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닥쓰담 Jul 06. 2020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헷갈린다면

#4 나는 어떤 성향인가? : 외향형/내향형

외향이니 내향이니 하는 것은 꼭 심리학 용어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보통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내향적이라 하고 활달하고 거침없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외향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태도나 행동만을 가지고 외향-내향을 따진다면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내향인지 외향인지 무척 헷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밖에서는 말도 많고 쾌활한데 집에만 가면 세상 내향적인 사람이 있다. 반대로 직장에서는 하루에 열 마디도 안 하는 사람이 게임 동호회에서는 회장을 맡아 모임을 개최하고 사회를 보면서 엄청 활달하고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끈다. 직장 사람들은 이 사람을 내향적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고 동호회 사람들은 외향적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람은 내향형일까 외향형일까?      




심리유형론에서는 심리적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뻗치는가에 따라 외향과 내향을 구분한다. 외향형은 자기 내면보다는 외부세계에 관심이 있고, 자기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것도 주로 외부적 요인이다(외부라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 즉 다른 사람, 상황, 주변환경, 사회, 사물, 사건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뭔가에 대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때 외향형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넓게는 그 사회의 일반적인 가치기준, 관심사, 도덕, 상식 같은 것들이기도 하다.      


‘나는 외향형인데 주관이 뚜렷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사람이 말하는 주관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객관적’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가치판단의 틀일 수 있다. 객관적 근거에 의한 판단기준이 확고한 것을 ‘나는 주관이 뚜렷하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다. 


외향형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은 ‘밖에서 볼 때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연히 평판, 평가, 반응, 인기, 영향력, 존재감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외부세계와 접촉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큰 집단에서든 작은 집단에서든, 일대일의 관계에서든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내향형은 외부세계보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고, 자기의 주관에 따라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을 판단한다. 모두가 다 옳다고 나설 때에도 쉽게 뛰어들지 않고, 모두가 다 열광하는 일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소극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내향형은 어떤 판단을 할 때 ‘다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내향형이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남들의 이목을 끌거나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 그 자체가 싫기 때문이지 결코 남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


내향형은 대세나 유행에 별로 민감하지 않다. 그보다는 자기만의 특별한 취미나 취향을 가진 경우가 많고, 대개 뚜렷하고 확고하다. 취미에서 시작한 일을 전문가를 능가할 만큼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 중에는 내향형이 많다. 

내향형은 자기 생각이나 취향을 다른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이해나 공감을 얻기 위해 근거를 대거나 설득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외향형이 말이나 글로 뭔가를 주장할 때는 근거가 될 만한 배경과 인용에 많은 부분을 할애함으로써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님’을 밝히는 데 주력하지만, 내향형은 그 재료들을 근거로 제시하기보다는 그 재료들을 ‘먹고 소화해서 된’ 지금의 자기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내향형은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애초에 선택하거나 받아들일 때 훨씬 더 큰 주의를 기울인다.      


내향형은 대개 주변으로부터 ‘주관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는데 그것은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내향형의 특성상, 웬만해서는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외부세계에 전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흔히들 ‘조용한 사람이 더 고집이 세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내향형은 기본적으로 자기 외부의 모든 것들은 일단 위협으로 간주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설령 좋은 자극이라 할지라도 너무 과하게 좋은 것은 피하려고 한다. 내향형 사람들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 받는 신체적 자극이나 감정적인 자극에 예민한 편이다. 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아서, 남들이 잘 느낄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자극도 감지하고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종종 ‘너무 예민한 성격’이라든가 “뭐 그런 걸 가지고 상처받고 그래?”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외부세계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내향형이 외부 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외향형은 Extroversion의 E로, 내향형은 Introversion의  로 표기한다. 



‘어째서 때로 완전히 반대성향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나타나기도 하는지’(감각/직관, 사고/감정도 마찬가지다)에 관해서는 뒤에 ‘무의식과 그림자’ 편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W]


 

이전 03화 타고난 성향이 환경 때문에 바뀔 수도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