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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May 12. 2020

뮌헨에서 좋은 이웃들과 산다는 것

우리 옆집이 나갔다


한 달 전 우리 층에 사는 이웃과 첫인사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패트릭. 스스럼없고 편안하고 오픈된 인상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노란 건물(위)와 집 앞 울창한 나무들(아래).




뮌헨에서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6층 건물의 5층이다. 독일식으로는 4층.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독일은 층수를 세는 방법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식 1층을 독일에서는 지층이라 한다. 그 위로 1층씩 더해간다. 그러니까 한국의 2층이 독일에서는 1층이 된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지나치게 복잡하다. 독일의 합리적인 사고를 백 번 감안한다 해도. (간단한 걸 왜 어렵게 세지?)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독일 건축물도 건물에 간격을 두지 않고 붙여 짓는다. 한 마디로 건물 사이에 골목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한데 아무튼 그렇다. (아이 한글학교 담임샘이 독일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신 분이다. 한번 여쭤봐야겠다.) 쓸모없는 빈 공간이 없으니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외관이 깔끔해 보이는 장점은 있다.


우리 건물에는 총 20가구가 산다. 우리는 독일식 4층에 산다. 우리 위에는 옥탑방이 딸린 꼭대기층이 있다. 우리 층과 아래층이 4가구. 나머지 층은 3가구가 산다. 어린 아이들부터 초중등 자녀들도 많다. 각 가구는 지하에 창고도 하나씩 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좋다. 창고 특유의 어두움과 차가움이 싫어 나는 잘 내려가지 않지만.


우리 건물 엘리베이터는 반층마다 선다. 불편하다. 복도 계단은 반들반들한 나무인데 넓고 단차가 적다. 100년도 넘은 건물인데도 우중충하지 않다. 건물 외벽은 노란색. 우리 집 발코니만 집 뒤편으로 나 있다. 이웃 건물들 안마당과 우리 건물 뒤뜰도 보이고, 부엌문 밖이 항상 푸른 것도 좋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뮌헨의 전통 시장 아우 둘트가 열리는 마리아힐프 성당 지붕도 보이고, 때로는 성당의 종소리도 들린다.



우리 집 건너편 발코니도 예쁘다. 보라꽃은 사월의 라일락. 지금은 지고 없다.


한 달  우리 층에 사는 이웃과 첫인사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패트릭. 스스럼없고 편안하고 오픈된 인상이었다. 뮌헨의 아파트에 이사 온 지 2년이 지난 때였다. 우리 현관문 바로 옆이 그의 아파트다. 그 집은 1년에 몇 번 빼고는  비어있던 집이다. 그와 그의 아내가 스위스 바즐에 살기 때문이다. 뮌헨의 아파트는 그의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었다고.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요양원에 계시던 아버지도  4월에 돌아가셨다. 그의 아버지 소유였 아파트는 임대를  생각이라 했다.  


우리가 그 집으로 옮길까도 생각했다. 이사도 편하고 얼마나 좋나. 하루 종일 해가 들어오는 한국식 오픈형 거실은 운동장만큼 넓었다. 거실 옆엔 분리된 부엌과 욕실. 게스트용 작은 화장실도 따로 있었다. 복도의 이쪽과 저쪽 끝에 방이 하나씩. 우리 아파트에 비해 방 수가 두 개나 적고 사이즈도 작았지만 뭐가 대수랴 싶었다. 월세만 싸다면. 남편은 반대였다. 우리와 동년배로 보이는 패트릭의 부모님이 십 년을 사셨다는 집은 독일 사람들 눈에 너무 구식이라는 것. 내 눈에는 낡아도 고전적이고 클래식해 보이더만.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탓으로 침실 창가 벽에 누수의 흔적만 빼면.


코로나 때문에 홈오피스를 꾸민 후라 더더욱 남편은 내켜하지 않았다. 코로나는 우리 세 식구에게  완벽한 방을 하나씩 선물했다. 남편에겐 오피스, 아이에겐 공부방, 내겐 글쓰기 방.  방은 손바닥만하지 맘에 쏙 든다. 우리가  가까이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소개하기로 했다. 1순위로 여쭤본 남편의 새어머니는 거절하셨다. 바이에른 남쪽 지방에 사는 아이의 친구 가족이 오면 제일 좋겠지만 갑자뮌헨으로 이사 올 리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뮌헨에 사는 아이의 한글학교 친구 가족에게 보여주었다. 집은 마음에 드는데 그 집 아빠의 파견 근무가 내년까지라 뮌헨에 계속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사이 우리 층에 같이 살던 사무엘 가족이 계약을 했다.  


사무엘은 미취학 남자아이다. 엄마 토나는 독일 사람이고, 아빠는 아프리카 사람이다. 부모가 둘 다 BMW에서 일한다. 뮌헨의 집주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임대인 직업 1순위가 BMW다. 현재 그들은 우리 층 네 가구 중 한 집인임대 계약 5년이 올해 만료되는 모양이었다. 레노베이션은 안 하고 월세 1700(1600+난방비 100). 방 2개에 80평방미터. 부부가 다 사람이 좋다.  말은 이웃으로 지내기 불편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층의 나머지 할아버지 한 분도 신사시고 잖으시다. 이 정도면 대도시인 뮌헨에서 이웃 복이 넘치는 셈. 위층의 오스카 네와는 한국의 마스크도 나누는 사이. 우리 아래층 독일 남자분이 좀 까칠하시긴 다. 우리가 가구를 옮기거나 하면 시끄럽다고 벨을 누르신다. 며칠 전에는 그 집이 이사 가는 꿈을 꾸었다. 진짜 갈려나?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뒤뜰. 지붕 아래 쓰레기 분리수거 통들이 있다. 그 앞에는 자전거들 거치대. 우리 자전거 3대도 저기 있다.
무성한 나믓가지 사이 성당 십자가는 저 너머 성당 지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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