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주문한 류시화 시인님의 ‘마음 챙김의 시’가 도착했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2년 전 가을이었다. 트레바리의 명상 클럽인 ‘마인드 풀니스’ 에서 소녀 감성의 멤버분께서 이 시집에 수록된 시 한 편을 낭송하여 음성파일을 올려주셨었다. 친구분들과 하루에 한 편씩 시를 낭송해서 공유하시는데, 그 파일을 올려주신 것이었다. 이 분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신 귀여운 어른이셨다.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kbs 단막극에 오디션을 보셔서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하셨고, 호기심에 새벽 신문배달을 하시다가 몸살에 걸리시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희귀한 다른 나라 드라마를 발견하셔서 공유해주시는 소녀 같으신 분이셨다.
(이 분의 초대로 저녁 석양이 예쁜 북카페에 가기도 했었다.)
올려주신 ‘그녀는 내려놓았다’는 받아들임, 내려놓음에 관한 명상 책을 읽던 모임에 딱 어울리는 시였다. 시 낭송을 듣는데 차분한 음성 속에서, 시 속의 주인공인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내려놓음은 삶에 대한 포기, 도피, 좌절이 아닌 인생에 대한 수용, 순응,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선사하든 어떠한 상황이 내게 오든 난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겠다는 차분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 시집을 알게 된 뒤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시집 앞부분에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선물을 주곤 했다. 같이 고생했는데 합격해서 혼자 지옥을 탈출해 늘 미안했던, 그러나 다행히도 그다음 해에 시험에 합격해서 지옥에서 탈출한 친구들에게도 정성 어린 편지를 앞부분에 써서 선물로 주었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내가 맨 앞에 편지를 쓰면서 ‘000 변호사님’이라고 쓴 부분만을 좋아했었다.....)
아래는 인생이 나에게 어떠한 것을 선사하더라도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의 차분한 의지가 잘 나타나 있는 ‘그녀는 내려놓았다’의 시 구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