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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Jan 22. 2022

필사 노트16-명사들의 졸업사

당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담대하게 붙잡아라.



 대학시절 영어 실력을 늘려보겠다고 명사들의 영어 연설문이 수록된 책을 구매해서 암기를 시작했었다

(그럼에도 나의 영어실력은 결코 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명사들의 졸업사". 첫 명사로 미시시피 대학에서 연설한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졸업사가 실려있다. 존 그리샴은 내가 대학시절 좋아했던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소설들은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서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다. 존 그리샴의 인생처럼 생각하지 못한 기회들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2022년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해본다.



 졸업사의 중간중간을 발췌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읽었을 때보다 짜임새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쉽다. 아래는 내가 좋아하는 존 그리샴의 졸업사이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관례는 젖혀두고, 적어도 24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날 만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15년 전 저 자리에 앉아 있던 저는 독선적이고 자부심이 강했으며 심지어 거만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2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인생설계를 마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계획해 놓은 상태였고, 어느 정도는 제법 자리를 잡았습니다. 회계학 학위를 취득했고, 로스쿨의 입학 허가도 받았으며, 세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부자들을 도와 많은 돈을 벌 작정이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성공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갔지요.


 여러분 가운데 제 작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로스쿨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월급을 주려는 로펌은 없었습니다. 사실은 아무도 저를 고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변호사 간판을 내걸고 소송을 맡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 했고, 사건을 공정히 처리하려고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우 바빠졌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글을 쓴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문학창작과 과정을 밟은 적도 없고 창작기법을 배운 적도 없으니 작가가 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지요. 일개 변호사였던 저는 이후 변호사 겸 주 의회 의원이 됐습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던 저는 거대한 법률회사를 만들 꿈을 꾸었습니다. 제 인생은 정해진 길을 따라 꽤 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미시시피 주 허난도 법정에 갔다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했었지만 대개 인생이란 그렇기 마련이지요. 그때 제가 목격했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법정 드라마를 쓰게 됐습니다.

 




 1984년, 저는 <타임 투 킬>의 첫 장 첫 페이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취미생활에 불과했습니다. 3년이 지나서야 저는 완성 원고를 뉴욕으로 보냈고. 곧바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라는 제목이 붙은 다른 이야기의 집필에 착수하게 되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글쓰기는 제 본업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그때까지 와는 다른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출판계와 영화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저는 약 1년 뒤 법조계를 떠났으며, 정계에 안녕을 고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집을 팔고 옥스퍼드 외곽의 작은 농가로 이사를 했습니다.

 

15년 전, 저는 모든 것을 계획해 놓았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이 앞으로 10년 후를 바라보는 멋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은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인생은 여러분이 생각하지 못한 기회들을 선사할 것이며,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붙잡아 대담하게 밀어붙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인생은 여러분께 불행과 역경, 심지어 비극까지도 선사할 테니 각오를 단단히 하세요. 이런 일들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것들이니까요.



 잠시 뒤면 우리는 서로에게 작별을 고하고 각자의 길을 가겠지요. 여러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다시 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처럼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이 학교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곳으로 돌아와 여러분이 여러 해를 보냈던 캠퍼스를 거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자주 이곳에 와서 강연을 하거나 낭독을 하거나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낡아 빠진 트럭 한 대가 있는데, 한 친구가 그것을 백 달러에 사서 직접 스프레이를 뿌려 가며 도색을 했습니다. 엔진도 없고 타이어는 바람이 빠져 버렸지요. 누군가 의자 몇 개를 쌓아 두었는데, 저는 그 꼭대기에 앉아 불독 팀의 경기를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다가올 15년의 시간이 제가 지나온 15년의 시간보다 더욱 즐겁고 재미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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