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도서관에는 귀신이 산다?


1.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대학시절에 내가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도서관에 출몰하는 귀신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곤 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꽤 여러 명이 겪은 글이었다. 귀신을 본 이야기부터, 목격되는 그 귀신들의 외양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들... 인생은 과학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가득 차 있기에 그 글들을 가볍게 무시하기엔 무언가 꺼림칙하지만, 마음에 담아두기엔 나는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느낌을 좋아했다.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학생들이 가득 들어찬 열람실이 답답해, 책이 가득 있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전공책과 노트를 들고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문득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책을 찾기 위해 나의 전공책과 필기노트를 도서관의 책장 빈 곳에 꽂아놓고 책을 찾기 시작했다. 칸칸이 돌아다니며 책을 찾다가 전공책을 가지고 가기 위해 처음 책을 넣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근데, 분명 그곳에 있어야 할 나의 책들이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 한 층을 모두 휘젓고 돌아다니며 나의 책들을 찾았다. 도서관 사서 몇 분을 붙잡고 혹시 책을 보셨는지, 혹시 좀 전에 분실 책으로 전공책과 노트가 들어오진 않았는지...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혹시 그 책들을 보았는지를 열심히 물어보았었다. 곧 시험인데 책을 다시 사서 언제 정리하지, 그간 수업을 듣고 적었던 필기노트들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찔 해졌다.     

 

그렇게 전공책과 노트를 찾아 헤맨 지 2시간이 지났을까... 그 날 저녁 약속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데스크 분들께 분실물로 책이 오면 꼭 연락을 달라며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도서관을 떠났다.



2.


  다음날 학과 동기에게 어제 겪은 일을 얘기를 하니,  도서관에 살고 있는 귀신 이야기를 하며 귀신에 홀리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으니 다시 한번 가보라고 말해주었다. 바로 수업이 있는 게 아니었으면 같이 찾으러 가주는 건데 아쉽다며... 그 친구는 왠지 가보면 책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시간 수업을 들으러 그렇게 사라졌다.    

 

 귀신이라니... 나는 반신반의하며 어제 책을 놓아두었던 책장을 찾아갔다. 근데, 이게 어쩐 일인가?? 전공책과 노트가 거기 그대로 있었다. 어제는 그렇게도 찾았을 때 안 보였는데.... 왜 그 자리에 책과 노트가 내가 놓았던 그대로 있는 걸까... 누가 가져갔다가 전공책과 필기가 별 볼 일 없어서 다시 가져다 놓은 걸까?? 내가 어제 이 책장이랑 다른 책장을 헷갈렸었던가? 어제 이곳이 어두워서 안 보였었나?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친구의 말대로 도서관에... 진짜 귀신이 사는 걸까? 나는 귀신의 장난으로 인해 잠시 귀신이 씌었던 것인가? 뭐에 홀린 것처럼 책을 잃어버렸다가 다음날 심봉사가 심청이의 공양으로 눈을 번쩍 뜬 것처럼 다시 전공책과 노트 필기를 찾았다.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하는 걱정에 꼬박 하루를 마음앓이했었는데...      

 

 그 뒤로 혼자 밤늦게 까지 도서관에 머무는 일이 없었다. 책을 빌려서 열람실에 내려오거나 집으로 책 몇 권을 들고 가거나 했었다. 혼자 도서관에 머물며 책을 읽을 때, 내가 볼 수 없는 그런 미지의 상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깨림칙 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정말 귀신이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들은 무언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의 일인 것은 분명하다. 요즘도 가끔씩 그때 일을 생각하면 내가 책을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진짜 귀신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그 숨겨진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