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카페

카페 2

by 뮌헨의 마리


시누이 바바라와 우리 카페 말고 다른 카페를 갔다. 바람 불고 비 오는 스산한 가을날 카페에서 두 번이나 따뜻한 수프를 먹었다. 남의 카페에 앉아 그토록 편안했다니.



우리 카페 반대편에 있는 로컬 카페 앞 공원에도 가을이...



이번 주 카페 근무는 월/수/금. 나와 교대로 오전 주방 보조를 하는 동료는 라헬이다. 아직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은 없다. 내가 궁금한 건 왜 매주 요일을 바꾸는가다. 카페 주인장인 슈테판에게 물으니 예상대로 투잡을 뛰고 있단다. 그녀와 나는 주당 평균 10시간씩 일한다. 한 달에 4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최저 근무다. 일명 미니잡 Mini-Job. 월급은 최대 450유로. 세금이 없는 대신 중복은 허용되지 않는다. 타일 차이트 Teilzeit 인 세금 내는 알바는 미니잡과 중복이 가능하다.


라헬은 카페에서 주 2회 근무를 한다. 다른 날은 슈퍼인가 드럭스토어에서 알바를 한다고. 우리 카페에서 일한 지는 1년 남짓 되었다. 미니잡 수입으로는 뮌헨에서 방 한 칸 월세 내기도 힘들다. 풀타임이 아닌 청년들은 투잡이 대세고 필수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달 근무 계획표에 표기된 라헬의 근무 날은 들쭉날쭉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비번일이 내 근무일이 된다는 것. 왜 요일이 왔다 갔다 할까. 슈테판에게 헷갈려 죽겠다 하니 사람 좋게 웃기만 했다. 라헬이 그렇게 요청했다니 슈테판인들 어떡하나. 투잡을 오후에 가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겠지.



우리 카페 앞 가로수에도 가을이 한창이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일하다가 주 3일 그것도 오전만 근무하니 일 같지가 않다. 매일 나를 긴장시키던 센 주방 동료들이 없다는 것도. 살 것 같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사람 마음이란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녀들은 기억할까. 나의 파란만장했던 날들을. 오후에 주 2~3회 일할 곳을 찾을 생각이다. 슈테판에게는 투잡을 찾더라도 오전 시간은 비워두겠다 하니 내년 봄부터는 시간을 늘려주겠단다. 그에게도 올 가을과 겨울은 어려울 것이다. 카페란 노천 테이블에서 올리는 수익이 크니까. 다행히 이번 주는 날씨가 좋다. 퇴근할 때 노천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만 봐도 흐뭇해진다. 누가 들으면 내 카페인 줄 알겠다.


카페 홀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20대다. 슈테판과 주방 셰프 아드리아노 다 싱글에 30대 중후반으로 보인다. 홀 근무 인원은 열 명 정도. 풀타임은 적고 대부분 미니잡이나 세금 내는 알바 같다. 나와는 교류가 적은 편. 내가 실내 주방 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홀에 가져다줄 때만 서로 얼굴을 본다.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고 만나서인지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기도 쉽지 않다. 홀 근무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오전 두 명, 오후 2명이 한 조다. 오늘은 그들 중 남녀 한 명씩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은 루이자와 니야지. 아침마다 환상적인 카푸치노를 가져다주는 나의 모닝 천사들!


오늘 아침 카페에 출근했더니 주방에 아드리아노 대신 주인장 슈테판이 있었다. 아드리아노는? 아프단다. 설마, 이 시국에! 그건 아니고 장이 안 좋다나. 오늘 주치의에게 가봐야 근무 여부를 알 수 있단다. 세프가 없으니 주인장이 열 일하는 분위기다. 안 그래도 부지런한 사람인데. 나 역시 숨도 안 쉬고 일했다. 왜 내게 연락을 안 했냐고 물으니 혼자서도 괜찮다고. 주인장이 저 정도는 되어야 카페가 돌아가나 보다. 뭐든 척척이다. 갑자기 든 생각. 그럼 슈테판이 아프면 어떻게 되나? 성실하고 능력 있는 오너가 있는 카페라니.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겠다. 그나저나 아드리아노가 많이 안 아파야 할텐데. 집에 남아있는 생강청을 마저 들고 가나 마나 고민 중.



비오는 가을날 바바라와 수프를 먹던 남의 카페와 그 카페 앞 공원.



시누이 바바라 회사 코앞에서 일하니 좋은 점도 있었다. 1주일에 한 번 같이 점심을 먹는다. 주로 금요일에. 한 주 근무가 끝났다는 홀가분함도 한몫한다. 근무 첫날에는 바바라가 점심 때 우리 카페로 왔다. 카푸치노와 함께 키시 Quichi라는 타르트를 주문해서 나눠 먹었는데 크기도 크고 값도 싸고 맛도 좋았다. 도우는 내가 준비했다는 기분 탓도 컸을 것이다. 매일 9~10개의 대형 키시를 준비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키시가 우리 카페의 효자 메뉴란 걸 첫날 눈치챘다. 슈테판과 같이 일하니 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날 바바라와 슈테판도 내 소개로 통성명을 했다. 바바라도 카페에서 그를 자주 봤지만 주인장인 줄은 몰랐다고.


다음부터는 바바라와 우리 카페 말고 다른 카페를 갔다. 우리 카페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우리 카페 안에 앉을 자리가 충분하지 않고 홀 동료들에게도 미안해서였다. 우리 카페 단골들이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면 안 되니까. 그곳은 우리 카페와는 컨셉이 달랐다. 옛날에는 빵도 팔고 치즈와 살라미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잡화점이었다고. 그런 로컬이 주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스산한 가을날 그 카페에서 바바라와 두 번이나 따뜻한 수프를 먹었다. 남의 카페에 앉아 그토록 편안했다니. 슈테판에게는 조금 미안해도 어쩔 수 없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우리는 그 카페로 갈 것이다. 또 어떤 수프가 나올까 궁금해하면서. 그 카페 앞의 공원에는 어제도 오늘도 낙엽이 지고 있다.



지하철 역 부근에 있는 그 카페 앞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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