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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n 26. 2020

유월의 보리수나무 아래서

파도 소리를 듣네


성문 앞 그늘 아래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
가지엔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보리수


요양원 정원의 보리수 꽃



유월이 가네. 온 지 얼마 되었다고  땐 저리 서두르나. 서운한 마음. 유월의 나뭇잎들에게서 파도 소리가 나네. 왜 아무 말 했나. 나만 몰랐나. 그러자 몰려오는 태풍급. 오, 알겠네. 이제야 알겠. 멈출 수 없는 마음. 익지도 않은 열매들을  앞에 떨구. 탁자 위로 설익은 마음들 쌓이고 쌓이.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마음.  때 가더라도 서운하지는 말고 라고, 독이는 마음.



요양원 옆 성당 마당



밤이 밤이 아니고, 새벽이 새벽이 아니네. 렇게 밝아서야 누군들 깊이 잠들 수 있나. 자다가 깨는 마음. 허공을 날아서 날아서. 어디까지 닿을. 가면 돌아오긴 할까. 간다고 아주 가는 것도 아닌. 가는 마음. 가서 돌아오지 않는 마음. 헤아리네. 헤아려 보네. 몰라도 괜찮네. 다 알면 뭐하. 생에 한두 개. 다음 생에 두세 개. 생에는 무. 그렇게 돌아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요양원 정원



오늘에야 알았네. 이름. 린덴 바움 Lindenbaum. 보리수나무. 그 나무에 꽃이 . 노란 꽃. 거대한 꽃무리. 그 향기 아직 모르네. 듣기로 이른 아침. 혹은 비 오는 날에 맡을 수 있다네. 이름을 듣자 갑자기 내게로  안기는. 왜 몰랐나. 그 이름 보리수. 지금도 모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유월이여, 유월의 보리수나무여. 유월이 가네. 그대가 가도 보리수는  곁에 남으리. 유월의 파도 소리도.



요양원 정원을 지키는 보리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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