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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03. 2022

필사 노트 28- 존 스튜어트밀의 '자유론'2



존 스튜어트밀은  '자유론'에서 우리 생각에 대해 철저한 부정과 비판의 과정을 거친 뒤, 살아남은 생각에 입각해서 행동을 하면 그러한 행동은 이성적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며, 항상 반대의견에 귀기울이고, 모든 의견은 철저한 검증을 거칠 것을 요구한다. 위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얼마전에 읽었던 팀 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등장한 '레드팀'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팀 페리스는 3년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200명(팀 페리스는 이들을 타이탄이라 부른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한 삶의 이야기를 들은 뒤, 타이탄들을 지금의 성공으로 이끈 그들의 도구 61가지를 스토리 텔링의 형식으로 담아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팀 리스는 성공의 도구 중 하나로 개인과 기업에 ‘레드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편에 서서 나의 소중한 신념과 철학을 철저하게 부숴줄  3~5명의 개인 또는 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팀 리스는 ' 타이탄의 도구들'‘나는 4시간만 일한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가 출간한 모든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고 하니 참으로 부럽다.)






아래는 팀 페리스가 강조하는 '레드팀'의 중요성을 150년 전에 이미 깨닫고, 이를 설파했던 존 스튜어트밀의 문장들이다. 문장들이 많아서 정리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내용들이기에 열심히 정리했다.





1.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어떤 목적을 향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이 자기 자신의 행동을 인도하는 진정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음을 믿어도 된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믿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을 퍼뜨려 사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악당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에 대해서도 최소한 이 정도의 확신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말한 이런 믿음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상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갖 논박을 거쳤지만 허점이 발견되지 않는 어떤 생각을 진리라고 가정하는 것과, 아예 그런 논박의 기회를 봉쇄하기 위해 그것을 진리로 가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생각에 대해 철저한 부정과 비판 과정을 거친 뒤, 그래도 살아남은 생각에 입각해서 어떤 행동에 나선다면 그 행동의 타당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보통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간 능력이 허용하는 한 최고 수준의 이성적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 



전체적으로 볼 때 인류의 생각과 행동이 지금처럼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인류가 이런 상태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정신의 한 특징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적 또는 도덕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보여주는 모든 자랑스러운 것들의 근원, 즉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인간은 토론과 경험에 힘입어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자면 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 그러나 사실과 논쟁이 인간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그 정신 앞으로 불려 나와야 한다.



3.



사실 스스로가 진실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에 관한 사람들의 논평이 있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 내리는 판단의 힘과 가치는 그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고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그렇게 고칠 수단을 손쉽게 구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할 때 비로소 판단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어떤 사람의 판단이 진실로 믿음직하다고 할 때, 그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늘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까지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그리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어떤 의견이 왜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옳은 의견 못지않게 그릇된 의견을 통해서도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는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상이한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나아가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 문제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현명한 사람 치고 이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없다. 인간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에 적어도 명확하게 맞설 수 있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소상하게 잘 파악하고 이런저런 반박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른 어떤 사람이나 다중보다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만하다.





4.



심지어 뉴턴의 물리학조차도 수많은 의문과 시험에 내맡겨 그 정당성을 확인받지 못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것과 같은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 놓고 믿는 것일수록 온 세상 앞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런 검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검증을 받았으니 허점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도, 인간의 현재 이성이 허용하는 수준 안에서 검증을 받은 데 지나지 않으므로 그것이 절대 진리라고 확신할 일은 결코 아니다. 진리에 이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 놓치면 안된다. 검증의 문이 열려 있으면 언젠가 우리가 이성을 통해 더 높은 진리에 이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이런 방법을 통해 인간의 현재 수준에서 최고의 진리를 찾는 데 만족해야 한다.이 정도가 유한한 인간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확실성이다.




5.



최고의 권력을 누렸을 뿐 아니라 동시대의 인물 가운데 최고, 최선의 지혜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이다. 그는 전 문명국가를 지배했던 절대 권력자였지만, 일생을 통해 정의의 표상이라 쳥가를 받을 만큼 흠없는 삶을 살았다. 나아가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을 정신적 바탕으로 하는 사람으로 뜻밖이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심성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도 사람이니 만큼 몇몇 약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덮어둘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것들이었다. 고대인의 윤리학 관련 저술 가운데 최고로 인정받는 그의 글은 예수의 대표적인 가르침과 매우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설령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판에 박힌 사전적인 의미를 벗어나 조금만 더 넓게 해석한다면,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뒤를 이었던 왕들 가운데 독실한 신앙을 자랑했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그리스도교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다. 개방적이고 막힘이 없는 지성의 소유자였고, 고결한 인품으로 인해 그의 글 속에는 그리스도교적 도덕 이상이 흘러넘쳤으며, 그 결과 이제까지 인류가 이룩한 모든 성취의 정상에 우뚝 섰던 아우렐리우스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교가 이 세상에 해악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가 보기에 당시 사회는 개탄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그래도 사회는 기존 종교에 힘입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또 적어도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최고 지도자로서 사회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것이 그의 의무였다. 아우렐리우스는 한번 무너진 질서는 어떻게도 일으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종교는 혁명적 변화를 공공연히 주장했다. 따라서 그 새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이 그의 의무가 아니라면, 그로서는 그리스도교를 탄압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리스도교적 신학이 진실이며 어떤 신성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신이 십자가에 못 혀 죽었다는 이상한 역사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수 한사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앙 체계가 도무지 근거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는 그리스도교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상당 부분 약화 되었음에도 사회를 혁신하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모든 철학자와 지배자를 통틀어 가장 자애롭고 온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그가, 자신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는 생각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를 꺼리낌 없이 허용했다. 나는 이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6.



그러나 분명히 말해 진리가 언제나 박해를 이기고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하나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지만, 역사적인 모든 경험이 입증하듯이 사실은 유쾌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는 진리가 박해 앞에 무릎을 꿀고 만 숱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7.



진리가 가진 진정한 이점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생각이 옳다고 치자. 이 진리는 한 번, 두 번 또는 아주 여러 번 어둠에 묻혀버릴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때로는 좋은 환경을 만나 박해를 피하고, 그러다가 마침내 모든 박해에 맞서 싸워 이길 만한 힘을 가지게 될 때까지, 그것을 거듭 어둠 속에서 태양 아래로 끄집어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이것이 진리가 가진 힘이라면 힘이다.




8.



지성을 단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다.



9.



고대의 가장 위대한 웅변가라고 할 수 있는 키케로는 자기 문제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변론술을 연마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꼭 따라야 한다. 그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은 실은 그 분야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이 제시하는 논거가 상당히 탄탄하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쉽게 공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 장단점을 꿰고 있지 않으면 왜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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