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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04. 2022

필사 노트 29-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대학시절 목적 없이 그냥 읽고 싶은 책들을 읽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나는 어떠한 독서를 해야하는지 궁금했었고, 이 궁금증을 책을 통해 해결했었다. 고양이 빌딩으로 유명한 개인 도서관을 소장하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가장 좋아했고, 그의 저서 ‘지식의 단련법’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책장에서 대학시절 읽었던 ‘독서력’이란 책을 꺼내서 문장들을 정리했다(얇고, 작은 문고본이라서 꺼내 든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책은 독서 방법론과 관련해서 책을 찾다가 교보문고에서 발견한 책으로 책을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가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아래 문장들은 대학시절 내가 밑줄 그엇던 문장들이다. 정리하다 보니 양이 꽤 많다. (졸음을 참으며 정리하고 있는 나는 과연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1.


특히 자아형성에 도움을 준 책은 밑줄을 그어놓은 상태로 간직했으면 좋겠다. 10년, 20년 후 다시 읽어보았을 때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 직접 밑줄을 그어놓은 책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준다. 밑줄을 잔뜩 그어놓은 곳, 즉 인상적인 표현이 많은 페이지에는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끝부분을 접어놓는다.


포스트 잇은 편리한 도구이다.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싶은 책은 자신에게 소중한 책이다.  


밑줄을 그으면 그 책은 자신의 것이 된다.          



2.


이 책은 일생에 단 한번밖에 만날 수 없다는 자세로 읽으면 독서의 질이 높아진다. 언제라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책의 이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긴장감이 높아진다. 밑줄을 그을 때도 설사 다른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중요하지 않더라도 내게는 중요한 곳이라고 확신하면서 긋는다면 아무 문제없다.           


그렇게 수없이 자신의 판단력을 바탕으로 밑줄을 그은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볼 때 막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처음 읽었을 때 들인 시간의 몇분의 1, 아니 10분의 1만으로도 내용을 훑어볼 수 있다.  몇 번씩 반복하여 책 내용을 파악함으로써 기억에 정착된다. 한 번 읽고 기억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어렵다.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만이라도 여러 번 읽다 보면 그 문장에 익숙해진다.



3.


독서는 완전히 자신과 일치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내면의 마찰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법을 연습하기 위한 행위다. 이를 통해 자신과 다른 의견도 마음에 담아둘 수 있게 된다. 그런 포용력을 갖추게 되면 도량이 넓고 강력한 지성이 단련된다.



4.


제대로 된 책을 100권가량 소화해내면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겨 두꺼운 책이든 얇은 책이든 개의치 않게 된다. 그러면 바쁜 가운데에도 책을 읽는 일이 버겁지 않다. 독해력이란 관점에서도 100권 이상 읽어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5.


일본의 문화뿐만이 아니라 경제를 평가할 때도 일본인의 높은 독서력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독서는 배우려는 마음 그 자체이다. 동시에 독서를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우기도 한다. 국민 모두가 높은 독서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잠재력이 있고 박력이 넘쳐난다. 독서를 통해 정보처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자아를 형성함으로써 장기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다.



6.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바로 “자신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7.


독서의 폭이 좁으면 한 가지 사실을 절대시하게 된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폭넓은 독서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눈앞의 한 가지 신비에 마음을 빼앗겨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은 지성이나 교양이 있다고 할 수 없다.



8.


모순되고 복잡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공존시키는 것, 독서로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복잡성의 공존이다. 자아가 한 덩이의 단단한 바위라면 부서지기가 쉽다. 복잡성을 공존시키면서 서서히 나선 모양으로 상승해가야 한다. 그래야 강인한 자아를 기를 수 있다.



9.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물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면서도 인간성을 갈고 닦을 수 있겠지만 혼자 조용히 자신과 마주 서는 시간이 자아 형성에는 필요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도 즐거운 법이다.



10.


자아를 혼자서 만들 수는 없다. 자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일하고 절대적인 자아’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다양한 측면이 형성되어간다.



11.


독서는 지성을 갈고닦고 정감을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뛰어난 사람들을 자신의 내면에 살게 한다. 정보를 손에 넣는 것만이 독서의 목적이 아니다. 



12.


종류가 다른 다양한 책을 광범위하게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에게 직접 생각을 듣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읽어온 책을 살펴보기만 하면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13.


지금까지 읽어온 책을 훑어보는 일은 굉장한 기쁨을 안겨준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책장을 통해 연결된다. 책장에는 자신이 거쳐온 독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뛰어난 저자와의 만남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14.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책 속에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중요한 문장을 발견하는 일이다. 단 한 줄도 눈에 번쩍 뜨이는 문장이 없다면 그 책은 자신과 인연이 없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공감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우선 그런 부분부터 밑줄을 긋는다. 타인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용기를 가지고 밑줄을 긋는다.




15.


 고바야시 히데오는 전집을 읽기를 권했다.

“ 예를 들어 톨스토이 전집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부 읽었을 때 톨스토이라는 인간의 전체상이 자신 안에 들어온다.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다.”     


한 저자의 책만을 탐독하다 보면 낭비가 많은 듯싶지만 실은 그 저자를 자신의 내면에 깊이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책도 한 저자의 책을 여러권 읽어나가면 그의 인격이나 생각이 내면으로 스며들어온다.     




16.


자신이 존경하는 저자가 권하는 책은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아무 인연도 없는 책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17.


모르는 문장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 의미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한 단락 또는 몇 페이지에 걸쳐서 모르는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 힌트가 되어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단지 난해하기만 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내용이 조잡한 문장인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몰라도 내용이 고도로 응축된, 다시 말해 만족감을 주되 이해가 되지 않는 글인가? 바로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독서력을 향상시키는 열쇠가 된다.      


어렵거나 이해되지 않는 상태를 참아내고 극복해낸 경험은 진정으로 독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답답한 심정을 가슴에 담아둔다. 이 ‘담아두는’ 기술 자체가 독서로 길러지는 가장 중요한 힘일지도 모른다.



18.



읽은 책이든 읽지 않은 책이든 방에 오랫동안 놓아두면 자신의 책이 된다. 책장이 자신의 세계를 안내하는 지도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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