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열렸던 채권자 집회날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자기가 그동안 열심히 기도를 했으니, 오늘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어요."라고 웃으시던 의뢰인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사실 처음부터 인가결정까지는 가기 어렵다고 했던 사건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어렵사리 인가결정을 받았다. 의뢰인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신 것이다.
작년 12월에 첫 채권자 집회가 열렸었다(회생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채권자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서 의뢰인의 회생계획이 인가 결정이 나거나 폐지가 되어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나는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일정이 바쁘셨던 대표님을 대신해서 참석했다. 내심 나를 대신 보내면서도 불안해 하시는게 보였었다. 의뢰인은 오늘 좋은 결과(인가결정)가 있을 거라고 한껏 기대하고 오신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집회 도중에 한 채권자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 채권자는 은행 중의 한 곳이었는데, 담당자의 귀책사유로 채권신고를 누락했고, 그 이후에 잘못을 시정 할 수 있는 절차조차도 준수하지 않았었다. 그 은행의 담당자는 채권자 목록에 올라가 있지 않으면,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될 터여서 강력하고 필사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었다.
때마침, 우리 측에서도 실수를 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판사님은 나를 닦달했다. 사실 잘 모르는 사건이니 대답을 못 하는게 당연했다. 1년 넘게 진행되온 사건을 당일 처음알게 된 나는 판사님과 동문서답 게임을 하는듯했다. 난 꿔다놓은 보릿자루였고, 식은 땀이났다. 분위기는 살벌했고, 나는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결국, 다음에 집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하고, 종결되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참석했던 의뢰인의 실망 가득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워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었다.
엊그제 두 번째 채권자 집회가 열렸다. 차장님과 나는 그 전의 살벌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며, 긴장한 상태로 ‘우리 오늘 멱살 잡히진 않겠죠?’ 라고 농담을 던지며 참석을 했었다. 다행히 분위기는 차분했으나, 인가결정이 내려질 것 이라는 예상과 달리 판사님께서는 다른 의견을 주셨다. 강제인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인가결정을 해주시겠다는 말씀이셨지만, 그래도 불안하긴했다. 인가결정까지 가는길이 멀고도 험난한 것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다행히도 의뢰인에 대한 인가결정이 났다. 중간에 사건을 넘겨받아 고생하셨던 차장님께서는 짜릿하다며 너무 기뻐하셨다.
강제인가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사건 기록들을 살펴보는데 강력하게 항의했던 채권자가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준수했더라면 의뢰인은 마지막 단계인 채권자 집회까지 결코 올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사실 마지막 단계인 채권자 집회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었고, 인가결정이 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내분의 기도에 하늘이 응답한 것 같았다. 일이 돌고돌아 어렵사리 진행이 되었던 것도 모두 아내의 기도를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절대자의 큰 뜻 인 듯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건이 분명했다. 하지만 절차가 묘하게 어그러졌고, 그 틈새에서 의뢰인은 기적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때로는 돌아가더라도 그 또한 인생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될 일은 돌아가더라도 결국 될 것이고, 만날 인연은 언젠가 결국에 만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나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