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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15. 2022

필사 노트 40- 맹자




동양고전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이유는 사실, 서양고전이 너무 어려워서였다. 대학시절 고미숙 작가님이 수유+너머라는 연구공간에서 푸코의 저서를 읽는 강독반을 개설하셨었고, 호기심에 고전 강독반에 등록을 했었다. 푸코의 '성의 역사 1,2,3권'과 '주체의 해석학'을 읽는 커리큘럼이었는데, (성의 역사는 결코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첫 수업 날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빼곡히 참석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일정 분량의 책을 읽고 참석하면 고미숙 작가님이 '성의 역사'를  강독하셨는데, 사실 책을 읽어도 도통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갔다. 강독이 끝난 후에는, 소규모 그룹으로 선생님 한 분과 '주체의 해석학'을 읽었는데, 이 역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체의 해석학 강독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인문학 연구가이셨는데, 이 책이 자신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을 하셨었다(심지어 집에 불이 나면 꼭 가지고 뛰쳐나가야 할 책 한 권이 이 책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에게는 종이 위에 쓰인, 검은색 점들로 이어진 벽돌 책에 불과했다. 보통 편하게 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책을 읽는데, 이 책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책상에 올곧게 앉아서 자와 연필을 들고 반듯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었다. 읽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는데도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점 책을 읽어오지 않았고... 인문학 연구가였던 선생님께서는 책을 제대로 읽을 것이 아니면 참석하지 말라고 화를 내셨었다!! 그렇게 하나, 둘....사라져갔다... 사실 나의 유일한 재능은 성실성 하나인데.. 그 당시 푸코의 책은 감당이 안되었었고 중도 포기를 했었다. 그 이후로 푸코의 저서들은 책장 한켠에 패배감을 안겨준 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일 이후에 서양 고전들은 어렵고 이해가 안 가는 책들이 많아서, 동양고전을 열심히 읽었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몰라도...그래도 동양고전은 읽히기는 했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대학시절 그래도 이해를 조금은 하면서 읽었던 ‘맹자’를 정리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밑줄 그었던 부분들 위주로 문장들을 정리했다.               




1.



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했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 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한 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면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 까’라고 생각하면, 그 아래에 있는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위아래가 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사람됨이 어진데도 자기의 어버이를 버리거나, 의로운데도 자기의 임금을 경시하는 자는 없습니다.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셔야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까?          



2.



맹자가 대답했다.     

” 땅이 사방 백 리만 되어도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왕께서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어서 형벌을 감면해 주고 세금을 적게 하며, 농지를 깊이 갈고 잘 김매게 하며, 장정들이 일이 없는 한가한 날에는 효제와 충신의 덕을 닦아 집에 들어가서는 아버지와 형을 섬기고 밖에 나가서는 어른들을 섬기게 하면, 몽둥이를 만들어 가지고도 진나라나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무기에 맞서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진나라와 초나라의 군주들은 지금 백성들이 농사지을 때를 빼앗아 밭 갈고 김매서 그 부모를 봉양할 수 없게 하여, 부모는 추위에 떨고 굶어 죽으며 형제와 처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들이 백성들은 고통의 구덩이에 빠뜨릴 때 왕께서 가서 징벌하면 누가 왕에게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옛말에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왕께서는 제 말을 믿으십시오.“ 


         

3.



양양왕이 맹자에게 ‘천하는 어떤 방향으로 결정날까요?’라고 묻길래, 내가 ‘통일로 결정날 것 입니다.’라고 했다네.     

그러자 ‘누가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라고 묻더군.

나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통일을 이룰 것 입니다.’라고 대답했다네.     

그러자 ‘누가 그를 따르겠습니까?’라고 묻더군. 나는 이렇게 대답했네.     

‘천하의 사람들 중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벼의 싹에 대해 아십니까? 7,8월 사이에 가물면 말랐다가,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생겨나 기세 좋게 비가 내리면 다시 싱싱하게 자라납니다. 이와 같이 되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천하의 왕 중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일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천하의 백성들이 다 목을 빼고서 그를 바라볼 것입니다. 진정 이와 같다면 백성들이 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물이 낮은 데로 흘러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인데, 그 힘찬 기세를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4.



이제 왕께서 훌륭한 정치를 하고 어진 마음을 베푸신다면, 천하의 벼슬하는 자들은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고 싶게 하고, 농사 짓는 사람들을 모두 왕의 들에서 농사짓고 싶게 하며, 장사꾼들을 모두 왕의 시장에서 물건을 쌓아두고 장사하고 싶게 하며, 여행하는 자들을 모두 왕의 나라의 길을 통해 나가고 싶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자기 군주를 원망하는 모든 백성들이 모두 왕에게 달려와 하소연하고 싶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된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5.



밝은 왕은 백성들의 생업을 제정해 주되 반드시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충분하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릴 만하게 하여, 풍년에는 언제나 배부르고 흉년에도 죽음을 면하게 합니다. 그렇게 한 후에 백성들을 몰아서 선한 데로 가게 하므로 백성들이 따르기가 쉽게 됩니다.               



6.



하늘의 이치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천하를 보전할 수 있고, 하늘의 이치를 경외하는 사람은 나라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7. 



백성들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기면 백성들도 임금의 즐거움을 자신들의 즐거움으로 여길 것입니다. 백성들의 근심을 자신의 근심으로 여기면 백성들도 임금의 근심을 자신의 근심으로 여길 것입니다. 천하 사람들과 즐거움을 함께하고 천하 사람들과 근심을 함께 하고서도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8.



나라의 왕이 현능한 이를 기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가 재능이 있다면 신분이 낮은 사람이라도 신분이 높은 사람을 뛰어넘게 하며, 사이가 먼 사람이라도 가까운 사람을 뛰어넘게 해야 하는데, 어지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에 대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현능하다고 말해도 믿어서는 안되고, 여러 대부들이 다 현능하다고 말해도 믿어서는 안됩니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현능하다고 말한 후에 그를 잘 살펴보고, 현능한 점을 발견하고 나서 그를 기용하십시오.     


어떤 사람에 대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좋지 않다고 말해도 믿어서는 안되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좋지 않다고 말해도 믿어서는 안됩니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좋지 않다고 말한 후에 그를 살펴보고 좋지 못한 점을 발견하고 나서 내치십시오.          


군주께서 어진 정치를 행하면 백성들은 윗사람을 친애하게 되어 윗 사람을 위해 죽을 것입니다.          



9.



 만약 선한 정치를 실천하면 후세의 자손중에서 반드시 훌륭한 왕이 나올 것입니다. 군자가 왕업을 창건하여 국통을 전하는 것은 그것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왕업을 완성하는 것은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군주께서 제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단지 선한 정치를 실천 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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