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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이별을 건너는 방법

1. 헤어짐, 그 이별의 순간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는데 친구 B로부터 카톡이 왔다. 남자 친구와 연락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고 했다. 친구는 그 사람과 그렇게 끝내니 마음이 너무 허무하고, 아프다고 했다. 매일 연락해서 일상을 공유하고, 주말마다 데이트를 했던 사람이, 한 순간에  마치 모르던 사람처럼, 원래부터 내 인생에서 없던 사람처럼, 노바디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신의 심장을 꺼내서 보여 줄 것 같은 진심으로 사랑을 대하는 그 친구는 아마 한동안 심장이 칼로 난도질당하는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곤, 친구의 슬픔에 귀 기울여주는 것 외에는 없는 듯했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죽을 만큼 힘든 시간들을 버티고 나면, 어떠한 상처든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은 아문다는 것을... 이 친구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부디 이 시간을 버텨내기를...     


2. 이별을 맞이 하는 방법     


  이별을 맞이 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일단 눈물이 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펑펑 울었다. 강의실 맨 앞 줄 에서 수업을 듣다가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려 수업을 하던 교수님이 놀라기도  하였으며, 길 가다가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들리면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했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 좋아했던 오빠의 컬러링 음악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가 가게에서 흘러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또, 가끔 방 안에서 문을 잠그고 술을 사마시다 취기가 올라오면 베개를 끌어안고 서럽게 꺼이꺼이 울기도 했었다.

     

 그렇게 며칠이고 울고 나면 끊임없이, 그 끝을 알 수 없게, 우울의 구렁텅이로 파고 들어갔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처량하고 불쌍하고... 그렇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고 나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더 이상 슬픔이 날 지배하지 않는 그런 상태. 기적처럼 서서히 그 사람이 기억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매일을 그 사람 생각에 하루를 채웠다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그 사람의 기억은 희미해졌고, 일상은 다시 평온해졌으며 그 사람은 나에게 현재의 사람이 아닌 추억 속의 사람이 되어갔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나 아팠었는데, 그때의 슬픔과 먹먹함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사람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다. 

      


 

 결국, 이별을 건너는 방법은 마음껏 아파하고, 헤어졌음을 슬퍼하고 그 사람과의 시간을 추억하며,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길, 망각의 신이 나에게 어서 다녀가기를, 그 시간들을 오롯이 홀로 견디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모두 이별의 강을 건넌다. 강을 건널 때마다 다음번엔 덜 아프겠지 싶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매번 아픔의 종류만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나의 친구 B도 부디 이 시간을 잘 견뎌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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