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앞 그늘 아래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 가지엔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보리수
요양원 정원의 보리수 꽃
유월이 가네. 온 지 얼마 되었다고갈 땐 저리 서두르나. 서운한 마음. 유월의 나뭇잎들에게서 파도 소리가 나네. 왜 아무 말 안 했나. 나만 몰랐나. 그러자 몰려오는 태풍급. 오, 알겠네. 이제야알겠네. 멈출 수 없는 마음. 익지도 않은 열매들을내 눈앞에 떨구네. 탁자 위로 설익은 마음들쌓이고 쌓이네. 그 소리에깜짝깜짝 놀라는마음.갈 때 가더라도서운하지는말고가라고, 다독이는 마음.
요양원 옆 성당 마당
밤이 밤이 아니고, 새벽이 새벽이 아니네. 그렇게 밝아서야 누군들 깊이 잠들 수 있나. 자다가 깨는 마음. 허공을 날아서 날아서. 어디까지 가닿을까. 가면 돌아오긴 할까. 간다고 아주 가는 것도 아닌데. 가는 마음. 가서돌아오지 않는 마음. 헤아리네. 헤아려 보네. 몰라도 괜찮네. 다 알면 뭐하나. 전생에 한두 개. 다음 생에 두세 개. 이 생에는 무.그렇게 돌아돌아여기까지 왔는데.
요양원 정원
오늘에야알았네. 그 이름. 린덴 바움 Lindenbaum. 보리수나무. 그 나무에 꽃이 피네. 노란 꽃. 거대한 꽃무리. 그 향기 아직 모르네. 듣기로 이른 아침. 혹은 비 오는날에 맡을 수 있다네. 이름을 듣자 갑자기 내게로 와 안기는. 왜 몰랐나. 그 이름 보리수. 지금도 다 모르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너유월이여, 유월의 보리수나무여. 유월이 가네. 그대가 가도 보리수는 내 곁에 남으리. 유월의 파도 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