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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Jun 20. 2022

필사노트50-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류시화 엮음



류시화 시인님의 시집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시와 글들을 엮어 출판하신 책들은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준다. 우연히 읽게 된 류시화 시인님의 우화집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이솝우화처럼 여러 깨달음을 주는 인도의 여러 우화들을 엮은 책이다.



 우화들을 읽다보면 사람이 사는 모습과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은 비슷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시공간이 다르더라도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들은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직 완독을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알랭드 보통의 ‘불안’. 종이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요즘은 대학시절 읽었던 책들을 꺼내 다시 읽곤한다. 오히려 대학시절보다 쉽고 편하게 읽혀 내가 그만큼 성장한건가 싶기도 하고, 그 당시 그엇던 밑줄을 지금도 긋고 있는걸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전히 똑같은 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는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의 문장들이다.



1.      


 한 남자가 시장에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사서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근처   숲길을 지날 때 세 명의 동네 건달이 그 염소를 빼앗기로 모의했다.  나무 뒤에서 기다리던 건달 한 명이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시오. 그런데 왜 개를 어깨에 메고 가시오?”     

  남자가 말했다.     


  “이건 개가 아니고 염소요. 보면 모르오?”     

  건달이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개를 염소라고 속아서 샀군.”     


  다른 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두 번째 건달도 남자에게 같은 말을 했다.     

  

“안녕하시오. 예쁜 강아지를 어깨에 메고 가시는군요.”     

 

 남자가 말했다.  

   “이건 개가 아니고 염소란 말이오.”     

 

 두 번째 건달도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어리석게도 개를 염소라고 속아서 산 게 틀림없군.”     


  숲 끄트머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번째 건달이 말했다.     

  “어디서 강아지를 구했길래 개를 어깨에 메고 가시오?”     


  계속 똑같은 말을 듣자 남자의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 결국 그는 자신이 어깨에 메고 있는 염소를 개라 여기고 길에 버리고 달아났다. 그리하여 염소는 건달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않고 남의 조언에 흔들려 자신이 가진 것을 잃는 사람에 대한 우화이다               




2.     



이것은 우리가 ‘예민한 보석’이라 부르는 오팔입니다. 사람의 체온에 따라 빛이 변하지요. 이 보석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람의 손으로 고이 잡는 것뿐입니다.          




3.    


           

“스승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장소에 갈 때 혹시 그 장소가 스승님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시나요?”     


  붓다가 대답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아난다여. 그것이 내가 여행 장소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누군가가 나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할 때, 그 간절한 마음이 내게 전해진다. 그러면 나는 그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존재 깊은 곳에서부터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끌린다. 그 만남은 두 에고의 만남이 아니라 영혼의 만남이 된다.          




4.     



 나는 이 여행을 통해 그대들에게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아야 함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모든 계절을 다 품고 한 계절씩 여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계절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나무는 잘 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겨울도 견딜 만하다는 것을.  

   

나무든 사람이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일이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증명하면 된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바깥의 계절과 상관없이, 지금 나는 어느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가?          



5.     



그 선하고 친절한 마음씨의 남자가 언제까지나 외딴곳의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늙은 암소에 의지해 가난하게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능성을 가로막는 것이 바로 그 오두막과 암소이다. 그것들을 버리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거부하고 지금의 보잘것없는 삶에 매달려 있을 때,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신이 하는 일이다. 그는 그 장소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이 그를 진정으로 위한 일이다.               




6.



      불행의 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담는가에 따라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라. 소금의 양은 같지만, 얼마만 한 넓이의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짠맛의 정도가 다른 것이다.          



7.     



 진실한 감정은 누구나 느낀다. 들숨과 날숨에 혼이 담긴,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는 어디에나 가닿는다. 인간의 가슴뿐 아니라 돌로 만든 신상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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