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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잡채와 겉절이


 가끔 보면 안 어울릴 거 같은데, 묘하게 잘 어울리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겐 잡채와 겉절이가 그렇다. 사실 잡채와 겉절이는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케이크, 초콜릿처럼 누가봐도 잘 어울리는 그런 조합은 아니다.  


 휴일 느지막이 일어나서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잡채를 볶고, 엄마가 해준 겉절이를 꺼내 늦은 점심을 먹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잡채는 손도 안 댔었고, 겉절이는 맛이 없다고 김장김치를 찾곤 했었는데... 해가 바뀐 그 사이 나의 입맛이 바뀌었나 보다.  엄마는 네가 어쩐 일이냐며 놀라 하며, 볶은 잡채와 겉절이를 식탁에 앉아 같이 먹었다.

    


  엄마는 명절 때,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마다 잡채를 한다. 우리가 왜 힘들게 잡채를 하냐고 하면, 엄마는 데쳐서 한꺼번에 볶기만 하면 되는 거라 조리가 간단하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니 잡채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잡채를 준비하면서 양을 얼마나 해야 할지 아빠와 티격태격하며, 다른 것들 에는 통이 크면서 왜 음식에 관해서만은 손이 요만큼밖에 안되냐며 아빠에게 늘 잔소리를 한다.


  엄마는 30인분의 잡채 당면을 삶아도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면, 금방 먹는다며 통 크게 당면을 두 봉지 삼는다. 통 큰 엄마 덕분에 명절이 지나고 나면 냉동실에는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잡채가 한가득이다.


  

  그리고 김장김치가 맛이 없어질 즈음, 엄마는 겉절이를 담그곤 한다. 배추를 사다가 다듬고 각종 양념을 넣은뒤 버무려서 통에 담는다. 얼마 전만 해도 겉절이가 맛있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요즘에는 살짝 덜 익은 겉절이만 찾게 된다.


      

   나는 지금 잡채와 겉절이를 먹고, 커피를 한잔 내려서 마시면서 이 글을 적고 있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었지만 맛이 정말 잘 어울렸기에, 이 글이 쓰고 싶어 졌다.  가끔 이렇게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나와 잘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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