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반향초 Jan 17. 2022

필사 노트 11-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법정스님께서는 입적하시기 전날 "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라고 유언하셨다고 한다. 사후에 저작권과 관련하여 문제 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셨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돌아가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자 하셨던 것 같다. 법정스님의 책들을 시중에서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오두막 편지'는 대학시절 공강 시간에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구매하여 읽게 된 책으로, 아래 글귀들은 내가 좋아하는 법정스님의 문장들이다.



1. 감상과 감성은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다르다. 인간의 인식능력인 감성이 마 된다면 그때 우리는 온전한 인간일 수가 없다. 대상에서 받은 느낌으로 마음 아파하는 일을 감상이라고 하는데, 감성이 무디어지면 감상의 기능도 할 수 없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앞에 무감각하고 무감동한 것은 생물이 아니다.



2. 사람은 자신이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고, 사람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책임을 느낄 때 사람은 그가 하는 일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간다.



 3.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마음의 고요와 평화일 것이다. 마음의 고요와 평화 없이는 가정의 화합도 이룰 수 없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도 그 어떤 일도 제대로 이루어낼 수 없다.



4. 좋은 여행은 목적지보다 그 과정과 도중에서 보다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여행뿐 아니라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물으면서 탐구하는 그 과정에서 보다 값진 인생을 이룰 수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안에서 고마움과 기쁨을 찾아내어 누릴 줄을 알아야 한다.


 여행은 집을 떠나 밖에 나가 있는 기간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에 돌아와 밖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차분히 음미하면서 현재의 삶을 알차게 가꾸어 나감으로써 여행의 의미는 여물어 간다.



5. 여행은 한때로 끝나지만 한 생애의 동반자인 그’ 짝‘을 잘못 만나면 평생을 두고 무거운 멍에를 져야 한다. 이와 같은 깨우침은 내 자신도 한때의 나그네길에서 터득한 교훈이다.



6. 친구 사이의 만남에는 서로 영혼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 간에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기쁜 일이 있을 때, 혹은 가장 고통스러울 때, 그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인간관계다.



8. 진정한 만남은 상호 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자신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 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9. 전통적인 우리네 옛 서화에서는 흔히  '여백의 미'고 있다. 이 여백의 미는 비록 서화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어울리는 인간관계에도 해당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가득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백의 미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두루 헤아려보라. 좀 모자라고 아쉬운 이런 여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겠는가.

 

 바람직한 인간관계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받쳐주어야 한다. 덜 채워진 그 여백으로 인해 보다 살뜰해질 수 있고, 그 관계는 항상 생동감이 감돌아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필사 노트 10-괴테의 말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