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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Sep 28. 2021

[독서에세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1.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얼마 전에 반 정도를 읽다가 읽기를 그만두었던 책이었다.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서 다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김영하의 여행 에세이집.

김영하 작가가 여행에서 겪은 일들을 읽노라면, 나에게 여행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느꼈던가를 반추해보았다.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 일까?

어린 시절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들 덕분에 어린 나이부터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스페인이었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갔기에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따라갔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 마음껏 머물지 못했지만, 아름다웠던 세비야의 이국적인 도시 풍경은 나중에 꼭 다시 한번 오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스페인의 도시 론도에서는 자신을 론도 주민이라고 소개하며 “론도에는 론도 사람보다 한국인이 많아요.”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크게 인사하던 아저씨도 있었다.


2.


 여행의 좋았던 순간의 편린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에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도 여행 갈래 혼자서 집에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볼래? 하면 난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대학시절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고 , 친한 친구들과 가끔 밥을 먹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혼자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며 보냈던 것 같다. 원하는 수업을 들으며, 공강 시간에는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책을 만났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하나의 세계였고, 나는 그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였다.


 도서관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작가를 만났다. 릴케는 나에게 인간의 생은 고독하므로, 내게 다가온 고독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며, 니체를 만나 무심한 듯 하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의 진귀한 조언들을 얻었으며,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 사람의 글이 이렇게 까지 따뜻함을 줄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나도 읽고 있노라면 가슴 뭉클해지는 그런 문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조언을 담은 인생 선배들의 글들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글들이 내 안에 쌓여 나만의 인생 가치관들을 정립해 왔던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며 그 시절들을 돌이켜보니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하고 가슴 벅찼던 순간들이 아녔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로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만을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서 넷플릭스로 만나는 다큐멘터리와 영화들도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여행이라면 여행일 수 있고,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하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3.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지금 여행에 대한 갈망을 책을 읽으며 달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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