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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쓰담 Jul 08. 2020

외향형과 내향형의 에너지 충전

#5  나는 어떤 성향인가? : 외향형/내향형


사람 상대할 에너지가 바닥 나서 그래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아 힘들어죽겠다면서 주말에 집에 붙어 있지 못하고 어떻게든 나갈 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외향형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힘들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하겠지만 그 사람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에너지 충전하는 방법을 알고 그렇게 뛰쳐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 속에서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외향형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고 원동력이 된다.    


외향형은 자동차 배터리여서, 달리면서 충전이 된다.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고 어울려서 활동을 해야 에너지가 생긴다. 차를 주차장에 너무 오래 세워두면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처럼 외향형인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고립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떨어져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수가 있다. 나가서 고양이나 새라도 만나고 들어와야 된다.     

 


내향형은 휴대폰처럼 집에 가서 충전 잭을 꽂고 가만 놔둬야 에너지가 충전된다. 사용하면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가 없어진다. 충전해가지고 나온 딱 그만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종일 ‘내가 얼마나 썼나, 앞으로 더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나’ 계속 체크하면서 아껴 써야 된다. 

일상생활에서 심리적 에너지를 쓰는 일이란 사람을 상대하는 일, 상황에 대처하는 일, 뭔가를 처리하는 일, 즉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이다. 소리를 내서 말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질문에 답하거나, 물건을 주고 받거나 하는 모든 일이 다 심리적 에너지를 쓰는 일들이다. 

외향형이나 내향형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이런 일들이 에너지를 쓰는 일이지만, 외향형에게는 이런 상호작용이 에너지를 쓰면서 동시에 충전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향형은 소모되기만 하고 충전이 되지 않는다.     



상시 절전 모드


그래서 내향형인 사람은 어떻게든 에너지를 아끼려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말을 적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점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자기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나서지 않고,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주목받지 않으려고 한다. 시키지 않은 일에 나서거나, 가만히 있어도 될 일에 쓸데없이 의견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향형은 때로 이기적이거나 소극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너무한다 싶을 만큼 힘을 아끼려는 태도가 두드러질 때는, 그 정도로 에너지가 과하게 소진되는 환경에 처해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자기가 최대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환경에 있으면 자동으로 ‘절전 모드’로 전환되고, 그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상시 절전 모드’로 고정돼버리는 수가 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간다고 해서 충전되는 것이 아니다. 집에 가족이 있다면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또 에너지를 써야 한다. 내향형 엄마가 만약 사람을 많이 상대하거나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상대할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집에만 가면 어쩐지 화가 난 사람처럼 군다. 말 붙이기 어렵게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아무거나 꼬투리를 잡아서 아이들을 야단치고 짜증을 낸다. 딱히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 상대할 에너지가 바닥 나서 그런 것이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왜 이렇게 다 싫지?’라고 원인을 모르면서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해’라고 아예 대놓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향형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지 무조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동의와 양해만 구할 수 있으면 서로 번갈아 시간을 정해서 잠깐이라도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훨씬 낫다. (집에 남는 방이 하나 있으면 옷방이나 창고로 만들지 말고, 가족 중 내향형인 사람을 위해 ‘문 닫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시길!)      



내향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기만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향형도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낸다. 다만, 그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가 채워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아주 흡족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에너지가 충전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시간을 보냈어도 어쨌든 에너지는 소모됐고 그 에너지는 다른 시간을 통해 그만큼 채워 넣어야 한다. 

단합대회, 수련회, 가족여행 같은 것들은 외향형에게는 에너지 충전이 되겠지만 내향형에게는 아니다. 내향형에게는 이런 활동들이 기분전환이 될 수는 있겠지만, 또는 서먹했던 사람들과 친해지는 기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에너지 충전이 되지는 않는다. 내향형은 이런 단체활동을 하고 난 뒤에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왔기 때문에) 에너지 충전의 시간을 따로 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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