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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02. 2022

필사 노트27- 명사들의 졸업사 2

조앤 롤링 - 실패가 인생의 마침표를 찍어주지는 않는다

 


  

나의 어린시절, 책을 좋아하셨던 엄마는 출판사에서 분야별로 전집을 구매해서 내 방을 가득 채워주셨었다. 특별하게 할일이 없던 어린시절의 나는 그 책들을 읽거나 여동생과 인형놀이를 하곤했었다. 웅진출판사에서 출판했던 위인전 전집을 좋아했는데(삼국지 전집을 가장 좋아하긴했다), 특히 일본인 출신의 의사인 '노구치 히데요'의 위인전을 좋아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감명깊게 읽었던 오프라 윈프리의 자서전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본인이 불우한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유명인들의 자서전을 반복해서 읽은 것이라고 말했었다. 유년 시절부터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한 위인들의 삶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들의 마인드와 삶의 태도를 궁금해왔던 것 같다.

 


아래는 위인전이나 자서전은 아니지만 동화 속 신데렐라의 이야기 보다 더욱 반전있는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해리포터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조앤 롤링’의 하버드대학교 졸업사이다. 졸업사는 세상을 향해 막 발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을 위한, 연사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정수를 압축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조앤 롤링의 졸업사 전문을 담지는 못했지만, 실패에 관한 진귀한 조언을 담고 있는 조앤 롤링의 문장들이다.       





   

사실,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졸업할 당시 알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졸업 이후 지금까지 21년 동안 제가 깨달은 소중한 교훈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여러분이 학문적으로 이룬 성취를 기념하는 이 감격스러운 날, 저는 실패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두 번째로 이제 ‘진짜 삶’에 막 발을 들여놓게 된 여러분께 저는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실생활에 뛰어드는 마당에 상상력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공상적이거나 모순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말씀을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마흔 둘인 저로서는 지금 나이의 절반인 스물한 살 졸업식 당시를 되돌아보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21년 전, 저는 제 야망과 가족들이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오로지 소설을 쓰는 것뿐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신 제 부모님은 저의 지나친 상상력이 흥미롭고 독특하기는 하지만, 주택융자금을 갚고 노후 연금을 모으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부모님을 조금도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신의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게 된 것이 부모님 탓이라고 원망하는 태도도 버려야 합니다. 자기 인생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는 순간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자신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제 부모님께서는 제가 가난으로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셨을 뿐인데, 제가 부모님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도 저도 가난을 겪었고, 가난이라는 것이 그리 달가운 경험은 아니라는 데에 똑같이 동의합니다. 가난하면 삶이 두렵고 버거워지며 때때로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제가 여러분 나이에 가장 두려워한 것은 가난이 아니라 실패였습니다. 여러분 나이였던 저는 뚜렷한 이유도 목적도 없이 학교 강의는 거의 나가지도 않은 채 커피숍에 죽치고 앉아 소설을 썻습니다. 저는 학교공부를 등한시하기는 했지만 시험을 통과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고, 몇 년 동안 저와 제 친구들은 시험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에 다다른 것처럼 여겼습니다.     



여러분처럼 젊고 재능 있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어려움이나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제가 아둔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많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변덕스러운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 아무 어려움 없이 순탄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하버드를 졸업한다는 사실에서 저는 여러분이 실패하는 데에는 별로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 못지않게 여러분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요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 것입니다. 최고의 평판을 지닌 대학에서 공부한 여러분이 실패라고 여기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성공이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여러분은 이미 높은 곳을 날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실패가 달가운 경험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당시 제 삶은 너무나 우울했고, 해리포터 성공 후 언론에서 제 삶을 일컬어 동화 같은 인생이라고 했는데, 당시 저는 그런 동화 같은 인생이 제게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어두운 삶이 계속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터널 끝에서 빛을 보게 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 현실과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왜 실패의 이점에 대해 말하려 하느냐고 물으시겠죠? 바로 실패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벗겨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패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제가 가진 모든 열정을 제게 가장 소중한 한 가지에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소설 이외에 다른 것에 성공했었다면 제가 진심으로 원했던 일에서 성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패 덕분에 저는 시험을 통과해서는 얻을 수 없었던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저는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가 아니였다면 도저히 깨달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강한 의지가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단련되었으며, 보석보다 값진 진정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를 겪고 나서 더 단단하고 지혜로워지면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는 시련을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 것이 진정 소중한 선물이지요.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저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그것은 제가 얻은 그 어떤 자격증보다도 가치 있는 소득이었습니다.




삶이란 무엇을 얻고 성취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이 갖춘 자격요건, 화려한 이력서가 여러분의 인생은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나 혹은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앞으로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삶은 힘들고 복잡하고 우리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 사실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 때, 제가 그 당시 정의 내리지 못한 어떤 것을 찾기 위해 도전정신을 가지고 들었던 고전학부의 복도 저편에서 배운 여러 가지 중 하나는 ‘내면에서 성취하는 것이 외부의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크의 글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구절입니다만, 이 말의 진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수없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우리와 바깥세상이 연결되어 있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우리는 그저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바꾸는데 마법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이미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거의 끝나갑니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제가 스물한 살 때 이미 가지고 있던 것에 관한 것입니다. 졸업식 날 제 곁에 있었던 친구들이 지금까지 평생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제 아이들의 대부이자 대모이고,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넓은 아량을 베풀며 제 소설 속 죽음을 먹는 악령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서 고소하는 일이 하지도 않습니다.       


   

내일, 여러분이 오늘 제가 드린 말씀 가운데 한 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시더라도 세네카가 한 말 만큼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세네카는 제가 출세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고대 현인들의 지혜를 찾고자 고전학부 복도를 내달을 때 마주쳤던 로마의 현인 가운데 한 분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길이가 아니라 그 내용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내면이 충만한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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