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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Jan 30. 2022

필사 노트24-내인생에 힘이되어준 한마디2



사실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문장들을 정리하겠다고 지난 시절 읽었던 책을 들추어 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드는 요즘이다. 그래도 내가 밑줄 그엇던 책들을 다시 훑어보면서 그 시절 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엇는지 생각해보고, 문장들을 마음에 새기는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초코우유가 참 맛있는 밤이다.





아래는 초코우유만큼 달달하진 않지만 좋은 내용을 가득 담고 있는 정호승 시인님의 문장들이다.



1.책이 없는 집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물이 없거나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집과 같습니다. 영혼이 없는 쓸쓸한 육체와 같습니다. 어떤 집을 방문했을 때는 그 집에 있는 책을 통하여 집주인의 정신세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신식 가전제품은 있어도 책이 없는 경우, 저는 집주인과 가까이하기를 꺼립니다.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책을 읽지 않고는 시를 쓰지 못합니다. 손에서 책을 놓으면 숨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 들고 살다가, 책을 들고 죽으려고 합니다. 제가 ‘첨성대’라는 작품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단에 얼굴을 내밀게 된 것도 미당 서정주 시집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었으며, 제가 ‘서울의 예수’라는 시를 쓰게 된 것도 매일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성경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으며, 저의 스승이었던 소설가 황순원 선생께서는 ”되읽고 싶은 책을 단 한권이라도 챙기고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요즘 화가 날 때마다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 화난 마음이 조금식 가라앉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책속에는 분노를 잠재워주는 신의 손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가 슬픔과 분노를 쓰다듬어 잠재워줍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책을 쓰다듬기라도 하라.’는 말이 충분히 이해되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책입니다. 인생이라는 책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마구 넘겨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읽습니다. 연애편지를 읽을 때 청년은 급하게 읽고, 중년은 차근차근 읽고, 노인은 읽고 또 읽습니다. 책도 이와 같습니다.



2. 노력이 재능입니다. 재능도 값진 것이지만 정말로 값진 것은 노력입니다. 노력은 재능이고 소질이며, 연습의 양이 질입니다. 노력만이 타고난 천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운명은 노력하는 인간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이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이들은 모두 노력한 이들입니다.



3.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이 지닌 이 본질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외로움과 고독은 구분되어야 합니다.외로움을 사회적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하고, 고독을 인간이라는 존재적 실존성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제 친구들이 말하는 외로움이란 이 두 가지 의미가 다 한데 포함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외로움을 이해하는 바탕이 있어야 고독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도 들고요.



4. 우리의 삶에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쉬움과 부족함이 있어야 합니다. 아쉬워야 영혼이 눈을 뜨고 숨을 쉽니다. 부족해야 지혜가 눈을 뜨고 마음이 진실해집니다. 진정한 결핍이 있어야 그것이 곧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저도 결핍에 의해서 시를 쓰게 됩니다.결핍을 모르는 이는 시를 쓰기 어렵습니다.




5. 다른 직업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직업을 통해 보다 체험 깊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삶의 체험이 보다 감동 깊은 시를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시인으로서의 삶만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가장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입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일을 함으로써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며,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6. 인간에게 신은 결코 도움을 늦추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성급해서 신이 도와줄 때까지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7. 이별이라고 하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로 열심히 사랑하다가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어떤 연유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선언하는 이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별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별 그자체가 또 다른 만남을 잉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별하고자 하는 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이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 우정은 천천히 자랍니다. 연애가 한 순간의 격정에 뜨거워진다면, 우정은 고구마를 구울 때 모닥불 속에 든 돌처럼 천천히 뜨거워집니다. 사랑이 한여름에 느닷없이 퍼붓는 장대비라면, 우정은 봄날에 내리는 보슬비나 가을에 내리는 가랑비입니다.



9. 실패는 스스로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는 말을 탈 때 딛고 일어서는 노둣돌입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다시 태어납니다.



10.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삶과 목표를 세우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참 다릅니다. 목표를 세우지 않은 사람은 목표를 세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도록 운명지어져 있습니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진정 되고 싶은 무엇이 있으면 일단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하지 말고 꾸준히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내가 따라가는 것 같지만 실은 그 목표가 나를 이끕니다. 목표를 가질 때 잠재능력이 일깨워집니다. 저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평생 시를 쓰면서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11. 인생은 좋은 곳에 안주해서 녹슬어버리는 것보다는 고통의 모서리에 닳고 닳아 없어지는 게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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