우시라, 나는 시누이의 사기를 최대북돋아주었다.


2주 동안 바바라와 한 게 그뿐만이 아니었다.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와 친엄마인 카타리나 시어머니와도 자주 통화를 했다. 바바라는 새어머니와 친한 매일 통화를 하다 보니 웃고 농담까지 주고받게 되었다. 친엄마인 카타리나는 떠들썩한 전화 분위기만으로족해하셨다. 친엄마 아닌가. 독신인 딸이 남동생네에서 잘 지내는지 왜 궁금하않았겠는가. 나는 멋진 셰프를 모셔서 든든하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남편과 아이는 너무 건강식이라 맛은 별로라대놓고 흉을 보았다. 어머니께 우리 집 부엌의 사각 식탁 네 칸이 간만에 꽉 차서 좋다는 말도 빈 말은 아니었다.


아참, 올여름 새어머니가 북부의 형네와 바바라를 빼고 우리만 초대하시려던 아이슬란드 여행은 코로나 덕분에 취소되었다. 다행이다. 만약 가게 되었다면 바바라와 우리는 인연을 끊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둘째의 설움을 간직하사람이 바바라였다. 내가 보기에 남편의 형은 첫째라서, 우리 남편은 막내라서 온 집안의 인정과 귀여움을 독차지했는데, 둘째인 바바라만 관심과 사랑이 부족해 보였다. 요리대한 칭찬 한 마디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짐작이 된. 앞으로 우리 부엌을 그녀에게 통째로 내 줄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 쓰라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이 있는지도 모르겠. 



바바라와 나도 한 꽃병에 꽃은 꽃들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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