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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Jan 21. 2022

필사 노트 15-마키아밸리의 '군주론2'

[군주론 뒷편에 수록되어 있는 역자의 말]


  한 영화비평가의 인터뷰를 인상깊게 본적이 있다. 그 분은 영화가 끝난 뒤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기 바쁜 그 시간에 자리를 끝 까지 지키고 앉아 영화제작에 참여한 분들의 이름이 나오는 엔딩크레딧의 장면을 모두 감상한다고 했다. 왜 그렇게 하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비평가는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 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했을 많은 이들의 노고를 렇게라도 기리고 싶어서라고 답변했다. 이 인터뷰를 본 뒤로 나는 내가 읽는 책에 수록 되어 있는 저자 혹은 역자의 말을 꼭 읽게 되었다. 내가 몇 시간 만에 읽어내려가는 이 책들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였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고, 나 역시 그 분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군주론'의 책 뒤편에는 역자의 생생한 후기가 담겨져 있다. 이탈리어로 쓰인 군주론을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읽기 까지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나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 뒤편에 수록된 역자의 글을 읽다보면 많은 분들의 노고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수 많은 이의 노고가 있었기에 나 보다 몇 백년 전, 다른 나라, 다른 언어를 사용했던 마키아밸리의 저서를 내가 이렇게 편하게 읽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많은 이들의 노고를 통해 우리말로 번역된 ‘군주론’의 문장들이다.




1. 군주의 지적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 주변의 인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유능하고 충성스럽다면, 군주는 항상 현명하다고 사료됩니다. 왜냐하면 군주가 그들의 능력을 파악하고 충성심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2.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당신 자신을 아첨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듣더라도 당신이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 입니다.



3. 좋은 조언이란, 어느 누군가 하든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군주의 지혜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군주의 지혜가 적절한 조언에서 비롯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4. 위대하고 고상한 정신을 통하지 않고 물질적 대가를 주고 얻은 우정은 소유될 수 없으며, 정작 필요할 때 사용될 수 없습니다.



5. 모세의 출현을 위해서 유대인들은 이집트인들에 의해서 노예상태에서 탄압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 결과 유대인들은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로물루스가 로마의 건국자이자 왕이 되기 위해서는 그가 알바에서 태어나자마자 거기에서 머무르지 못하고 내버려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키로스 왕 역시 메디아인들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메디아인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회들이 이 위대한 인물들에게 운 좋게 다가온 것이라면, 그들이 지닌 비범한 역량이야말로 그들로 하여금 이러한 기회를 포착, 활용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나라는 영광을 누리며 크게 번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언급한 유능한 개혁자들은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모든 위험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시작한 후에 다가오며, 그 위험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통해서만 극복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성공을 시기하는 자들을 섬멸함으로써 존경을 받게 되며, 그들은 강력하고 확고하며 존중받는 성공한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됩니다.



6.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감사의 관계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관계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항상 효과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실패하는 경우가 결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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