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항상 1순위에 삼국지가 있었다.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제갈공명을 가장 좋아했다. 항상 상대방들의 수를 몇 수 앞서서 판단하는 제갈공명의 신묘함과 총명함, 지혜, 통찰력 나는 그 무엇이든 제갈공명을 닮고 싶었다. 삼국지의 방대한 내용들 중 제갈공명이 유비와 먼 길을 떠나는 조자룡에게 유비에게 닥칠 위기를 예견하고 3개의 비단 주머니를 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단 주머니를 열어보라고 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제갈공명은 영웅이었다. 나의 영웅 제갈공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초야에서 책만 보았다기에, 제갈공명을 동경했던 나는 책을 더욱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조만간 시간이 나면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1.
전쟁 준비에 다소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속전속결을 추구하여 승리한 경우는 들어 보았지만,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장기전을 치르며 승리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2.
전쟁을 잘 아는 장수는 싸우지 않고도 적군을 굴복시키며, 적의 성을 공격하지 않고도 무너뜨리며, 장기전을 치르지 않고도 적국을 격파한다. 이렇게 반드시 적국의 모든 것을 온전히 둔 채 천하의 패권을 손아귀에 넣는다. 그러므로 아군의 손실이 없이 완전히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계략으로 공격하는 ‘모공’의 법칙이다.
3.
전쟁의 승리를 미리 아는 데는 다섯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 될 때를 분명하게 판단할 줄 아는 자는 승리한다.
둘째, 병력이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에 따라 적절하게 다른 방법으로 지휘할 줄 아는 자는 승리한다.
셋째, (장수와 병사) 위아래의 의지가 하나 되어 단결하면 승리한다.
넷째, 언제나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적이 대비 없이 틈을 보이기를 기다릴 줄 아는 자는 승리한다.
다섯째, 장수가 유능하여 군주가 작전에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상의 다섯 가지가 승리를 알 수 있는 요건이다.
4.
옛날에 전쟁을 잘한다고 일컬어졌던 자들은 모두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어 놓고 적과 싸워 쉽게 승리하였다. 따라서 전쟁을 잘하는 인물이 거둔 승리에는 그의 지략이 뛰어나다는 명성이나 용맹스러운 공적이 돋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서 어긋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곧 싸우기 전에 반드시 이길 조건을 갖추어 놓고, 이미 패배할 상황에 처해 있는 적을 상대로 싸워 이긴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언제나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자리에 서서, 적이 패배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적과 싸우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어 놓고 승리를 추구한다.
5.
병법에서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지형 판단이고, 둘째는 물질적인 자원이고, 셋째는 양쪽의 병력 숫자이고, 넷째는 양쪽의 전체적인 전투력 비교이며, 다섯째는 우열과 승패의 상황이다.
국토가 험난 한 지의 여부와 크기에 따라서 그 지형을 응용하는 계산이 세워지며, 이러한 지형 판단을 바탕으로 거기서 나올 경제력이 결정되며, 결정된 경제력에 근거하여 투입 가능한 병력 수가 계산되어 나오며, 양쪽의 투입 가능한 병력 수가 근거하여 전체적인 전투태세와 전투력을 견주어 볼 수 있으며, 양쪽의 전투력의 비교에 근거하여 작전의 승패를 판단해 낼 수 있는 것이다.
6.
그러므로 전쟁에 능한 자는 기세로 승리를 추구하며,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만을 탓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유리한 기세를 만들어 그 기세를 탈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 기세를 타게 되면 가파른 계곡에서 나무나 바위를 굴리듯, 병사들을 거침없이 휘몰아 적을 칠 수 있다. 본래 나무나 바위는 평탄한 곳에서는 움직이지 않지만, 비탈진 곳에서는 굴러가게 마련이다. 게다가 모난 것은 멈추고, 둥근 것을 구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휘를 잘하는 자는 천 길 높은 산 골자 짜기에서 둥근 바위를 굴리듯 세차고 거세게 병사를 몰아붙인다. 이것이 바로 군대의 ’ 기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