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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그 숨겨진 이야기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나는 예술, 그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대학 시절 계절학기가 학점 받기가 쉽고, 대학생의 필수 코스인 유럽여행에 가기 전에 이 강의를 들어야 한다길래... 낮은 학점을 좀 높여보고 교양도 쌓을 겸 여름 계절학기로 서양미술의 이해란 수업을 수강했다. 그런데, 왜인걸 출결을 모두 했고, 심지어 지각도 한 번도 안 했고, 시험도 응시했음에도, 당당히 c+의 학점을 받았다.

 

  나의 친구 A는 계절학기로 수강했는데, 그 학점을 받은 것이 참 신기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공부와 미술사에는 영 재능이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학기에 나는 학점 세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양미술의 이해를 다시 수강했어야 했다. 사실, 동일한 수업을 두 번이나 들었는데도, 수업 시간에 배웠던 그림들이 왜 유명한지, 왜 아름다운지 공감도 안되었고, 그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그렇게나 무지몽매했던 나에게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생겼다.


빈센트 반 고흐가 조카를 위해 그렸다는 꽃피는 아몬드 나무

                               

  너무나도 유명한 화가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란 작품이었다. 사실, 나는 그의 작품보다는 그의 불행한 생애와 그 역경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 불굴의 의지, 본인의 귀를 자른 기괴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에 유명했던 화가들이 명성을 날리는 나이가 평균 27세 정도인데, 고흐는  주위로부터 27세에 보잘것없다는 평가를 받았었고, 그런 평가에도 주눅 들지 않으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연습이라며 유명화가인 밀레, 램브란트, 들 라쿠아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모사했다고 한다. 만학도 고흐의 생애를 보며, 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

  


  고흐는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였던 테오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정신적인 불안정함을 느끼며 자신의 귀를 자르는 기행을 행한다. 그 후, 테오의 아내 임신소식을 듣고 2차적으로 정신의 불안함을 느끼는데, 아마 고흐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지해주는 유일한 지지자이자, 혈육인 테오를 뺏긴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당시 정신병원에 있던 고흐는 조카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조카의 탄생을 기뻐하며 그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37세 인생의 마지막 봄에 <꽃피는 아몬드 나무>라는 그림을 그렸고, 테오는 자신의 아들 이름을 자신이 평생을 사랑했던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 빌렘 반 고흐로 지었다. 테오의 아들이자 고흐의 조카인 빈센트는 일평생 그의 그림들을간직하다가 고흐의 박물관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고흐의 작품보다는 그의 생을 존경했던 나는 그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렸다던 아몬드 꽃을 본 뒤로 이 작품을 애정 하게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자석처럼 이끌리듯, 마음이 이끌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에메랄드 빛 배경에 수놓아져 있는 하얀 아몬드 꽃. 고흐가 그린 작품 중에 가장 밝은 색상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작품이기에,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마음도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되는 기분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개인적으로 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꽃피는 아몬드 나무>는 고흐의 인간적인 성숙의 과정과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고,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감도 아름답고,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감동적인 고흐의 아몬드 꽃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인 것 같다. 


  작품이 눈 앞에 아른거려, 심지어 핸드폰 케이스로 주문하여 늘 가지고 다니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으로 달려가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직접 나의 두 눈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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