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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May 28. 2021

[독서에세이] 제프 베조스의 발명과 방황

<발명과 방황의 표지>



1.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발명과 방황’은 세계 2위의 부호이자,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자서전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 흡사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누군가 글을 조곤조곤 읽어준다는 느낌을 준다.



2.


 제프 베조스는 스토리 텔링의 힘을 믿어, 아마존에서 회의를 할 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안건을 6페이지의 글로 작성한다고 한다. 나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짜임새 있는 글의 힘을 믿는다. 늘 칼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는 말을 믿어 왔고, 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왔기에, 좋은 글을 접하고, 내가 쓰는 글들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 아마존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


 제프 베조스는 직관의 힘을 중요시한다. 그는 본능적인 감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이를 토대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고 말한다.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여겨지지만, 나 역시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함에 있어, 데이터나 수치보다 직관적인 결정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던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일을 할 때 본능적으로 일의 진행 방향을 설정한 경우 결과가 좋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 인간에게 축적된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직관은 분명 수치화된 데이터를 뛰어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삶의 결을 만들기 위해, 인생의 매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프 베조스에 대한 설명>


4.


제프 베조스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솔선수범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아름다운 지구행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시설들은 ‘우주 식민지’를 개척해 그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주 식민지라... 책을 읽어나가며 내가 무슨 단어를 본 건지, 정확한 번역이 맞는지 몇 번이고 다시 보았는지 모르겠다.

우주에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생각 자체가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할 것이라는 오만함과 우주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기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지구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었던 것처럼, 우주 또한 그들이 가진 자원과 가능성을 이타적으로 순순히 내어 줄 것이라는 대단히 큰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구에서 인류는 서로를 끊임없이 침략하고, 약탈해 왔다. 우리 역사에서 전쟁이 멈췄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인류가 서로가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칼날을 이제는 우주를 향해 겨누고 있다.



빌 게이츠가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선물했다는 책 [팩트 풀니스]를 읽으며,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서구 우월주의적 시각이 불편했고, 무엇보다 [팩트 풀니스]의 저술 목적은 서방 세계의 사고의 오류를 바로 잡아 지금과 같이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제프 베조스의 우주 식민지론은 [팩트 풀니스] 저자의 시각처럼 서방 국가의 오만함의 전형적 발로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많은 자원을 인류가 무한하게 개발한 결과 지구의 자정능력은 한계치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어쩌면, 누구보다 빠르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주개발에 몰두하는 것이 맞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우주 속 작은 행성에 존재하는 미물에 불과하다. 세계 2위 부자의 자부심과 도전정신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야망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5.


사실 발명과 방황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제프 베조스의 경영방침과 그의 경영 노하우에 포커스를 맞추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독서에세이는 늘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써야 편하게 써졌기에, 책을 읽으면 들었던 주관적인 소회를 끄적여 보았다. 세계 2위의 부호의 경영 노하우를 알고 싶다면, 아마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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